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알못의 골프단상 56

죽음을 이겨낸 골퍼, 박혜준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오면서 생각한다. 이제 세상에 내가 못할 일은 없다. 나도 그랬다. 그리고 그 이후로 실제로도 쭉 그렇게 살아오고 있다. 굉장히 괴로운 일을 겪게 되더라도, 군대만 떠올린다면… 아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 내가 뭘 못하겠는가. 근데 여기 군대도 아니고 죽음의 문턱까지 넘어갔다 온 사람이 있다. 프로골퍼 박혜준이다.

17세에 한국 프로 골프 협회 프로테스트에 응시, 예선 1위 본선 2위로 한방에 준회원 자격을 얻은 남자. 문제는 프로 골퍼가 된지 28일차, 준회원 합격증이 채 나오기도 전에 병원에서 혈액암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치료중 사망 확률은 80%. 치사율이 50%만 되도 앞을 장담할 수 없는데 80%의 치사율은 어린 그에게는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독한 약에 머리가 빠지고 몸무게는 15kg 가 빠져 53kg 에 불과했다. 일반 병동도 아니고 죽음을 준비하는 호스피스 병동에까지 입원했던 그는 이를 악물고 항암치료를 이겨냈다. 마침내 1년반이 지나 예비 완치 판정을, 퇴원하고 5년이 지난 지난 2016년, 그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병상에 누워서도 골프그립을 쥐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던 그가, 이제 정규투어에 입성한다. 이미 지난 6월 2일 KPGA 정회원 자격을 취득했다.

한국 남자 프로 골프에 스타가 없다곤 하지만, 이정도 스토리를 가진 선수라면 아직 스타까진 아니어도 주목할만한 예비 스타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거기다 이 친구, 잘생기기까지 했다. 이건 좀 짜증나는 부분이긴 하다. 게다가 잘생기고 스토리까지 있는 친군데, 죽음의 문턱까지 가서 이겨내고 왔으니, 앞으로의 성적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군대만 갔다와도 (군대가 쉬운 건 아니지만) 삶의 에너지가 달라지는데, 박혜준 골퍼 정도면 어느정도의 모티베이션이 있을지 가늠도 안된다. 웃을 일이 아니다. 실제로 스포츠 도박사들은 이런 개인적인 상황들까지 변수에 넣어 승률을 체크한다.

내가 도박사라면, 박혜준 선수의 경기에 걸 것이다. 죽음마저 이겨내고 돌아온 그의 호쾌한 스윙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