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기가 휘날린다. 아이들이 한껏 설레는 표정으로 하나,둘 씩 모여든다. 각자의 일들을 미뤄두고 모인 부모님들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기 위해 돗자리와 먹을 거리를 챙겨 자리를 잡는다. 청팀, 백팀 아니면 홍팀. 진정한 스포츠 축제의 현장이 펼쳐진다. 운동장 곳곳에서 다양한 스포츠 경기가 벌어지는데, 그야말로 올림픽에 버금가는 열정으로 분위기는 삽시간에 달아오르게 된다. 시키지도 않은 응원을 하느라 구경하는 이들도 다음날 아침이면 깊게 잠긴 목청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비록 어린이 집이긴 하지만 얼마 전 자녀의 가을 운동회에 학부모 자격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넓은 잔디구장에서 제법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에 맞추어 홍팀과 청팀의 귀여운 아이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또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런 것이 스포츠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승부욕에 꽤나 진지한 얼굴을 한 어린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사람에게는 원래부터경쟁심이 있었다고 밖에 생각 되지 않는다.  

사실 처음 시작할 무렵에는 남들 하는 만큼만 적당히 참여하고 편히 집으로 돌아오려고 했었으나, 우리가족이 속한 홍팀이 이왕이면 이겨서 아이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시간이 갈 수록 더욱 열정적인 응원과 참여를 하게 되었다. 물론 패배를 인정하는 바람직한 모습도 연출해주면서 말이다. 하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심심해 하는 부모들을 위해 중간중간 어른 간의 스포츠 경기도 마련해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평범한 20~40대 부모들은 갑작스러운 운동경기에 소심하게 접근하였으나 역시 스포츠는 냉정한 법.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있어야 하며 상대의 체격이 우월하여 불공평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반 강제적인 경기였다. 종목은 바로닭싸움‘. 아들 친구의 아빠와의 한판 승부는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하는 주문을 외우기에 충분했지만 많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굳어있는 뻣뻣한 다리를 부여잡고 나도 모르게콩콩뛰고 있었다.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이 또한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구경거리였을 것이라고 믿는다.  

스포츠의 힘이다. 그것도 직접 몸으로 느껴보니 더욱 깊게 느껴진다.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엮어주는 매개체로 스포츠 만한 것이 없다. 같이 공을 주고받든 같은 목표지점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든 같은 마음이 되는 것이다. 응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속해있는 팀이 이기길 바란다. 당연한 얘기지만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팀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대중적인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를 생각해보라. 결과가 좋지 못하면 격한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하지만 막강한 상대를 무찌를 때면 온몸에 전율이 올 정도의 기쁨을 느낀다. 바로 이런 것이 스포츠인 것이다. 어린이 집 운동회면 어떠한가. 유럽의 챔피언스리그면 어떠한가. 스포츠가 주는 영향은 결국 같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