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의 고장 전라남도. 요즘에야 마트 수산코너 한 구석에 잘 포장된 홍어가 나와있어 흔해 보이지만 사실은 남도에서도 귀하디 귀한 음식이었다. 특히 흑산도 홍어는 몇 십만원은 물론 백단위를 찍을 때도 있다. 그 크기와 무게탓인 것도 있지만 흑산도 홍어 특유의 단맛 때문에 귀한 재료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오리와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른 생물이다. 조상은 같을 지언정 형제 카테고리에 포함되었다고 보면 된다. 바다 밑바닥에서 서식한다고 해서 얌전하다 생각하겠지만 그 크기와 무게처럼 바다의 상위 포식자다. 꽃게, 돔, 광어, 우럭, 멸치 등 몸에 좋다는 것들은 죄다 잡아 먹는다.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에서 홍어를 음탕한 고기라 불렀는데, 이는 홍어의 수컷 생식기가 두 개인 것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또 신기한 것은 이 생식기를 잡아 당기면 그냥 쑥하고 빠져나와 암컷과 구별이 희미해진다. 그래서 실제로 예전에는 이를 맛이 더 좋은 암컷으로 속여 파는데도 썼다고 하니, 전라도 지방에서 쓰였던 욕짓거리인 ‘만만한게 홍어 X이냐’ 라는 표현의 기원이 되었다고도 한다.

흑산도에서 육지까지 이동하는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효가 되어 삭힌 홍어가 되었다는 것이 유력한 설이다. 이는 안동간고등어와 원리가 비슷한데, 그 삭힘의 정도는 남도 홍어가 더 강력하다. 원래 날생선은 잡히자 마자 시간이 지나며 부패하여 독성 물질을 발생시키지만 홍어와 같은 심해 어종은 체내 요소로 인해 암모니아로 분해되어 부패가 아닌 발효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산지인 흑산도에서는 삭힌 홍어를 거의 먹지 않고 포구가 있던 나주 영산포 부근에서 삭힌 홍어가 유래되었다고 본다. 정작 흑산도 사람들은 왜 이 찰진 홍어를 굳이 삭혀 먹냐고 반문할 정도.

한때 필자가 쓴 멸치이야기에서 잠깐 소개되었던 세계 최악의 고약한 음식 1위 ‘수르스트뢰밍’에 이어 2위에 선정된 음식이 바로 이 홍어다. 가끔 강한 염기성 성분들로 인해 화상을 입기도 하나, 그것은 불법에 가까운 홍어이니 주변에 잘 없고, 혹시 먹더라도 조심해서 먹자.

실제 홍어 매니아들은 삭히지 않은 생생한 홍어회를 먹기도 한다. 필자도 딱 한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삭힌 홍어에 비해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 하지만 삭힌 홍어 또한 전라남도를 대표하는 음식에는 틀림없다. 잘 삭힌 홍어는 씹을수록 찰기가 더 돌고 암모니아 향이 날아간 후 그것에 감추어져 있던 단맛이 떠오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실 탁주나 막걸리 같은 탄산감이 있는 술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탄산이 과도하게 홍어의 향과 쿰쿰한 맛을 더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음식과 술의 페어링의 기본원리, 즉 술이 음식의 남은 잔향을 날려주고 음식이 가진 풍미를 더욱 올려주는 원리를 철저하게 무시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탄산감은 없고 산미가 돌면서 쌀의 향이 풍부한 사케나 청주를 추천하는 편인데, 대부분 나의 추천대로 먹은 사람들이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도 한번 체험해 보시라.

참고로 탁주나 막걸리가 무조건 어울리지 않느다는 것은 아니다. 탄산감이 적은 생막걸리 보단 멸균막걸리가 좀 더 잘 어울리고 그 중에서도 산도가 조금 높은 것이 삭힌 홍어와 잘 어울린다.

홍어

– 김선태

한반도 끄트머리 포구에

홍어 한 마리 납작 엎드려 있다

폐선처럼 갯벌에 쳐박혀 있다

스스로 손발을 묶고 눈귀를 닫아

인고와 발효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아무도 없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다 다만

이 어둡고 비린 선창 골목에서

저 혼자 붉디붉은 상처를 핥으며

충만한 외로움을 누리고 있다.

그리하여 비바람 눈보라는 쳐서

그 산산고초에 제맛이 들 때

오래 곰삭아 개미*가 쏠솔할 때

형언할 수 없는 알싸한 향기가

비로소 천지간에 가득하리라.

*개미 : 곰삭은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