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알못의 골프단상 59

하타오카 나사가 말하는 미국 생활

하타오카 나사 선수. 방년 18세의 어린 여자 선수. 스타에 목마른 스포츠계, 특히나 현대에 와서 전세계적으로 열광할만한 선수를 딱히 배출해내지 못한 일본으로선 눈이 번쩍뜨일만한 선수다. 이미 일본 언론에서는 ‘천재 소녀’ 라며 띄어주기에 나섰다. 실력도 출중하다. 바로 지난 일본 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히구치 히사코 이후 40년만에 대회 2연패를 달성, 이를 포함해 JLPGA 투어 최연서 메이저 2승, 일본여자오픈 최연소 우승, 메이저 72홀 최소타 기록, JPLGA 투어 최연소 통산 3승 달성 등의 화려한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국 LPGA 투어의 도전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컷탈락만 11번에 상금 순위는 136위에 그쳐 2018시즌 시드도 잃었다. 그러나 비록 부침이 있었지만 하타오카는 다시 일본으로 복귀해 힘을 추슬렀다. 인터뷰를 보면 그녀는 좌절도 있었지만 다시 씩씩하게 LPGA 투어에 도전하고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흥미로웠던 건 역시 그녀가 직접 밝힌 미국 생활의 어려움이었다. 먼저 LPGA 투어의 살인적인 스케쥴 상 고정된 집을 가질 수가 없이 호텔 생활을 전전했다. 이는 이미 여러차례 미국에 진출한 선수들이 말해왔던 사항이기도 하다. 심지어 고정된 집을 가진다 하더라도 투어 스케쥴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은 1년 통틀어 1주일 ~ 한달이 될까말까라고 한다. 물론 이런 생활을 이겨내고 정상급 선수 생활을 하는 선수들도 많지만 18세의 어린 여고생이 감당하기에는 이역시 쉽지 않는게 정상이리라.

이에 더해 경험 부족으로 경기 일정도 잘 짜지 못했으며 컨디션도 올리지 못했다. 기술적으로도 아쉬움이 많은데다 스윙을 봐줄 코치도 없어 아쉬움을 더했다. 18세의 어린 여고생은 부모님과 통화하며 울기까지 했다니, LPGA의 스케쥴과 강도는 갈수록 논란을 더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했다. 이 기사의 인터뷰를 보며 나는 LPGA에서 조만간 스케쥴 때문에 과로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리라고 확신에 가깝게 생각했다.

사실 이미 수많은 골퍼들이 이동거리로 인한 체력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거의 바로 공항으로 직행하는 이야기는 이제 놀랍지도 않고, 더군다나 LPGA의 세계진출 정책은 안 그래도 길고 촘촘한 이동거리와 스케쥴을 더 전지구적인 크기로 개판을 만들어놨다. 골프선수의 보여지는 모습이 느긋하게 필드를 걸어다니며 한가롭게 스윙만 하는 걸로 보여 도대체 뭔 체력 타령인가 싶을 수 있지만, 당장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비행기로 대륙간 이동하는 스케쥴을 상상해보면 그 강도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안락한 이동수단이라도 그것을 타고 긴 거리를 고속으로 이동하는 것은 몸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물론 당연하지만 기사에 달린 댓글도 체크했다. 댓글은 이 18세의 어린 여자 선수가 겪은 고충과 힘든 스케쥴, 그리고 그런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와 성인무대에서 여전히 승리를 이어나가는 천재적인 재능을 모두 ‘일본인’ 이라며 개무시하고 있었다. 댓글엔 모두 ‘그래봤자 박성현이 성적이 더 좋다’부터 시작해 ‘같은 스케쥴을 그럼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이겨냈느니’ 며 화룡정점으로는 ‘나약한 변명일 뿐이다’ 까지 이르렀다.

이게 진짜 매너를 시작과 끝으로 삼는다는 골프 팬들의 수준이라면, 골프는 참 더러운 스포츠라고 볼수밖에 없다. 어떻게 항상 댓글만 확인하면 이런 꼴이 나는건지. 실제로 이 사람들이 골프채를 손에 잡아보긴 한 사람들인지는 의심스럽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라면 더 소름돋는 이야기겠지만.

한국 선수들의 불굴의 의지와 독종같은 근성, 천재성과 매너 등은 탑클래스라 부르기 손색이 없다. 그러나 모두가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박세리 등 1세대 메이저 진출 선배들조차도 이제는 ‘골프장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골퍼가 되라며 호소하고 있다. ‘경주장의 경주마처럼 골프하지 마라’는 선배들의 말이 있음에도 여전히 한국에서 골프를 한다는 것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골프’를 위해 희생한다 는 뜻이다. 경쟁은 때로 긍정적인 것이고 발전을 도모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부터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패배할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멸시를 던지는 사람들이 되었는가. 골프가 그런 것들도 가르치던가? 골프에서의 경쟁은 약자와 패자에 대한 멸시를 말하는 건가?

스스로를 골프인, 골프를 치든 골프를 보러다니는 팬들이든, 어쨌거나 골프인이라고 생각한다면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