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하임 컵에 대한 냉소적 반응에 대한 단상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솔하임컵이 끝났다. 미국 아이오와주 웨스트 디 모인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지막 날 싱글 매치를 끝으로 미국은 최종 승리했다. 미국은 이로써 솔하임 컵 통산 전적 10승 5패로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그러나 댓글들의 반응은 전부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세계 최강인 한국을 빼놓고 하는 대회라 의미가 없다, 솔하임컵은 플레이오프나 다름없으니 이제 한국과 다시 붙어야 한다, 동네 골프 2부리그나 다름 없다, 마이너리그다 등등…

댓글 반응들을 보며 역시 한국인들은 승패와 결과에 참 집착한다는 걸 새삼 깨닳았다. 과정이나 취지는 한국인들에게 전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았다. 심지어 골프에서조차도. 골프야말로 생활체육의 영역으로 들어서면 결과보다도 과정이 중요한 스포츠가 아니었는가. 나는 그렇게 알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건만, 골프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 했다.

한국인들은 뭔가 공인된 1등 혹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에 굉장히 목말라 있다. 그게 스포츠의 영역에서 발현되면 긍정적인 경쟁심리가 생기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과정이나 취지는 무시되고 결과와 성과위주로 흐른다는 아주 나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이번 반응에서 나는 익숙한 현상 하나를 떠올렸다.

매년 노벨상 시즌이 되면 왜 한국에서는 노벨 문학상이 나오지 않느냐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과 사람들의 반응이다. 며칠전 티비 프로에서 김영하 작가도 얘기했지만, 문학은 더더군다나 스포츠도 아니기 때문에 경쟁의 대상도 아니고 반드시 상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며, 상을 받는다고 해서 한국이나 한국인의 삶에 크게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인들이 책 자체를 많이 읽지도 않을뿐더러, 출판시장이나 문단의 구조 자체가 기형적으로 되어 있는 마당에, 심지어 본인이 책을 1년에 한두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노벨문학상을 타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하는 건 큰 의미도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벨 문학상을 탄다고 한들 그것도 아무 의미가 없다.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골프계에는 산적한 문제가 있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진정한 생활체육으로서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점도 반드시 처리해야 하고, 더군다나 현재 골프라는 스포츠에 드리워진 부정적 이미지들을 일소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처리하는 게 한국 골프계의 당면한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과 미국 양국이 친선과 우애를 다지기 위해 하는 솔하임컵은 제대로된 한일, 혹은 한중 골프 교류대회도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부러워해야 할 이벤트지 비웃을 이벤트가 절대 아니다.

만일 냉소적 댓글들의 의견처럼 정말 전세계 vs 한국의 드림매치가 한국에서 펼쳐진다고 쳐보자. 현 상황에서는 갤러리들의 비매너, 성추행 발언, 개판인 경기진행, 협회 관계자는 대기실에서 매일 술판이나 벌이고 있고, 캐디에게 갑질하는 선수 부모들까지. 이런것들이 대회를 가득 채워놓고 한국 골퍼들이 전세계를 이겼다고 한들 그게 한국 골프에 어떤 걸 이바지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 골프 협회도 골프 팬들도. 골프의 본질이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우리가 누굴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