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에야를 처음 본건 태국 ‘짜뚜작’ 시장을 갔을 때다. 짜뚜짝은 태국에서 주말마다 여는 재래시장인데 1만 개가 넘는 매장이 장사를 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 쪽 구석에 사람들이 복작하게 모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배불뚝이 아저씨가 카레 볶음밥 같은 걸 팔고 있었다. 줄지어 사 먹고 싶었지만 날이 너무 덥기도 했고 먹어본 맛이겠지 하고 지나 쳤는데 그게 빠에야였다.

그 후 1년 뒤, 2년뒤 태국을 갔을 때도 그 배불뚝이 아저씨는 여전히 짜뚜짝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지금도 포털사이트에 ‘짜뚜장 시장 빠에야’를 검색하면 아저씨 사진이 보인다.  

 

12번째 여행인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갔을 때 태국에서 봤던 빠에야를 다시 만났다. 빠에야는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팬요리이다. 바르셀로나 현지에서도 제대로 된 빠에야를 먹기가 어려웠다.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 수많은 빠에야 집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냉동된 빠에야를 팔고 있어 신중하게 골라서 들어가야 했다.

먹물 빠에야와 해물 빠에야, 샹그리아 한잔.

 

 

조리 방법이 간단한 편이라 입맛이 없을 때 종종 해 먹는다. 이번에 내가 만들어볼 요리는 모둠 빠에야와 감바스다.

 

 

빠에야 재료

 

감바스 재료

재료: 흰쌀과 귀리, 새우, 카레(샤프란대신), 오징어, 닭가슴살, 베이컨, 양파, 마늘, 토마토, 파프리카, 레몬,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페퍼론치노

 

평소 빠에야를 만들 때는 새우만 넣는데 오늘은 재료를 많이 준비해봤다. 쌀도 흰쌀에 내가 좋아하는 귀리를 섞었다. 귀리는 옛날에 소먹이로 주던 곡식인데 건강식으로 요즘 대중화되고 있다. 쫀득한 식감이 좋다. 새우는 가난한 자취생이므로 베트남산 냉동 새우, 오징어는 먹고합시다 촬영하고 남은 반건조 오징어를 사용했다. 나름 생오징어랑 비슷한 맛이 난다. 살 빼려고 사뒀던 닭 가슴살과 베이컨은 사치지만 욕심 좀 부려 봤다. 카레는 빠에야의 노란색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데 원래는 샤프란을 써야 한다. 사프란은 비싸니까 카레로 대체!! 토마토는 빠에야에 처음 넣어 본다. 맛을 더 감칠맛 나게 해줄 것 같아 넣었다.

 

이번 포스팅에는 여행에서 사 왔던 향신료 들을 자세히 설명해볼까 한다.

제일 왼쪽에 있는 바질은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구입했고 두 번째, 세 번째 분홍색 락솔트와 통후추는 태국 여행 때 사온 것이다. 그라인드가 붙어 있는 것이라 쓸 때마다 갈아서 넣을 수 있다. 락솔트는 태국에서 사 온 걸 거의 다 먹어서 말레이시아에서 구입한 것을 채워 넣었다.

락솔트는 히말라야 앞바다에서 만들어진 소금이 히말라야 타고 세월을 거쳐 생성된 암염이다. 간수를 뺀 기간이 2억 5천만 년이라고 한다. 5%의 불순물을 제외한 95% 이상의 깨끗한 소금을 채취해 식용으로 사용한다. 혈액정화와 향균 향염 작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재료 손질이 끝났으면 이제 조리시작!

조리 전 해야 할 것: 생 쌀을 물에 30분간 불려둔다. 카레를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풀어둔다.

 

1_ 올리브오일을 중불에서 가열한 뒤 마늘과 양파를 넣어서 마늘 기름을 내준다.

2_ 닭 가슴살, 베이컨을 넣어 익혀준다.

3_ 기름이 어느 정도 나면 으깬 토마토를 넣는다.

4_ 불려뒀던 생쌀을 넣고 쌀이 투명해 질 때까지 저어 준다.

5_ 쌀이 익으면 물에 풀어뒀던 카레를 넣고 조금 저어 준다.

6_ 오징어와 새우를 넣고 살짝만 익힌 후 불을 끄고 뜸 들여 준다. (10분 정도)

감바스는 너무나 만들기 쉬우므로 조리 과정은 생략!!

 

간단한 한상 차림이 완성됐다.

모둠 빠에야와 감바스 그리고 지난번 집에 갔을 때 가져온 엄마가 만든 깨 줄기 튀김.

깨가 달린 그대로 튀긴 건데 이름을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대로 튀겨서 먹으면 고소한 것이 너무 맛있다. 약간의 느끼함을 달래줄 두 가지 소스는 말레이시아에서 사온 난도스Nandos와 인도네시아에서 사온 삼발Sambal 이다. 난도스는 시큼하면서 향신료 풍미가 느껴지고 삼발은 달콤하면서 매운소스다.

 

 

빠에야는 생쌀을 익혀가며 하는 팬요리라 조금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만들기 쉬운 스페인 요리다. 스페인에는 카탈루냐라는 지방이 있다. 그 지방 중심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르셀로나가 있다. 내가 여행갔을 때 마침 FC바르셀로나와 뮌헨이 4강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경기가 있기 전 가우디의 작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러 갔었는데 우승컵을 들고 성당에서 나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아마도 순조로운 경기를 위해 의식을 치르고 나오는 거겠지.

나는 축구는 관심이 없어 그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경기인 줄 몰랐다. 현장에서 경기표를 사려고 했는데 그 표는 아무나 구할 수 없는 비싼 암표 밖에 없었다. 아쉬운 대로 숙소 근처 펍에서 현지 사람들과 경기를 봤다. 열기가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릴 때 보다 더 뜨거웠다.

이 날은 아침부터 각지에서 모여든 FC바르셀로나 팀들은 무슨 행렬이라도 하듯이 줄지어서 모여 다녔다. 사진을 남겨두지 않아 아쉽네. 그때 그들이 들고 있던 국기는 스페인 국기도 아니고 FC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문양도 아니다. 바로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국기였다. 바르셀로나 집집마다 저 국기를 매달고 있었다.

카탈루냐는 다시 한번 스페인에서 독립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하루빨리 국가 내 유혈 진통이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한다. 다시 붉어지는 이번 사태를 보며 나는 스페인을 갔다 왔다 해야 할지 카탈루냐를 갔다 왔다 해야 할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