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알못의 골프단상 48

렉시 톰슨 사태로 본 스포츠의 공정성.

지난 9월 10일 미국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 브릭야드 크로싱 골프클럽에서 끝난 2017시즌 LPGA 투어 25번째 대회인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 렉시 톰슨이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화제는 그녀의 우승보다는 그녀의 치팅 논란에 더 집중되었다. 그녀는 16번 홀에서 티샷을 워터 해저드에 빠뜨렸고, 규정상 자신이 볼을 물에 빠뜨렸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드롭 후 세 번째 샷을 했어야 했다. 이때 그녀가 원래 드롭을 해야 하는 지점에서보다 더 앞에서 드롭을 했다는 의심의 지적들이 있었다.

더 문제는 그녀가 이 샷으로 16번 홀을 보기로 막아내고 선두를 지켜냈다는 것이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채널에서도 그녀를 cheater 라고 말하는 댓글들이 있었을 정도였다. 골프는 결정적으로 심판이 없다. 그녀의 행동이 실제로 고의로 눈을 속이려고 한 치팅행위였는지 아닌지는 본인만 알고 있는 것이지만, 문제는 그게 고의였어도 옆에서 보고 그 행위를 막을 심판은 골프 규정상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쭉 골프에도 심판이 도입되면 더 명확해지는 것들이 많다고 말해왔다. 많은 스포츠가 공정성을 위해서 심판제를 도입한다. 물론 심판이 있다고 해서 꼭 모든 스포츠가 공정한 것은 아니다. 심판 자체가 부정부패의 온상이 될 수도 있는 위험 역시 있다. 그러나 심판은 분명 공정하고 정직한 플레이를 유도하며,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행위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이다.

심지어 심판이 할 수 있는 일을 인공지능이나 카메라 판독이 대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은 심판을 보조하거나 도와주거나 대체하는 것일 뿐이다. 골프처럼 ‘애초부터’ 심판이 없다면 인공지능이나 카메라 판독같은 첨단 기술들이 동원된다 한들 이는 공정한 판정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다. 오히려 선수가 눈속임하려고 한 것을 관중들은 더 명확히 보게 되고, 심판은 없기 때문에 경기 결과에는 영향을 줄 수가 없다면 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축구는 이런 판정 논란, 특히 비매너 플레이에 대해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이 심판이기에 최대한 첨단 기술들을 동원하려 애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기술들의 도입이 심판의 판정과 공정하고 깨끗한 경기 진행에 도움을 준 케이스들이 있다. 과거에는 상대팀의 반칙으로 프리킥을 차게 될 경우, 상대팀은 11m 떨어진 곳에 수비벽을 세울 수 있었다. 문제는 이 11m 라는 수치를 지정해서 세울 수 있는 게 심판이었는데, 심판이 안보는 틈을 타서 수비벽을 한발씩 앞으로 움직이거나 하는 식으로 실갱이와 눈속임이 오갔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는 심판이 지워지는 스프레이를 통해서 아예 선을 그어버린다. 수비벽은 눈속임을 할 수 없으니 꼼짝없이 그 스프레이 선 위에서 벽을 세워야 한다. 실제로도 이런 것들은 경기 진행속도나 공정성의 향상에도 기여했다.

골프는 최근 올림픽 정식 종목에도 연속해서 포함되는 결과까지 얻어냈다. 생활체육으로 확대한다면 저변이 그리 크지 않은 골프로서는 큰 성과다. 그러나 과연 심판 없는 프로스포츠라는 것이 언제까지 어필할 수 있을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 든다. 올림픽정신과 스포츠정신의 제1미덕은 공정성과 정직성이다. 골프로서는 페어플레이를 보장할 수 없는 종목의 특성은 반드시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