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알못의 골프단상 54

프로 스포츠와 선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승엽 선수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MLB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 선수도 부상에서 복귀해 열심히 투구중이다. 뜬금없이 이 두선수 이야기를 하는 건, 은퇴하는 미야자토 아이 선수의 기사를 읽은 뒤이기 때문이다.

미야자토 아이, 사실 이번에 은퇴한다는 기사를 보고 처음 안 선수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난 골알못이니까. 헌데 이 선수, 기사를 찬찬히 살피며 프로선수로 활동한 생활을 읽어나가다 보니, 대단한 선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특히 프로페셔널에 입각한 매너와 스포츠맨십이.

2004년 일본 여자 프로 골프 투어에 혜성처럼 데뷔한 미야자토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잠시 부진했지만 2010년엔 5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 등극. 그러나 2013년부터 부진이 이어졌다. 프로생활에서는 굴곡이 있었지만 일본 여자 프로 골프계에 미친 영향은 가히 ‘박세리급’ 의 선수라고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거의 한 나라의 스포츠 산업계를 뒤흔들어놓고 바꾼 정도다.

이런 미야자토 아이의 ‘인성’에 대해서는 여러 일화가 있는데, 영어를 못하던 2006년엔 동료들이 저녁식사에 초대하자 사전을 가지고 나가기도 했고, 캐디 바꾸기를 밥먹듯이 바꾸는 그 세계에서 마이크 시본이라는 캐디와 12년 LPGA 투어 생활을 같이 했다. 중간에 드라이버에 한번 퍼터에 한번 입스가 왔지만 그것까지 같이 겪어냈다. 로레나 오초아 선수는 은퇴 경기에서 “가장 좋은 친구” 라며 미야자토를 찍어 경기했다. 또 아무리 라운딩 성적이 처참해도 일본 기자들에게는 매 홀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하기로도 유명했다. 모두가 앞다투어서 “미야자토를 나쁘게 말하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고 이야기한다.

이런 좋은 선수를 은퇴할 때가 되어서야 알다니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아마 내가 일본인이었다면 미야자토 때문에 골프를 더 좋아하고 빨리 골프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헌데 뜬금없이 앞에 언급한 두 야구선수는 뭘까?

바로 팬들에게 사인 안해주기로 유명한 두 선수다. 이승엽 선수는 정말 팬들에게 사인 안해주는 걸로 유명하다. 류현진 선수는 아예 팬들의 사인 요청을 거부하고 도망가는 영상이 남아있다.

아이러니 하지만 이 두 선수를 좋아하는 한국 팬들은 여전히 많은데, 난 이것조차도 미스테리하다. 팬을 개무시하는 선수를 왜 좋다고 따르는 건지. 팬들에게 불친절하다 못해 사인을 매번 거부하거나 도망가는 건 웃을 일이 아니다. 스페인에서는 한 선수가 멀리서 자신을 보러 온 꼬마 팬의 응원과 사인을 아예 쌩까고 지나가버려 맹비난의 폭격이 떨어지고 있다. 이승엽 선수의 경우는 자신의 사인볼이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팔리는 걸 보고 마음이 상해 해주지 않는다고 변명했지만, 박용택 선수의 경우는 다른 인터뷰에서 만일 자신의 사인볼이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팔린다면 모든 팬들에게 다 사인볼을 줘서 가치를 0으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말해 대비를 보였다.

프로스포츠는 팬의 사랑을 먹고 산다. 어느 감독의 말처럼 ‘볼펜 한자루 만들어내지 못하는 생산성이라곤 없는’ 스포츠 선수가 밥을 먹고 사는 건 전적으로 팬의 사랑과 응원덕분이다. 이승엽 선수나 류현진 선수라고 예외는 아니다. 때문에 팬을 무시하는 건 이미 프로라고 볼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미야자토 아이 선수는 커리어 전체를 탑으로 보낸 건 아니었지만, 은퇴하는 시점에서 그 어떤 선수보다도 TOP 골퍼로 남을 것이다. 그녀는 훌륭한 ‘프로 선수’ 였으니까. 한국의 골퍼들도 다 모두들 ‘프로’ 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