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중고로 시작해 강사를 꿈꿨던 챔피언, 이정은6

중고로 시작해 강사를 꿈꿨던 챔피언, 이정은6

골프라는 스포츠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때문인지, 아니면 어떤 반골 기질 때문인지는 몰라도 탄탄대로에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골프 선수들에게는 크게 정이나 호감이 가지 않는다. 중학생 시절 특별활동을 선택해야 했을 때, 담임 선생이 나서서 “골프는 김XX 얘 말고는 선택하지 말아라.” 라고 했을 때(비록 애초부터 할 생각도 없었지만), 그때의 그 재수없음이 아직도 마음 깊이 남아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골프 선수 아들이었던 김XX는 소원대로 지금 골프 선수가 됐을까. 내가 아직 신문 지상에서 이름을 못 들어본 걸 보면 아직 고군분투중이거나 다른 일을 찾았을 거라 사료된다.

어찌됐거나 그 때문인지 골프에서는 더더욱 어려웠던 시절을 밟고 일어선 언더독들의 이야기에 끌린다. 최근 대회들을 싹쓸이하고 있는 이정은6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사실 처음엔 이정은이란 골퍼 이름 옆에 왜 자꾸 숫자 6이 들어가있는지 거슬리기까지 했다. 이게 오탄지 뭔지 기사마다 설명은 안되어있고. 나중에서야 이정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선수가 6명이나 되어서 마지막 이정은인 이 선수가 이정은6으로 불리는 걸 알았다. 내가 이정도로 골알못이다.)

이정은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형편이 크게 넉넉지 않았고, 4살때는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는 장애인이 되었다. 이정은은 현재 투어에서는 아버지의 휠체어를 직접 밀며 같이 투어를 돌기도 하고, 지난해 받은 상금과 스폰서 계약금을 보태 전세 아파트를 마련해 부모님을 모시는 그야말로 화목한 가정의 효녀기도 하다. 그런 이정은 선수의 절박함이야 다른 선수들에 비해 더 압도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정은은 본인이 우승을 하고 방송을 타고 상금을 챙기면서 조금씩 가정환경이 나아지는 걸 절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굉장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고. 현재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들을 거두며 너무 앞만보며 달리기보단 골프장 풍경도 보고 주변을 좀 즐기는 단계에까지 왔다는 모습이 보기 흐뭇하고 좋았다. 또한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선수는 정말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골프계에는 더더욱이나 이런 선수가 많아지고 더 화제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세상이란 잔인하고, 투어에서 1승도 못하고 생계형으로 투어를 도는 골퍼들도 있지만, 적어도 스포츠에선 낭만적일정도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슈퍼스타도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인생에서 현실적인 것만 얘기해야 한다면 슈퍼 히어로 영화 같은것도 전부 존재가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슈퍼 히어로 영화가 가치 있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것이 비록 약간 유치하더라도 어린이들에게 악과 맞서싸우는 영웅이란 것이 멋있고, 가치있는 것이며, 누구든 현재의 상황에 관계없이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는 것에서 단순한 오락거리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프로스포츠는 이런 슈퍼히어로 영화의 현실버전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금수저 선수의 성공이 비교적 가치없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어려운 선수들의 성공은 사회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희망을 품게 한다. 현실적 시니컬함에 찌든 나조차도 이정은 선수의 이런 삶에서 감동받는 게 있는 것처럼 말이다.

중고 골프채로 시작해 놀림을 받았던 선수, 그게 싫어 골프로 이겨내려했던 선수, 100키로 역기를 지고 남들은 포기를 할때 이를 악물고 스쿼트를 하던 선수, 생계를 위해 프로 선수보다도 강사의 꿈을 먼저 꿨던 선수. 그런 선수가 챔피언이 됐으니, 더더욱이나 지금 행복하게 꿈을 이뤄내 계속 전진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슈퍼 히어로 이정은6 선수의 성공이, 무한히 계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