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하고 있습니까운동?(3)- 복싱편

 

격투기 세계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복싱이 최강의 격투 기술은 아닐 지 몰라도 복싱 없이는 절대 최강이 될 수 없다.”

  나는 이 말에 매료되어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

강한 것은 언제나 사람을 끌어들이기 마련이다그리고 실제로 배우면서 몸으로 체험하고 느낀 복싱은 상상 속 그것만큼아니 그 이상으로 멋진 스포츠였다오늘은한때 많은 사람들의 피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던 복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복싱은 격투 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주먹에 글러브를 끼고 펀치만을 사용해 상대방의 상반신 전면과 측면을 공격하는 무술이다권투는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고대 조각이나 벽화에 나타난 바에 따르면 BC 3000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부터 이집트크레타 섬을 거쳐 고대 그리스로 건너갔고, BC 688년 제23회 고대 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주종목으로써 사랑받고 있다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룰이나 경기 형태가 상당히 변해왔으나 여전히 널리 알려진 격투기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70~8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기세가 주춤하는 경향이 있으나세계적으로는 여전히 격투기 중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다. 

몇 천 년이나 봐왔으면 질릴만도 한데다 그 동안 다양한 종류의 화려한 무술이 많이 생겨났는데왜 여전히 사람들은 복싱에 열광하는 걸까?

 

복싱은 폭발적으로 강하면서도 놀라울만큼 군더더기가 없는 종목이다.

모든 투기종목에서 중요한 베이스가 되는 격투기이면서주먹을 사용하는 종목 중에서는 단연 최고로 평가받는다그 오랜 역사에 걸맞게 지속적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궁극적인 완성에 이른 투기라고 볼 수 있다또한 다른 무술에 비해 실전성이 높아서로 다른 종목끼리 대련했을때 무기 없는 상황에서는 복싱이 제일 강하다는 일설도 있다운동이 누군가를 때려눕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교우위를 꼭 따질 필요는 없다하지만 그만큼 복싱이 강하고 매력적인 스포츠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복싱은 스트레이트어퍼훅의 4가지 기술 밖에 없고다리를 쓰지 않는다그런데도 제일 강한 무술로 분류되는 것은인간이 가장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을 고도로 숙련하여 기술로 구사하기 때문이다기술의 종류가 적은 만큼 집중도가 높고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여 빠른 시간 안에 결정타를 날리는 것이 특징이다.

발차기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약점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프로급 선수들이 아니라면 숙련된 복서를 발로 제압하기는 쉽지 않다오히려 다리를 올리다가 동작의 빈틈이 커져 턱을 맞고 중심을 잃을 수도 있다.

 

이처럼 강한 스포츠인 것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복싱을 생활 체육에서 멀게 느끼도록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가끔씩 스포츠뉴스에서 뇌출혈로 사망한 권투 선수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치 복싱이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한 운동인듯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위험성이 두려워서 복싱을 멀리한다면 실은 지나친 걱정이라고 할 수 있다. 권투가 머리를 주로 공격하기 때문에 위험한 스포츠인 것은 사실이나그건 어디까지나 선수 수준에서의 이야기이다일반인이 그 정도 강한 충격을 주는 것이 일단 쉽지 않고 생활체육 수준에서는 마우스피스나 헤드기어를 사용하면 충분히 안전하기 때문이다오히려 다른 무술은 어설픈 자세로 킥을 하다가 햄스트링을 다치거나 발목에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복싱은 인대나 근골격계 손상도 거의 없는 편이다.

일단 나부터가 복싱을 배우는 1년간은 아무 부상이 없었는데 비해 킥복싱을 배울 때는 두 달 만에 발목 부상을 입어 그만두게 되었으니 말이다그러니 망설일 필요없이 도전해 보자지독한 기초체력 쌓기와 반복훈련으로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복싱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남자들이 주로 많이 배우긴 하지만어디에서나 쉽게 연습할 수 있고 운동강도가 높아 다이어트를 원하는 여성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

 

복싱을 하는 동안 정신은 단 하나의 점에 모두 집중된다어떤 괴로운 일들도 그 순간만큼은 전부 사라진다배경은 모두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삭제되고 내가 딛고 선 발자국만큼의 땅과 눈 앞의 타격점딱 그것만 남는다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복싱을 시작했는데 도장에 있는 두시간 동안만큼은 그 어떤 고민도 날 괴롭히지 못했다땀 범벅이 되고 숨이 차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육체는 힘들었지만 정신은 그럴수록 또렷해졌다

주변을 하나 둘 지우고 세상이 단 하나의 점으로 인식될 때그곳에 온 체중을 실은 주먹을 내리꽂는 것이다.

모든 무술이 그렇겠지만 복싱 역시 누군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단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있는 나약한 것들과의 싸움을 통해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덤으로 약간의 호신 기술을 익힌다고 하면 일석이조인 셈이랄까.

 

집중력은 어느 운동에나 필요하지만 전체적인 시야를 가지고 넓은 공간과 전반의 상황을 파악해야하는 스포츠가 있는가 하면아주 좁은 범위에 신체와 정신의 모든 감각을 집적시켜야 하는 스포츠도 있다복싱은 굳이 고르자면 후자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눈을 감지않고마주한 것에 오롯이 신경을 쏟는다얼굴로 주먹이 날아오는 상황에서도 두려움에 물러서지않고 그 사이로 보이는 타격점을 쫒는다그런 고도의 집중도와 정신력이야말로 복싱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함 중 하나이다가드를 올린 두 팔날아드는 글러브끊임없이 움직이는 시야흩어지는 땀차오르는 숨그 모든 것의 가운데 단 하나의 빈틈을 노리는 번뜩이는 눈복싱의 묘미는 그곳에 있다.

 

권투 영화 록키의 ‘Eye of the tiger’란 노래가 있다제목이 생소한 사람이라도 전주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곡이다그야말로 복싱 그 자체 같은 노래다나는 정말 기운이 없고 힘든 시기에 이 노래를 듣는다더 이상 내 안에 남은 에너지가 없는 것 같을 때아침에 나서기 전 눈을 감고 eye of the tiger를 듣는 것이다그러면 절로 어깨가 들썩이면서 어디로든지 뛰어나가야할 것 같은 기분이 된다파이팅이 넘치게 된달까.

복싱이란 스포츠가 워낙 그렇다바닥에서 일어서게 하는 깡마른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파괴적인 에너지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져 있다가도 무릎을 후들거리며 라스트 카운트 안에 몸을 일으키는 근성바로 그런 것들이 복싱이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가 아닌가그래서 사람들은 복싱 경기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잠들어있는 뜨거운 피를 한계까지 끓게 하니까정말 이제 죽겠다 싶은 순간까지도

마지막의 마지막 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