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패션 취향 찾기 프로젝트 세 번째, 놈코어 룩

오늘 입을 옷을 고를 때나 새로 옷을 살 때, 꼭 쓸데 없는 그 놈의 ‘포인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좀 있다. 티셔츠를 살 때는 괴기스러운 그림이 그려진 것, 셔츠를 살 때는 칼라나 포켓에 믿을 수 없는 그림이나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패턴이 들어간 그런 것들 말이다. 멀쩡한 걸 두고 왜 그런 거에 끌리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내가 포인트를 싫어하는 탓도 있지만, 내가 안타까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포인트’라는 놈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잘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다리 앞쪽에 그림이 들어간 바지를 입은 사람을 본 건 10년도 더 됐다. 그땐 그게 멋졌다. 통이 넓은 바지에 말도 안되는 글귀가 써져 있었다. 무슨 뜻인지도 몰랐을 거다. 꼭 그런 글자들은 바지의 색과 상반되게 찬란하고 비비드한, 원색에 가까운 색이었다. 지금 시대에 통 넓은 바지는 와이드 핏이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귀환했다. 괴기스런 글자는 빼고. 돌아올 때 같이 안 온 걸 보면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옷의 포인트 그림이나 글자가 흉측하다는 건 아니다. 군더더기 없이 네모난 그림만 떡하니 있거나, 거추장스럽지 않을 정도의 작은 글자 정도는 용납할 수 있다. 요즘은 트렌드랄 게 없지만, 그래도 심플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트렌드니 그것에 벗어나지 않는 정도라면 큰 글자도 괜찮다.

 

사실 포인트가 없이도 충분히 멋지게 입을 수 있다. 아무 그림도 없는 옷에도 디자인이 있기 마련이거든. 티셔츠만 해도 라운드 넥, 브이 넥, 보트 넥 같이 넥 디자인만 해도 여러 가지다. 라운드 넥은 너무 무난하고 질리는 데다 브이 넥은 도저히 못 입겠다고? 요즘에는 남성용 옷에도 보트 넥 티셔츠가 다양하게 나오는 추세다. 프랑스 브랜드 세인트제임스가 보트넥 티셔츠로 가장 유명하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옷들이 여러 브랜드에서 골고루 나오고 있다. 보트 넥 티셔츠를 입어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옷의 컬러나 재질도 잘 선택해야 한다. 지난 번 글에서 컬러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무채색 옷은 어디든 잘 어울리니 그림 없는 무지 티셔츠라도 충분히 멋진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아무 것도 없는 게 싫다면 스트라이프 티셔츠도 좋다. 무심하고 평범해 보여도 스트라이프 만한 포인트가 없다. 특히 가로 스트라이프는 왜소한 사람의 체형을 보완하고, 세로 스트라이프는 길어보이는 효과를 준다.

 

바지도 다를 거 없다. 청바지의 경우라면 아무 것도 없는 생지도 좋다. 카키나 짙은 베이지의 치노 역시 그렇다. 체크 무늬가 들어간 바지도 좋은 디자인이 많기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 소화하기 힘들 수도 있다.

 

‘놈코어 룩’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은 이 평범한 옷들을 잘 조합한 데서 나온다.  놈 코어(Normcore)는 평범함이나 기본을 뜻하는 ‘Normal’과 철저함을 뜻하는 ‘Hardcore’가 합쳐진 단어다. 특별해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촌스럽거나 뒤쳐져 보이지도 않는다. 딱히 트렌드랄 게 없는 스타일이라는 거다. 요즘처럼 개성이 중요시 되는 시대에 놈코어 룩으로도 충분하다. 대충 입은 것 같아도 그 속에는 그 사람만의 개성이 녹아들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