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다음은 정말 시작일까

  12월이 이제 2주 남짓 남았다.
  2017년이라는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많은 것들이 끝나고 또 다양한 종류의 이별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시기마다 우리는 늘 끝과 시작은 하나이며, 이별은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라는 유의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요즘, 정리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다음 스테이지를 준비하면서 괜히 의문이 든다.
  ‘정말 끝의 다음은 시작인 걸까.’
  시간이 연속성을 띄고 있고, 어떤 일의 끝이 반드시 종결적이지만은 않다는 건 물론 알고 있다. 그러나 때때로, 끝나는 것은 사실 그대로 끝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시작되지 않고 그냥 영원히 끝나버려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것도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끝을 너무 슬프거나 아쉽지 않게 만들기 위해 ‘끝’이 끌어오는 ‘시작’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초점을 맞추며 살아왔다. 졸업식에서 울고있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선생님께서 ‘졸업한다고 헤어지는 건 아니란다.’라고 하시지만 막상 졸업 후 정말로 거의 볼 수 없게 되고, 취업해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대학 친구들과도 차츰 살아가는 세계가 달라지고, 이후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또 다른 영역으로 모두가 각자 걸어가게 되는 것처럼. 자신을 달래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 온 일종의 감정의 방패가 무르게 깨지는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씁쓸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새로운 시작’을 약속했지만 사실 이건 지금 끝나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무수한 순간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음 속에서 저항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은 반드시 한 방향으로 흘러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대응하든 ‘지금’은 다음 순간으로 움직여 버리는 것이다. 시간이란 건 사실 꽤 강압적인 방식으로 작용한다. 인간은 이 흐름 앞에서 무력하기 때문에 이것을 미화하기 위한 많은 표현들을 만들어냈지만, 실은 끝을 유의미하게 만드는 것과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건 철저하게 개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끝을 마주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어떤 소중한 일들이나 관계는 그 가치와 상관없이 역할을 다 하는 순간 끝나버린다. 끝이 그 자체로 미래 가치로 이어지는 시작인 것이 아니라, 그 전환점에 선 인간만이 다음을 어떻게 만들어갈 지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끝을 시작으로 만드는 의지와 자세야말로 진짜 내일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더 나은 시작의 에너지로 쓰기 위한 마무리를 잘 끌어낼 수 있을 것이고, 또 이제는 보내야할 ‘진짜 마지막 순간’들도 더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깊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일도 많고, 괴로운 일도 많고, 이뤄낸 것도 많고, 실패한 것도 많았던 2017년이 끝나간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들이, 찾아올 때 그랬던 것처럼 막연하게 떠나갈 것이다. 섭섭함이 없지 않지만 더 멋진 2018년을 맞이하기 위한 충실한 한 해로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