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드 – 계절을 겹쳐 입다.

가을은, 너무, 짧다.

내 여자친구의 쌍둥이 여동생은 이미 결혼해서 애가 둘이다. 태어난 지 20개월 된 봄이와 임신 6개월 차에 접어든 토리. ‘봄’ 과 ‘토리’ 는 애칭이고, 봄이의 본명은 ‘하윤’이다. 사실 첫째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봄’ 이라는 애칭이 예뻐서 그대로 이름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2월생이라 시기적으로도 ‘봄’을 맞이하는 아기였으니까.) ‘봄’ 이나 ‘가을’ 은 계절이 너무 짧아서 단명한다는 ‘미신’이 있어 이름으로 안 좋다는 어른들의 의견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황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이를 얼마나 생각하면 그러실까, 이해가 가기도 하고.

갑자기 아기 봄이 이야길 꺼낸 건, 10월 중순에 접어드는 요즘 ‘가을이 짧다’ 는 사실을 여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가을은 없는 계절이 되어가는 듯하다. 선선한 늦여름이 10월 말까지 이어지다가, 갑작스럽게 겨울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아직 더위가 한창이던 9월 중순부터 이미 브랜드에선 ‘2017 f/w’ 신상을 내놓고 있지만, 선뜻 가을 옷 사기가 꺼려지는 이유도 ‘가을이 짧다 못해 없는 것 같아서’ 인 것 같다. 결국 얼마 못 입고 겨울이 올 텐데, 싶어서.

레이어드가 답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넣어두시고, 마음껏 가을 느낌 짙은 옷들을 사도 좋다. 특히 상의는 꼭 사도록 하자. 가을, 겨울에만 가능한 패션의 특권, 레이어드라는 방법이 있으니까! 레이어드는 말 그대로 몇 개의 옷을 겹쳐 입는 방법이다. 때문에 봄, 가을 외투였던 자켓들이 겨울엔 센스 있는 이너가 될 수 있다. 겨울이라고 매일매일 온몸을 가리는 패딩이나 다운 자켓만 입고 다닐 순 없다. 티셔츠, 셔츠, 니트, 자켓, 코트까지. 지난 계절들을 차곡차곡 잘 겹쳐 입으면 겨울이 완성된다.

1. 여름에 입던 그 티셔츠, 아직 넣지 마시게.
반팔 티셔츠라는 게 그렇다. 싼 걸 사면 싼 게 비지떡이라고 몇 번 세탁하고나서는 외출복으로 입기 좀 그렇고, 비싸고 튼튼한 걸 사도 매번 스팀다리미로 다리거나 옷 매장처럼 정갈하게 개어놓지 않는 이상 후줄근해지고 만다. 그런 티셔츠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계절이 바로 가을, 겨울이다.

맨투맨이나 후드, 또는 니트 안에 반팔 티셔츠를 레이어드 해보자. 단, 이 때 반팔 티셔츠의 길이가 위에 겹쳐 입는 옷보다 조금 더 길어야 포인트가 된다. 가장 무난하게는 화이트 티셔츠가 깔끔하고 좋다. 하지만 맨투맨, 후드, 니트 등의 색감이 무채색이거나 칙칙할 땐 오히려 비비드한 색의 반팔 티셔츠를 레이어드하면 과하지 않은 센스를 발휘할 수 있다. 예전에 배우 공유가 평범한 회색 맨투맨 안에 비비드한 핑크 티셔츠를 레이어드했을 때를 떠올리면 된다

2. 데님 자켓, 단정한 코트 안에 자유분방함을 담다.
가을이면 만만한 게 데님 자켓이다. 대충 화이트나 블랙 티셔츠 하나 입고 그 위에 툭 걸치기만 하면 되니까. 블랙 진에도 어울리고, 슬랙스와도 궁합이 좋으니까. 그러니, 이 짧은 가을, 겨우 몇 번 입고 옷장으로 직행하기엔 너무 아쉽다. 그럴 땐, 가을 아우터였던 데님 자켓을 겨울 이너로 활용해보자.

특히 오버 사이즈 핏이 대세인 요즘에는 특히 이런 레이어드가 용이하다. 캐주얼한 셔츠에 데님 자켓을 걸치고, 그 위에 오버 사이즈 코트를 레이어드하자. 슬랙스나 블랙 진에 질 좋은 가죽의 구두, 부츠를 매치하면 금상첨화다. 뒤에서 보면 아주 포멀한 느낌이지만, 앞에서 보면 코트 안으로 보이는 데님 자켓의 색감이나 질감에서 자유분방함도 드러난다.

3.패딩 베스트, 더 이상 학생의 전유물이 아니다.
패딩 베스트가 대중화된 요즘, 그 종류나 두께, 모양도 다양해졌다. 덕 다운이 빵빵하게 들어가 있고, 지퍼를 다 올리면 목까지 감싸는 스포티하고 캐주얼한 디자인이 있는 반면, 얇지만 따뜻하고 라운드 넥이나 브이 넥이로 처리되어서 자켓, 코트 안에 입을 수 있는 포멀한 디자인도 있다.

두께감이 있고, 너무 슬림하지 않고 레귤러한 핏의 캐주얼 셔츠에 패딩 베스트를 레이어드하면 아주 쉽게 센스 있는 룩이 완성된다. 기왕이면 각이 잘 잡히는 셔츠이거나 도톰한 플란넬 셔츠면 깔끔하다. 치노 팬츠, 데님 팬츠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운동화나 부츠에도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