남자, 스스로를 설계하다
깔끔하게만 입으면 다라구요?
남성 패션과 관련된 조언을 보면 ‘깔끔하고 단정하게’라는 팁이 지배적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성별 막론하고 누구나 단정하게 입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유독 남성 패션에 있어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듯 하달까. 꾸민다는 것이 여성의 전유물인 것처럼 종종 여겨지곤 했지만 이제는 이런 인식도 차츰 바뀌어 가고 있다. 단정함은 좋지만 그것뿐일 필요는 없다. 가능성은 그보다 훨씬 무궁무진하다.
누군가의 취향 말고 ‘나의 취향’
어릴 땐 어머니가 사다 주시는 옷을 입다가, 나이 들어서는 아내가 골라주는 옷을 입는 남자가 많다.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패션에 관심이 적기도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패션에 무심한 것이 당연한듯 만들어 왔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요즘은 ‘그루밍족’이라하여 남자들도 패션에 관심을 갖고 꾸미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이 원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고 직접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꾸민다는 건 사실 별거 아니다. 사소한 포인트로 센스가 발휘되고 그것이 스타일을 좌우한다. 중요한 건 자신을 한층 더 살릴 수 있는 그 ‘사소한 포인트’를 아는가 모르는가 하는 부분이다.
요구되는 이미지가 아니라 원하는 이미지를 찾아라.
잘 입으려고 나름 신경은 쓰는데 좀처럼 자신의 색깔을 내지 못하는 것 같다면? 이런 저런 룰에 사로잡혀 핵심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남자라면 수트’라거나 ‘청청은 금물’이라거나 우리가 흔히 듣고 많이 알고 있는 패션 격언들은 새겨들을 필요는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수트보다 캐주얼에서 빛나는 사람이 있고 청청도 소화하기 나름일 수 있다. ‘흰셔츠를 바지 안에 밀어 넣고 소매는 두번 접어 입을 것’같은 룰에 갇히기 시작하면 정작 ‘진짜 패션’을 놓치기 쉽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과 내가 가장 표현하고 싶은 모습은 어떤 것인가. 거울 앞에서, 옷장 앞에서, 가게 안에서 그런 고민을 진지하게 해보는 것. 우선은 그게 출발이다.
‘나’를 설계 한다는 것.
고민하면서 내가 나를 만들어 가는 일은 무척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고 이런 방식이야말로 패션의 진짜 의미일 것이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스타일을 찾는 것은 직장에서 아무 옷이나 마음대로 입고 격식을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같은 옷이라도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표현방식이 있고 그걸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패션은 그냥 육신에 천조각을 두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일을 평생 다른 누군가의 손에 맡기기만 한다면 아쉬운 노릇이다. ‘입혀지던’ 남자에서 ‘입는’ 남자로 가는 길, 그건 아마 상상보다 훨씬 즐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