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알못의 골프단상 47

역사란 무엇인가.

티비에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라는 프로를 우연히 봤다. 독일 친구들이 경주에 와서 불국사를 둘러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한 말이 인상깊었다. ‘아주 오래된 불교 유적이 지금까지 잘 관리되고 있다는 거잖아. 한국 사람들은 이걸 복원하려고 아주 노력을 많이 한 거야.’ 라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먼저 불국사 복원의 역사는 한국인들의 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애초 ‘문화재’ 라는 개념조차 없었는 데다가 불국사는 버려진 폐허에 가까웠다. 조선시대에 불교는 유교 입장에서는 없애야 할 악폐습에 지나지 않았고 불국사 역시 파괴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았었다. 구 일본 제국이 불국사를 처음 발견했을 때, 그 다 쓰러져가는 폐허의 가치를 알아보고 당시 최첨단 공법이었던 시멘트로 임시로나마 되살려놓지 않았더라면, 경주에 불국사는 없었을 수도 있다.

지난 주 본 골프 기사에도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다. 지금은 추억으로만 사라진 골프장과 경마장에 대한 동거에 대한 기사였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골프 코스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인근 머셀버러 올드 코스가 이미 경마장 안에 있다. 이 조그만 코스에서 골프 규칙의 얼개가 잡혔고, 이곳에서는 아직도 감나무 드라이버 같은 예전 장비를 빌려 라운드를 뛸수도 있다. 심지어는 4번홀 옆 선술집은 19세기부터 남아있던 펍으로 아직까지도 영업중이다. 미국의 경우엔 인디애나 폴리스 자동차 경주장이 1929년 트랙 안의 땅에 골프장을 만들었고, 1993년 전통적으로 복원해낸 뒤 아직까지도 투어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예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뚝섬 경마장 트랙 안에 세워졌던 골프 코스였는데 1968년 박정희의 지시로 만들어진 뒤 2004년 뚝섬에 서울숲 공원이 만들어지며 사라졌다. 본디 도시 안의 남는 평지는 하나의 스포츠 종목에만 할당하기엔 너무 아쉬웠기 때문인데, 이 전통이 스코틀랜드와 미국, 그리고 한국에도 같이 나타나던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사를 보며 불국사를 보고 감탄하던 독일인들이 떠올라 오버랩이 되었다. 한국은 애초 문화재에 대한 개념이 너무 희박하고 약하다. 오죽하면 한국인들은 해외 여행에 가서도 그나라의 문화재에 낙서따위를 해대는 걸까. 뚝섬에 서울숲이 만들어진 뒤, 기사에서는 표지석이나 기념비라도 하나 세우자고 했다. 더 나아가서 골프 코스의 모습과 컨셉을 유지하면서도 서울숲을 조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간단한 골프 체험 코스를 조성해 일반인과 어린이들이 가족 단위로 골프에 더 쉽게 접근하고 체험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해도 좋았을 것이고, 경마장이었던만큼 승마 체험이나 말에게 먹이를 주고 친해지는 등의 생태 체험 코스를 만들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서울숲은 잘 조성은 되어있으나 그런 역사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골프계에서도 직접 챙기지는 않았을 것이고 서울시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서울은 역사를 쌓아가기보다는 지난 세월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덧씌우기를 원하는 도시니까. 골프계는 더 늦지 않게 자신들의 역사를 챙기는 노력과 기념 사업들에 더 신경을 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