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기 남자는 맥코트를 입는다.
입추가 지났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더위가 한풀 꺾였다. 갈수록 심해지는 온난화는 물론, 올해는 유독 더 지독하게 더워서 아무리해도 시원해질 것 같지가 않았다. 매번 돌아오는 절기도 이번만큼은 계절을 어긋나고 말거라고 장담하고 있었는데 어쩜 그리 신기하게 제때에 맞게 돌아가는지. ‘가을에 든다’는 글자를 지나치자마자 조금씩 날씨가 선선해지고 있다. ‘얇게, 시원하게, 가볍게’만 무조건 외치던 이번 여름이었는데, 이제는 간절기 옷을 꺼내도 괜찮을듯 하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해서 밤산책을 나갔다가 기분 좋은 한기를 느끼며 돌아오기도 했다. 덥긴 해도 싱그러웠던 여름이 끝난다고 생각하면 섭섭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제때 돌아와주는 가을이 고맙다.
간절기 옷은 늘 모호한 포지션을 가진다. 계절의 사이에 끼어 있어 어느 쪽이든 완전히 무르익고 나면 입을 수가 없게 되어버린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추워서 입기에 적당한 기간이 매우 한정적인데, 또 그 시기에 딱 맞는 옷은 간절기 옷밖에 없어서 반드시 갖추고는 있어야 한다. 그렇게 잠깐, 꼭 함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또 간절기 옷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일교차가 큰 시기에 단연 유용한 것은 자켓이나 가디건 등의 걸칠 수 있는 옷이다. 더우면 벗고 추우면 덧입으면 되니 이 시기에 외출할 때는 꼭 가벼운 겉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겉옷’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지 않겠는가. 오늘은 그 중 간절기 남자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 줄 ‘맥코트’에 대해 말해 보고 싶다.
맥코트는 스코틀랜드 브랜드인 매킨토시의 방수 원단 소재의 코트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매킨토시 코트의 실루엣과 디자인을 가진 코트를 통칭 ‘맥코트’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가을 하면 트렌치코트를 가장 먼저 떠올릴텐데 맥코트는 트렌치코트에 비해 훨씬 가볍고 심플해 간절기패션으로 활용하기에 더 좋다. 트렌치코트의 멋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것이 맥코트의 특징이다. 심플하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템과 매칭하기 편하고 그에 따라 여러 느낌을 낼 수 있다. 어두운 컬러의 맥코트는 포멀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제격이고 화사하고 밝은 컬러의 맥코트에 니트를 매칭하면 부드럽고 댄디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지금은 꼭 방수 소재를 맥코트라고 하진 않지만 원래는 비가 자주 내리는 영국의 날씨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에 방수, 방한 기능을 갖춘 기능성 아우터였다. 현재도 생활방수 정도는 가능한 맥코트가 많아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요즘 입기에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영국인들은 그렇게 비가 자주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던데 그게 맥코트 덕분이었을까? 우리도 올 가을엔 가벼운 비에 우산 대신 맥코트의 깃을 세워서 클래식하고 젠틀한 멋을 뽐내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맥코트 코디의 정석은 역시 클래식함이다. 셔츠나 니트를 이너로 입고 체형에 맞는 깔끔한 맥코트를 입으면 그야말로 젠틀하고 무드있는 간절기 정석룩이 완성된다. 직장에서는 물론 데이트룩으로도 손색이 없다. 고급스러우면서 감각적인 느낌을 주어 세련미가 상승한다.
여기에 핏감을 달리하거나 이너를 바꾸면 또 전혀 다른 룩을 만들 수 있다. 좀 더 루즈한 핏에 스카프등의 악세서리를 조합하면 캐주얼하고 스타일리쉬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무난한 데일리룩으로 슬랙스와 함께 입는 것부터 무릎 위로 오는 짧은 바지와 함께 입는 것까지 시도해볼만 하다. 포멀함은 베이스로 깔고,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미스매치함으로써 ‘클래식’ 그 이상의 멋을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시작이 기능성에 있었던 만큼, 맥코트는 멋 뿐만 아니라 실용성도 높은 옷이다. 방수와 방한은 물론 활동성도 좋은 편이니 외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멋이 더 실속있게 보인다. 가볍고 얇은 옷으로만은 미처 다 보여주기 어려웠던 무드와 젠틀함이 있었다면 이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이 때에 맘껏 뽐내보자. 남자의 멋을 빛내기에 맥코트는 더할나위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