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알못의 골프단상 55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

박정민 선수의 칼럼을 쓸 때 네 개 신문의 인터뷰를 읽었다. 그 중 한 신문은 헤드라인을 이렇게 뽑았었다. “꿈에는 자존심이 없다.” 막노동까지 불사하며 힘든 시절을 보내면서도 골프채를 놓지 않았던 박정민 선수의 인터뷰 기사로서는 아주 적절하고 피가 끓어오르는 헤드라인 아니었나 싶다.

이번에 양용은 선수의 기사를 읽으면서 그 헤드라인이 떠오른 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아시아 남자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미국 프로골프 투어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선수, 그 양용은 선수가 일본 프로골프 투어 큐스쿨에 응시한다.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챔피언 출신으로 일본 프로투어에 초청도 아니고 큐스쿨 응시라는 건 자존심이 상할법 하지만, 양용은 선수는 쿨하게 ‘메이저 우승은 이미 지난 일이고, 자신은 어디 초청받을 선수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선수라면 출전 자격이 없고 초청도 받지 못하면 월요 예선이든 뭐든 가능성이 잇는 기회를 살리려고 도전해야 하는 것이 맞다’ 라고 했다. 조건이 되는 대로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크게 자존심 상할 일이 아닌, 프로선수의 당연한 과정이라는 것이었다.

그의 나이가 현재 45세. 이미 최경주 정도를 제외하면 같은 나이 또래에선 대부분이 은퇴를 한 상황이다. 과거의 영광을 빛삼아서 그 그림자 안에서 나름 안위를 구축하며 살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도 ‘현역’으로 남아 끊임없이 도전하고 채찍질하는 것을 택했다. 그런 그의 도전에는 나이가 없었다. 자존심 역시 없었다. 그의 모습에서 진정 ‘프로 골퍼’의 모습을 봤다면 과장일까.

축구나 야구로 종목을 옮겨보면 팬들이 가장 분통을 터뜨려하는 경우가 바로 이 ‘프로 의식’의 결여를 보일 때다. 지난 칼럼에서 말한 팬들을 개차반 취급하는 건 둘째치고, 경기장 안에서의 프로의식조차도 결여되어 보일때를 말한다.

프로야구의 김태균 선수의 경우, 일본 프로야구에 잠시 진출했을 때, 구단과는 일절 상의도 하지 않고 갑자기 한국으로의 복귀를 결정하고 통보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진 때문에 무서웠다, 일본 선수들은 나를 왕따시켰다, 하이파이브조차 해주지 않았다 등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는 까보니 전부 거짓말이었다. 일본선수들은 김태균 선수를 왕따시킨적이 없었고, 하이파이브조차 해주지 않았다는 말은 실제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사진 한방에 거짓으로 증명됐다. 거기에 더해 왕따시켰다던 일본 선수중 하나는 김태균 선수를 자주 식사자리에 초대하기도 했고, 자신이 재일교포라는 비밀 이야기(일본에서 재일교포 커밍아웃은 아주 민감한 이야기이다.)까지 김태균선수에게 전했는데, 김태균 선수는 뇌가 우동사린지 모르겠지만 언론에 아무생각없이 그 얘기를 퍼뜨리며 한국으로 복귀해 그 선수만 곤란한 처지에 처하기도 했다.

축구에서도 조금은 다르지만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 박주호 선수가 도르트문트로 이적했을 때만 해도 축구팬들은 응원하고 있었다. 그가 주전에서 탈락하고 벤치멤버가 되고, 2군 멤버가 되자 팬들은 이제 경기에 전혀 뛰지 못하니 볼수가 없는 이 선수가 하루빨리 이적을 해서 경기를 뛰기를 바랬다. 그래야 국가대표 경기에도 나오고 보탬이 될 것 아닌가. 그러나 박주호 선수는 그대로 도르트문트 2군에 남아 부상에서의 회복, 그리고 구단에서 자신의 야망이 아직 있음을 이유로 팀을 떠나지 않고 있다. 팬들은 기다리다 지쳐 이제는 분통을 터뜨리고 하나둘 팬질 자체를 그만두고 있다. 이미 실력적으로 야망적으로 아무 비전이 없는데도 도르트문트 2군에 남아 생활하는 이유는, 박주호 선수가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고 이 때문에 이미 젊은 나이부터 노후 대비용 지도자 생활 구상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진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이제 박주호 선수를 ‘응원’한다고 볼 수 있는 팬은 사실상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맨십이란 꼭 경기에서 잘하고 매경기에서 1등을 하고 이런 것에서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지더라도 잘 지는 것.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 팬들의 성원에 작게나마 보답하는 것. 그리고 언제나 최선을 다해 도전한다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것. 사실 스포츠의 팬들이란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양용은 선수를 팬으로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