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2초, 3초.

1초를 세는 순간 1초는 이미 지나가고, 2초를 세는 순간도 이내 3초 뒤로 사라지고 만다.

 

우리는 이렇게 언제나 순간의 순간에 있다.

순간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그 ‘순간’들을 기억하는 동물이다.

물론, 그 기억은 ‘순간’들의 편린이거나 그들의 조합일 가능성이 크다.

 

“눈  깜짝할 사이의 매우 짧은 동안”

 

‘눈  깜짝할 사이의 매우 짧은 동안’의 연속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순간’은 공평하다.

 

누구에게나 ‘순간’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 무슨 말장난이겠냐마는, 어쩌면 우리의 인생이 그리고 삶이  장난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쾌락은 순간에 기반한다.

뭔가를 느꼈을까 싶었을 때 그것은 이내 사라진다.

 

그리고 그와 같은 ‘또 다른 순간’을 기다리며 온 열정을 다하며 산다.

성적 욕망이 그렇고, 우리의 식욕이 그렇다.

 

순간을 참아서 많은 것을 이루고.

순간을 참지 못해 많은 것을 그르친다.

 

순간의 힘이다.

순간의 연속이 우리 삶이기 때문이다.

 

“‘순간’ 바로보기, ‘순간’ 바라보기”

 

오랜만에 운동을 하러 Gym에 갔다.

운동을 마치고 사우나 후에 따뜻한 욕탕에 몸을 담갔다.

 

몸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 순간을 즐기고자 노력했다.

 

벌거벗고 들어간 탕에서 온 몸에 힘을 빼고 나니, 그 순간만큼은 뭐라도 된 것 같다.

그 순간은 걱정과 고민이 사라졌다.

 

순간은 곧 지나고 현실을 마주한다.

그러나 이 순간을 기억하고 힘들 때면 이 순간을 반복할 것이다.

 

순간의 메커니즘이다.

 

갓 입대한 훈련병 시절.

먹어도 배가 고파 몇 분만에 밥을 우겨 놓고는  또다시 줄을 서서 먹은 적이 있다.

그러는 내 모습이 서글펐고 빨리 먹으라고 닦달하는 조교의 욕설 앞에 참담함은 자연스레 몰려왔다.

 

그 순간 생각했다.

밥은 몇 분 안에 먹어야 하고, 욕설이 난무하는 이 순간을 병장이라 생각해보자. 병장이 되어 먹는 밥이라 생각하자. 그 순간 감정은 그대로 느끼되 생각을 바꿨다. 그 몇 분의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진 그 몇 분을 또 쪼개고 쪼개어 미세한 몇 초간의 간격인 그 ‘순간’을 잠시 동안이나마 느끼고 생각했다. 정말로 병장이 되어 먹는 식사라고. 그러자 그 순간은 덜 서러웠다.

 

‘순간’의 힘은 어려울 때도 쓸만하다.

 

아무리 힘든 일도 돌아보면 웃을 수 있는 건, ‘순간’의 선물일지 모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유명한 문장이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순간’의 힘이다.

 

당장, 그 순간은 죽을 것 같아도, 순간은 지나가니까.

힘든 순간을 보내고 또 힘든 순간이 온대도 지나가는 그 순간에  위로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힘든 순간이 지나고 더 힘든 순간이 오는 것에 대한 받아들임은 각자의 몫이면서.

 

이렇게 ‘순간’을 재조명해보면 우린 느낄 수 있는 것이, 그리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영원을 이룰 수 없는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숨은 그림 찾기와도 같은 순간들 이리라.

 

“그  순간순간들”

 

순간의 선택은 많은 것을 좌우한다.

선택이 이루어진 그 순간, 우린 또 다른 선택과 마주하고 또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간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순간순간의 결과이자 과정이다.

 

사람들은 가끔 영원을 바란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이 행복한 순간이 영원하기를.

재밌는 건 사람들은 순간에 있지도 않고, 영원에 있을 수도 없다.

 

무언가를 느끼는 순간은 이미 지나갈 것이고, 영원에 이르기 전에 사람들은 그 순간을 잊거나 세상과 이별한다.

또 아니면 또 다른 순간에 집착하거나 봉착할 것이고.

 

오늘 ‘순간’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많은 아이디어와 영감이 떠올랐지만  그때 그 순간의 깨달음과 표현을 제대로 옮기지 못하겠다.

 

그래서 이 순간이 답답하고 통탄스럽지만 어쩌겠나.

이 순간은 지나갈 것이고, 이 순간을 발판 삼아 나중엔 좀 더 잘 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기겠지.

 

아무것도 안 하는 순간 보다는.

이렇게 뭐라도 발버둥 치는 순간을 맞이하고 보내는 것에 작은 위로를 삼으며.

 

맞이하고 보내고, 또 맞이하는 ‘눈 깜짝할 사이의 매우 짧은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