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알못의 골프단상 61

최운정 인비테이셔널, 이런걸 찍어라.

요즘 먹방과 외국인 방송이 대세다. 사실 이런 자극적인 푸드 포르노 방송들, 그리고 국뽕을 사발로 들이키는 두유노우킴치 방송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편이다. 사실 한국의 미래를 보려면 일본을, 한국의 과거를 보려면 중국을 보라는 말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일본의 모습은 정확히 10년에서 20년후의 한국이라고 보면 된다. 아니라고? 실제로 20년전 일본에서 대유행했던 것이 바로 이 먹방과 외국인 방송이다.

그러나 어떤 문화가 저급하고, 저속하고, 너무 자본주의적이고 대중적이고 뭐 이런걸 다 떠나서, 먹방과 외국인 방송이 대세고 인기있음을 부정할수는 없다. 방송은 시청률에 먹고 산다. 시청률이 나와야 광고가 붙고 먹고 산다.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생사를 걸고, 그야말로 사활을 건채로 자신들의 일에 임하는 것뿐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저속한 방송은 사실 그게 ‘팔리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뿐이다. 대중은 냉정하고 방송사들의 눈치는 빨라서 이게 단물이 빠지고 끝물임이 느껴지면 그야말로 소리소문도 없이 TV에서 사라진다. 정말로 ‘꼬우면 안보면 그만’인 것이다.

최근에 골프 기사를 체크하다 가장 눈에 띤 것은 다름아닌 ‘최운정 인비테이셔널’ 에 관한 기사였다. 골알못인 나는 당연히 이게 ‘최운정이라는 골퍼 혹은 재단이 주최하는 골프대회’겠거니 생각했지만 물론 경기도 오산이었다.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릴 때마다 최운정 선수는,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가족, 캐디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는 모임을 연다. 이 모임을 다름아닌 ‘최운정 인비테이셔널’이라 부른다고 한다. 근데 이 모임의 인기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올해의 최운정 인비테이셔널 장소는 인천 송도의 한정식당이었고 여기에는 투어 관계자들을 비롯해 미국, 스웨덴, 독일, 태국, 일본, 캐나다 등 전세계를 총 망라한 투어 참가 선수들에, 그들의 가족, 캐디 등 40여명이 모였다. 한상 떡벌어지게 차려진 음식들에 선수들은 너도나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먹방’을 찍었고, 여기에 술이 등장하자 다들 얼굴이 달아오르며 파티 분위기가 되었다. 미국 선수 재키 콘코리노는 ‘소맥’을 말아 먹는걸 그렇게 좋아했다고 한다. LPGA의 경쟁적 분위기,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길어진 이동거리 등이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와중에, 선수 한명이 주최하는 조그마한 행사지만 경쟁에서 벗어나 서로 음식과 술잔을 돌리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장면은 투어 관계자들에게도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거기에 더해 한국의 이국적인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도 되니 아주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광경으로 보였다. 음식 값이 250만원이 나왔다는데 사실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해도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만든다 한들 선수들을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최운정 선수의 마음 씀씀이와 행보가 대단하다고밖에는 할말이 없다.

내가 안타까웠던 것은 가뜩이나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고 젊은층의 골프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 추세에서, 이 좋은 소재를 왜 방송으로 편성하거나 취재할 생각을 안했을까이다. 공중파 예능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다큐 3일 팀이라도 불러서, 아니 아침마당 팀이라도 불러서 취재했으면 이보다 더 좋은 골프 홍보 영상이 있을수가 있었을까. 먹방에 외국인에 대중들이 좋아하는 요소는 다 모여있는데, 사람들이 이 멋진 모습을 영상으로 봤다면 티비에 골프치는 모습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어도 골프에 흥미를 가지지 않았겠는가?

내년 최운정 인비테이셔널까지는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꼭 이런 행사를 내가 말한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중들이 골프를 좋아하고 즐길만한 소비재를 골프계는 자발적으로 제공해야한다. 그러니 답답해서 하는 말이지만, 제발 이런걸 찍으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