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옷을 입는 재미를 아주 뒤늦게 알았다. 군대를 다녀와서도 한참을 패션 고자로 살던 나는 정말 이대로 살다가는 옷 때문에 연애 한번 못해보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며, ‘삶에서 한번쯤은, 특히 20대에는 좀 옷을 잘 입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떠올리기에 이른다. 그렇게 나는 옷 잘입는 친구에게 옷 입기를 배웠고, 그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그나마 요새는 조금 멀쩡해보이도록 옷을 입고 살고 있다.

사실 꼭 옷 입는 법을 누구나가 배워야 할 필요성은 없다. 어떤 특정하고 또 유행하는 스타일을 매번 꿰차고 항상 그 흐름을 따라갈 필요 역시 없다. 자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줄만 안다면 누군가에게 옷 입기를 배우지 않더라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처럼 패션이라는 영역의 문법과 언어 자체를 아예 몰랐던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를 뿐이다.

나는 옷감의 재질이나 느낌, 색깔의 조합과, 속옷에서부터 바지, 악세사리, 신는 신발에 이르기까지 재질과 질감들의 느낌이 어떤 차이가 있고 특성들이 있는지를 배워가며 나름의 재미를 찾고, 나중에는 내 느낌으로 해석하며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쇼핑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옷을 입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가장 도움을 받았던 것이 바로 오늘 언급할 브랜드, 유니클로다.

사람들이 유니클로를 찾는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바로 가격이다. 그러나 단지 가격만 저렴하다면 사람들이 동대문이나 황학동 벼룩시장을 찾지 유니클로로 몰리진 않을 것이다. 유니클로의 장점은 단순히 저렴함이 아니다. 바로 ‘대량생산 기반을 갖추고 심플한 디자인에 상대적으로 괜찮은 질의 다양한 제품군’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제품에서 브랜드 네이밍을 최대한 지워버림으로써 나름의 심플함, 그리고 미학적인 특징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유니클로는 시장에서 같은 가격대에서는 경쟁자가 없이 무혈입성했다. 그리고 완전히 시장을 압도하고 곧이어 이 SPA 브랜드 시장에 국내의 여러 업체들이 끼어듦으로 인해서 나름의 경쟁이 또 뒤늦게 이루어진 상황이다.

옷 입기를 배울 때 유니클로를 애용했던 이유는 역시 저렴함도 있었지만, 디자인의 단순한 미학에 있었다. 쇼핑을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명품 브랜드의 경우에는 쓰잘데 없는 디자인이 없는 가장 단순하고 라인이 이쁜 제품이 가장 비싸다. 반면 약간 가격대와 타겟 고객층을 낮춘 마이너 브랜드의 경우 덕지덕지 이상한(이걸 어떻게 입을까 싶은) 디테일들이 달려있고 가격대가 내려가는 케이스가 많다. 오히려 심플한게 가장 아름답고 그것이 가장 비싼 것이 명품 브랜드의 현실이다.

차순위로 눈을 돌려서, 질에서는 완전히 비슷하다고 쳤을때도 중저가 브랜드로 갔을때 역시 선택을 망설이게 되는 요인이 이 부분이다. 중저가 브랜드들 역시 명품브랜드들과 똑같이 자신들의 브랜드네이밍을 결코 제품에 포기하지 않는다. 같은 셔츠라고 쳤을때 브랜드네이밍이 동시에 박혀 있다면 사실 이미 거기서부터 제품의 가치는 브랜드네이밍만큼 올라가고 내려가기 마련이다. 질이 똑같다고 해도 브랜드네이밍을 무시하고 중저가 브랜드를 손쉽게 선택하는 고객은 없다. 그건 아무리 같은 명품 브랜드의 네이밍을 달고 있다 해도 심플한 상위라인을 포기하고 디테일이 덕지덕지 붙은 하위라인의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니클로는 이 부분에서 역발상으로 아예 브랜드네이밍을 지워버림으로써 가치를 올렸다. 브랜드네이밍을 아예 제거해버리니 오히려 단순히 질과 가격, 그리고 심플함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비록 핏이나 재질 등 완전히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또 격차가 발생하지만 유니클로는 아예 네이밍을 지우면서 명품과 비교해 다른 방면에서 경쟁이 가능한 효과를 낳았다. 실제로 일부 제품군들의 경우에서는 명품 브랜드들과 비교해도 유니클로의 제품들이 가격을 다 떠나서 순수하게 질이 낫다는 평가들까지 받았다.

저렴하고 심플하고 라인이 단순하고 꼭 필요한 제품군들이 잔뜩 있으니, 유니클로는 이제 막 옷을 사고 입기 위해 이것저것 입어봐야 했을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존재였다. 거의 전용 옷장 수준으로 들락거렸으니 말이다. 지금도 유니클로 제품은 하도 입어봐서 제품을 고를때 입어보지도 않고 사이즈를 고른다.

그리고 최근 들어 유니클로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아니, 사실 최근도 아니고 한 몇 년 되었다. 유니클로가 예전만큼 저렴하지 않다. 이건 주변에서도 들었지만 나도 실제 피부로 느끼던 바였다. 전체적으로 만원에서 2만원가량 가격이 상승했고, 반면 질은 그대로거나 묘하게 느낌상 좀더 저렴해진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면바지의 질감이 묘하게 얇아진 것 같다거나.

그러나 반대급부로 타 브랜드라면 시도하지 못할 고급 원재료를 이용한 제품들도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Wool 100% 제품들이 그렇다. 양모 100% 제품들을 심플하고 정말 꼭 필요한것만 남긴 디자인으로 저렴하게 선보이는 건 분명 같은 가격대 타 브랜드에는 없는 제품들이다. 거기에 여전히 유니클로의 울트라 라이트 다운 재킷들은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을 지경이고, 후리스와 히트택은 이미 그 자체가 하나의 고유명사화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여전한 제품군들을 제외한다면 이제 전체적으로 봤을때 유니클로는 확연히 그 ‘예전의’ 유니클로가 아니다. 3만원짜리 제품들 옆에는 10만원을 넘어가는 코트가 같이 걸려있는 게 이상하지 않고, 매장 전체를 둘러봐도 7, 8만원짜리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서 전체적으로 저렴해보이던 이미지는 확실히 깨졌다. 겨울 시즌이라 유독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여름 시즌으로 가더라도 사실 차이는 없다.

유니클로는 뒤늦게 SPA 시장에 뛰어든 경쟁자들을 의식해서인지 차별화에서 많은 고민을 한 듯 하다. 유니클로의 최근 몇 년의 행보 중에서 가장 눈에 띠는 건 바로 명품 브랜드 혹은 굉장히 유명한 디자이너들과의 공격적인 콜라보레이션이다. ‘이네스 데 라 프랑세쥬’ 같은 콜라보레이션은 시장에서 확실한 반응을 일으켰고, 품절대란 같은 어느 정도의 센세이션까지 일으켰다.

시장에서의 이런 반응에 고무된 탓인지 유니클로는 이제 거의 시즌이 끊기는 일 없이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 디자이너와 협업이 끝나면 다음 디자이너, 다음 브랜드, 이런 식으로. 그러는 사이 점점 제품들의 전체적인 가격은 상승해왔다. 이게 과연 유니클로에게 장점으로만 다가왔을까.

내가 느낀 이런 흐름의 단점은 첫째, 유니클로의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게 하는 것과 동시에, 가격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가격 상승은 차치하더라도 질이 그대로라는 건 단지 느낌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세일을 굉장히 자주 하는 편인데, 이 경우 상당히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고도 몇 달 뒤에 역시 저렴해진 가격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을 마주하는 배신감에 자주 노출된다. 이런 경우 유니클로의 가격을 소비자는 있는 그대로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거기다 있는 그대로의 가격보다 더 분명 현재의 가격이 더 비싸다는 인식 자체는 유니클로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

두 번째는 가격 상승이 결국 경쟁자가 없던 유니클로에 경쟁자들을 불러들인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유니클로와 디자이너들의 콜라보레이션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한들, 10만원대가 넘어가는 제품들 혹은 그에 근접한 제품들을 구매하려고 한다면, 유니클로보다 상위 브랜드로 인식되는 명품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가 없다. 거기에 앞서 말했듯 질에 대한 신뢰와 원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되면 이런 경쟁은 필연적으로 유니클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더군다나 심플한 디자인이라는 면에서 보면 유니클로는 브랜드 이미지로나 질에서나 디자인에서나 어느모로보나 이기지 못할 상위브랜드의 상대가 있다. 바로 일본의 브랜드 무지, 즉 무인양품이다. 본인 스스로도 유니클로에 슬슬 지쳐갈때쯤 좀더 많은 돈을 들여 무지의 제품들을 몇 번 구매했다. 질의 경우로나 내구도의 경우로나, 디자인과 디테일의 완성도에 있어서 피부로 느낄 정도로 무인양품의 제품은 훌륭했다. 무인양품과 유니클로는 추구하는 디자인의 색은 비슷하지만 온도에 있어서는 확연히 다르다. 유니클로가 어떻게 해도 SPA 인 것처럼, 무인양품은 어떻게 해도 명품인 것이다.

이렇듯 제품들의 전체적인 가격은 상승하고, 질에 대한 평가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일부 제품들이 명품들과 경쟁할 정도로 가격대가 고가로 형성되는 상황이 현재 유니클로가 처한 분위기이다. 유니클로를 평소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가격대가 다양해진 상황이기도 하지만, 확대해보자면 이제 가격대에서 타 브랜드들이 같이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게 단점이다. 현재까지의 흐름은 유니클로에 별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비싸졌다고 해도 유니클로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에의 타격은 이미 이루어졌고, 이를 돌이키기는 힘들어보인다는 점이다. 유니클로 역시 이 점을 인지하는 듯하다.

유니클로는 과연 이제 어디로 가려하는가. 그리고 이 상황을 보며 떠오르는 브랜드가 하나 있다. 바로 가성비와 제품의 질, 그리고 신뢰도를 내세워서 아웃도어 시장의 비슷한 가격대를 완전히 장악하다시피 한 칸투칸이다. 칸투칸 역시 변화하는 시장의 상황에 맞춰 브랜드의 다변화와 제품군들의 외연 확장, 그리고 기술 개발과 함께 외부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으로만 보면 칸투칸은 유니클로와 아주 비슷한 흐름을 가져감과 동시에 초기의 충성도 있는 고객들을 만족시키려는 클래식함까지 놓치지 않으려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유니클로와 비슷한 평가도 가져가는 듯 하다. 가끔씩 체크하는 고객의 소리들을 보면 ‘예전만큼의 가성비가 아닌 것 같다’ 는 평들이 종종 달리고 있다.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이러한 평가는 민감할수밖에 없다. 칸투칸은 파격적으로 원가율을 공개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투명한 공개로 원가 절감이나 질의 하락 같은 여론에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렇듯 장르는 다르지만 비슷한 업종으로서, 유니클로의 지금까지의 흐름, 그리고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서 칸투칸 역시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끝으로, 나도 칸투칸의 오래된 충성도 높은 고객이다. 브랜드의 초창기부터 지켜와봤고, 아웃도어 상품들을 구매할때는 최우선적으로 칸투칸을 고려한다. 이제까지 쌓아온 이미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등산화를 구매할 때는 칸투칸의 등산화는 딱히 고려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들이 이미 많고 ‘다른 건 몰라도 등산화는 반드시 검증된 좋은 제품을 사야한다’ 는 이야기들은 이미 충분히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칸투칸의 등산화는 아직까지는 고객들의 반응도 그렇고 나조차도 그렇듯 시장에서의 우선 순위가 1순위는 아닌듯하다. 예전 칸투칸의 디자이너 콜라보레이션 제품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던 때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칸투칸의 콜라보레이션은 이렇듯 신뢰도가 조금은 박한 제품들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특성상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디자인적으로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애초 칸투칸의 시작이 아웃도어, 그리고 가성비, 즉 기능에 대한 신뢰였던만큼, 콜라보레이션 역시 아웃도어 제품들의 기능에 대한 것으로 진행한다면, 이 역시 나름의 성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