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박정민의 목적 있는 스윙

한국 프로 골프 투어에서 활약하는 박정민. 19살 나이에 1부투어에 데뷔했을 정도로 눈에 띠는 실력을 갖췄던 유망주. 그러나 이후 가세가 기울어져 골프를 중단해야하는 위기에 처했다. 보통의 많은 이들은 이 쯤되면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사실 환경이 이정도로 안좋다면 주저앉는다해도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박정민은 다른 길을 택했다. 하루 13시간 가량 골프레슨을 하다 한달에 100만원 정도밖에 벌지 못하자 다른 아르바이트도 병행했다. 비닐공장 아르바이트, 음식점 발렛파킹, 인력시장에 나가 공장 노동이나 낙엽치우기, 벽돌 나르기까지. 잠은 하루 4~5시간을 자며 끼니는 이동하며 때웠다. 심지어 돈은 일부는 집에 보태기까지 했다. 남은 돈으로는 2부 투어에 참가하고 쉬는 날엔 필드에 나갔다. 자기 전엔 맨손 스윙을 500 개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그렇게 5년간을 매해 코리안투어의 문을 두드리던 그에게, 레슨을 통해 알게 된 김경훈 알엠케이 사장이 딱한 사정을 알고 후원자로 나섰다. 덕분에 지난 한 해 연습에만 전념해 5년만에 다시 시드를 얻었다. 절실함과 절박함이 가득 담겼던 지난 세월 때문이었을까,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나는 박정민 선수의 이 일화를 보며 진심으로 감탄하고 감동했다. 헬조선 꼰대들마냥 ‘봐라, 노오오오력을 하면 안되는 게 없다 이 노예들아’ 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사람이 역경을 받아들이는 데는 여러 가지 태도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박정민 선수처럼 역경을 딛고 오래 노력한다고 해서 그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사실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일을 알아보거나 다른 기술을 배우려는 노력 또한 굉장히 합리적이고 건강한 선택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원한다면 박정민 선수와도 같은 선택지도 있다는 말이다.

얼마전 유행한 책 <미움 받을 용기> 에서는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하며 프로이트의 트라우마 이론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 데는 과거의 일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만일 정말 그렇다면 똑같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선택을 해야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은 과거에 입은 상처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사람은 사실 목적을 위해 행동한다. 히키코모리가 된 사람은 과거의 상처 때문이 아닌, 히키코모리인 상태가 자신에게 편하고 유익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박정민 선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 사는 젊은이들의 많은 부분, 특히 흙수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그렇다. 진정한 흙수저들은 인터넷에 징징댈 시간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돈을 벌면 저축이 안되는 걸 떠나서 집에다가 갖다 바치는 게 첫 번째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며 일단 생존을 위해 살아간다. 박정민 선수도 그랬다. 그러나 그는 목적을 두고 그 삶을 이어갔다.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다. 박정민 선수처럼 살라고 강요할수도 없다. 실제로 고된 노동을 한번이라도 해봤다면, 그런 말은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박정민 선수가 시사하는 바는 그런 노오력을 해라 따위의 꼰대질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시사점은 바로 희망이다. 성장이 멈추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없어진 이 시대에, 골프라는 스포츠를 통해 아직 희망이 있음을 역설한 이 젊은이에게서. 나는 희망을 봤다.

목적이 있는 삶이란 중요하다. 인생의 큰 대의명분과 목적을 세우면, 사실 살면서 겪고 행하는 모든 것들은 아닌 것 같아보여도 목적을 위해 봉사하게 마련이다. 박정민 선수의 그 목적이란 바로 골프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고생은 결국 골프를 위한 것이 된 것이었고, 보상받게 된 것이다. 고생 끝에 다시 열어젖힌 문인만큼, 박정민 선수의 골프 인생이 길고 곧고 튼튼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