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발목에게도 패션을 선물하자

여름 내내 발목 양말이나 페이크 삭스(일명 덧신 양말)을 신어댔다. 한 여름에 9부나 10부 기장의 경쾌한 바지를 입고서 발목을 양말로 덮는 것은 발목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샤워할 때마다 각질 제거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이태리제(?) 때수건으로 복숭아 뼈 각질을 말끔히 벗겨내는 수고로움이 동반되긴 했지만.

입추를 지내도 가을은 온데간데없고, 처서를 지나도 더위는 멈출 줄을 모르더니 비가 몇 번 쏟아지고 나니 요즘은 해 떨어진 뒤 꽤 선선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와야 할 때보다 몇 주쯤 늦은 지각생인 가을이 이제야 저기 골목 어귀에서 따뜻한 라떼를 음미하며 걸어오고 있는 듯한 날씨다. 물론 그 걸음걸이는 여전히 느리다.

이미 많은 브랜드에서 가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주로 맨투맨 티셔츠나 셔츠, 홑겹의 가벼운 외투, 혹은 도톰한 소재의 팬츠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 아이템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발목이 섭섭하다. 생각해보라. 적어도 4개월째, 당신의 발목은 나체로 지내야만 했다. 정말 목이 빠지게, 아니 발목이 빠지게 가을을 기다려온 건 바로 당신의 발목일지도 모른다. 이 가을에, 발목에게도 양말로 패션을 선물하자.

우선, 양말을 고르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우리가 속옷을 고를 때 심혈을 기울이는 것처럼 패션이라는 게 꼭 겉으로 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닐 수도 있지만(아차, 팬티도 그런 용도일 수 있으려나?) 우리, 발목에게는 그러지 말자. 앞서 언급했듯이, 발목 얘는 지금 많이 섭섭하다. 멋진 양말 신겼으면 겉으로 좀 드러내자. 기본적으로 가을에도 바지 길이는 복숭아 뼈 절반 정도를 기준으로 잡는다. 그보다 약간 더 짧아도 더 젊은 느낌으로 나쁘지 않다.

기본 솔리드 색상으로는 블랙, 네이비, 브라운, 차콜 정도를 구입하자. 블랙, 차콜은 수트와 캐주얼 모두 가장 무난하게 매치 가능한 색상이다. 블랙 슬랙스에는 네이비 양말을 매치하면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베이지, 카키 계열의 치노 팬츠나 진한 색상의 데님 팬츠에 브라운 양말을 매치하면 캐주얼한 가을 냄새를 풍길 수 있다.

패턴 양말은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스트라이프와 도트(또는 자수) 패턴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수의 패션 블로그에서 전통적인 패턴이라며 아가일 체크를 추천하곤 하는데, 아가일 체크는 의외로 세련되게 매치하기 어렵다. 또 아가일 체크 특성상 최소 3개 이상의 색이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값싼 아가일 체크 양말은 색조합에서 이미 실패할 확률이 높다. 스트라이프는 티셔츠에 적용했던 것과 같은 공식으로, 캐주얼한 복장일수록 굵은 스트라이프, 격식을 차려야할 수록 아주 얇고 잔 스트라이프를 선택한다. 도트나 자수 패턴도 그 크기가 큰 것보다는 작은 것들이 은근한 멋을 내기 좋다.

반바지를 입는 것이 아닌 이상, 양말은 걸음걸이에서 또는 앉거나 계단을 오를 때 슬쩍 보이는 패션이기 때문에 양말만 봐선 너무 튄다 싶은 색상도 막상 코디하고 보면 그리 과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도 안전하게 가고 싶다면, 캐주얼 스트라이프 패턴은 화이트를 기본으로 그린, 네이비, 레드 등의 색과 조합이 좋다. 도트 패턴은 그린, 네이비 바탕에 화이트, 와인 등의 도트가 무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