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체크남방

뜬금없이 체크남방

 

베이직하다못해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옷이 있다체크무늬 셔츠일명 체크남방이다.

패션에서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라지만 체크남방은 그 흔한 유행조차 타지 않는다환절기가 되면 어떤 집단에 가든 한 명쯤은 반드시 입고 있는 옷이 체크남방 아니겠는가입기 간편하고 코디하기 좋으며 어떤 자리에도 무난하게 어울리니 가히 베이직 아이템계의 왕이라 불릴만한 옷이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나는 오히려 체크 남방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었다입고 외출하면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칠 것 같고 뭔가 더 특이하고 튀는 옷을 입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그래서 한동안 셔츠를 고를 땐 꼭 단색의 타이트한 슬림핏으로 입거나 아예 특이한 무늬가 들어간 것으로 입었었다다채롭게 잘 만들어진 체크남방들이 거리의 옷 가게를 도배하던 지난 가을도 무사히 넘겼건만 갑자기 내 안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 추운 겨울에 갑자기 체크 남방이 너무 예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엔 사람들이 잘 입지 않아서 도리어 눈에 들어온 걸까체크남방이란 티셔츠 위에 레이어드 해도 멋지고루즈하게 걸치기만 해도 무심히 꾸민 느낌이 들고청바지에 한쪽만 슬쩍 넣어 입으면 힙한 느낌이 살고깔끔하게 슬랙스랑 입으니 세련된 맛이 나는 것이다!

그뿐인가또 색은 얼마나 다양하고 체크의 종류도 천차만별인지같은 체크 종류라도 간격과 너비가 다른 것 만으로 완전히 다른 느낌을 낼 수 있었다체크남방은 다 비슷할 거라고 어떻게 착각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체크남방을 모두가 갖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 번 입을 버릇 하니 빠져나갈 탈출구를 찾을 수가 없다마치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지만 나가는 건 아니란다.’의 옷 버전 실사화 같다.

체크남방은 주로 봄가을에 많이 입고 특히 가을 맞이 1순위로 꼽히는 옷이지만 내가 요즘 일주일에 7일씩 입어 보니 겨울에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다핏이 루즈해서 내복을 입고 티를 입고 또 겹쳐 입어도 전혀 부해 보이지 않고 재질과 색감으로 따뜻함을 배가시킬 수도 있다어쩌면 가을=체크남방이라는 이미지를 고착화시킨 건 나머지 계절은 자기들만 입으려는 패션피플들의 음모일지도 모른다.

 

이런 농담을 차치하고서라도 체크 남방이 매력적이라는 것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사실인 듯하다한겨울의 체크남방이란 어쩐지 한 박자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멋지기만 하면 무슨 상관일까체크 남방의 활용도는 세월과 성별과 계절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