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알못의 골프단상 52

세계 1위, 그 허상을 쫓고 또 쫓기는 한국

노벨상 시즌만 되면 온 국민과 신문들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과연 한국에서 노벨상을 받는 사람이 나올 것인가. 난 직업이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이슈에 대해서 더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어왔다. 한국인들은 노벨 과학상은 일찌감치 포기했는지 별 관심도 없지만 문학은 상당히 만만하게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노벨문학상을 고은 시인이 받니 안받니로 지난 10년이 넘도록 떠들어대서 정말 신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젠 좀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웬걸, 한강 소설가가 맨부커 상을 받은 이후로는 또 불이 붙었다. 거기다가 옆나라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벨 문학상을 받니 안받니, 일본은 받는데부터 시작해서… 아주 죽을맛이다. 보고 있기가 괴롭다.

얼마전 티비 프로에서 김영하 소설가도 나와서 이야기했지만 이런 건 다 한국인들의 인정욕구에 기인한다. 이제 우리도 세계에서 뭔가 좀 인정받아보고 싶다. 특히 문화적으로 좀 고급진 나라, 민족이라고 인정받고 싶은데 만만한게 문학이니 그걸로 좀 세계 1등을 찍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심리.

다 쓰잘데가 없다.

아니 그냥 다 쓰레기같은 심리고 쓰레기같은 생각들이다.

노벨 문학상을 누가 받았다 치자, 그래서 뭐 어쩔것인가. 대한민국 사람들의 독서량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이다. 평소에 책 한권, 아니 한 페이지도 안읽는 사람들이, 특히나 소설이라곤 읽지도 않는 양반들이, 그래서 소설가 이름이라도 한두명 댈수도 없는 사람들이 자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누가 받니마니가 왜 중요한 것인가?

비슷한 일은 특히나 스포츠계에서도 빈번하다. 아니 평창 올림픽이 개최되는 건 개최되는 거고 거기서 우리가 왜 아이스 하키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야 하는건가? 한국에서 아이스 하키를 누가 보긴 보나? 물론 보겠지. 근데 엄밀히 말해서 비인기 종목이고 소수가 즐기는 스포츠다. 아무리 동계 올림픽의 꽃이 아이스 하키라곤 해도 굳이 거기에 몰빵하려고 외국인 귀화시켜, 스포츠 뉴스에서 하키 띄워줘, 이게 뭐하는 짓인가? 평소에 아이스 하키를 보고 즐기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된다고?

얼마전엔 일본 육상 1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이 작성됐다. 일본랭킹 1위 선수가 최초로 9초대를 끊었는가 하면, 2위 선수는 10초00을 끊어 그 바로 밑을 장식했다. 그 뉴스에서도 댓글로 부럽다 어쩐다 투자를 안해 개판이다 어쩐다 했는데 아주 가관이었다. 평소에 100m 달리기에 그렇게 관심들이 많으셨나? 한국 육상에 그렇게 지대한 관심들이 많았는지 참 몰랐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일본과 한국은 아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일본은 세계 1위를 배출하기 위해서 먼저 시스템을 뜯어 고치고 재정비한다. 스포츠의 경우, 일본은 이미 세계에서 알아주는 생활체육 국가이다. 전국민이 하나씩은 즐기는 스포츠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종목별로 리그도 탄탄하고, 풍부한 인재풀에서 나오는 양질의 선수들이 피라미드 형태로 생태계를 구축한다. 각 협회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점점 전체적인 스포츠 판의 크기가 커지며 시스템이 정비된다. 그 시스템 안에서 세계 1위가 탄생한다. 앞서 말한 일본 육상의 9초대 진입이 대표적이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다. 개판 오분전인 스포츠 판에서 운좋게 세계 1위가 탄생한다. 정말 이것조차도 기적이다. 근데 스포츠 판은 그 선수를 통해 시스템을 재정비할 생각은 안하고, 그 세계 1위 선수를 단물까지 쪽쪽 빨아먹는다. 그 선수가 은퇴하고 남으면 그 스포츠판에 남은 건 폐허 뿐이다. 탄탄한 리그? 풍부한 인재풀? 전국민의 관심과 생활체육화? 그딴건 없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면 김연아의 케이스를 보자. 김연아가 있을 때조차 그랬지만 김연아 이후의 한국 피겨 스케이팅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 이런 케이스는 너무 많다. 배구의 김연경은? 축구의 박지성은?

그래서 골프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나?

일본에서는 마쓰야마 히데키가 세계랭킹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한국 남자 프로 골퍼 중에서는 이제 그 근처에서 경쟁할만한 선수도 없다. 그나마 슬퍼해야할지 다행이라 해야될지 모르겠는건 언론도 그렇고 팬들도 그렇고 이상한 환상이나 기대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개판 오분전의 시스템에서 세계랭킹 1위가 나오길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한국 골프계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시스템을 정비해서 그 시스템의 힘으로 세계랭킹 1위를 배출시킬 생각을. 여자 프로 골프 조차도 협회가 뭘 한건 없다. 엄청난 인재풀에서 재능들이 쏟아져나와 경쟁했기에 가능했던 지금의 전성기다. 어쩌면 지금 상황에선 남자 프로골프에서 갑자기 랭킹 1위가 나오는 건 독일수도 있을 것이다. 랭킹 1위가 나온다한들 협회가 뭘 하는 건 여전히 없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