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계절에 어울리는 회 용어 정리

글쓴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겨울은 그야말로 회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다리나 농어처럼 봄, 여름이 제철인 생선도 많다. 하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는 늦가을부터 겨울에 이르면, 떨어지는 수온을 견디기 위해 생선들은 지방을 비축하기 시작한다. 수많은 맛의 요소들 중에 육고기든 생선이든 담백함과 고소함으로 그 맛이 결정된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지면 식감과 담백함이 증가하고, 지방 함량이 높아지면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증폭된다. 겨울은 아마 후자 쪽, 즉 지방 함량이 절대적으로 높아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육고기의 지방은 콜레스트롤과 연관되어 건강에 해를 끼치지만 생선의 지방은 육고기와는 영양학적으로 다른 위치에 있어 건강에도 크게 무리가 없다. 글쓴이가 겨울을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낚시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 글쓴이는 산지에서 걷어올린 생선회를 맛본적은 없으나 회를 감별하는 능력은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친구들이 다마 수를 늘리기 위해 당구장에 돈을 쳐들일 때 글쓴이는 횟집에다가 투자를 했고, 친구들이 게임방에서 거대한 몹을 때려잡고 아이템을 줍고 있을 때도 글쓴이는 수산시장을 돌아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재료를 다루는 전문가급의 지식은 아니더라도 맛의 세계에 있어서는 남다른 내공을 자부한다.

그래서인지, 사시미(회) 초보자들이 가끔 글쓴이와 회를 먹으러 다니면 내가 쓰는 용어에 전혀 모르고 있거나 신기하는 장면을 많이 보았다. 대개 일식조리사들은 고유명사로 쓰는 용어인데, 그냥 보통의 먹선수들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온 집안이 외식관련직업에 종사하여, 어린 시절부터 식음료 용어에 익숙해있던 탓에 나는 이 정도는 보통 사람들도 다 아는 용어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사시미(회)와 관련된 용어 중 글쓴이가 자주 사용하는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 한다.

세고시(세꼬시)

아마 회초심자들도 이 용어는 횟집 메뉴판에서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 말로는 ‘뼈째썰기’ 이다. 뼈를 완전히 발라내는 일반적인 조리법과는 달리 연한 뼈와 살을 통째로 썰어내는 방식이다. 회를 씹다보면 뼛조각이 씹히는데 씹다보면 뼈의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뼈째 상에 올라오기에 살수율(버릴 것을 버렸을 때, 먹을 수 있는 전체 부위의 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부드러운 회와 쫄깃한 식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린다. 또한 독특한 먹는 요령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심히 이로 으스러뜨리면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섭취레벨이 높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세꼬시를 못먹는 경우가 매우 높으니, 데이트 전엔 반드시 먹을 수 있는 지 물어보자. 자칫 하다간 상을 물려야 하거나, 괜히 어설프게 시도하다가 잇몸에 피가 나는 수가 있다. 주로 활용되는 생선은 가을의 왕자 전어와 더불어 쥐치, 붕장어(아나고), 자리돔 등이 있다. 제주도의 명물 자리돔 물회의 경우 세꼬시를 쓴다. 하지만 하나 주의해야할 것은 자리돔 세꼬시의 경우는 다른 생선의 연한 뼈와는 달리 굉장히 억새다. 세꼬시 레벨이 꽤 높은 생선이니 초심자들은 조심하길 바란다.

오로시

영어로 하면 필렛(flllet), 우리말로 하면 순살뜨기 정도 될 것 같다. 용어에 비해 내용은 간단하다. 쉽게 말해 회를 뜨는 과정을 ‘오로시’ 한다고 부른다. 즉 껍질과 뼈를 분리하여 순살만 남기는 작업을 말한다. 글쓴이는 개인적으로 회를 ‘뜬다’ 는 표현과 회를 ‘썬다’ 는 표현을 분리해서 사용하는데 순살 덩어리만 뜨는 작업 그 자체가 오로시인 것이다. 회를 써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오로시가 중요한 것이 글쓴이의 경우 낚시를 하지 않는 관계로 회를 먹을 방법은 식당이나 수산시장 둘 중 하나다. 식당에 가면 회를 썬 채로 대접해주지만, 수산시장에서 회를 사야할 경우, 집에서 손님 대접을 하기 위해 위해 포장을 해야한다거나 할 경우에는 절대 시장에서 썰어 접시에 담아오지 않는다. 그럴때는 그냥 ‘오로시’만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그렇게 되면 순살만 발라놓은 필렛 덩어리만 포장해준다. 그리고 그것을 집에 가지고 와서 덩어리째 잠시 보관을 해놓았다가, 손님이 왔을 때 직접 썰어 대접한다. 이것은 글쓴이가 사시미칼을 꺼내 회 써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쇼맨십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회의 신선도와 숙성도와 관련해서다. 회를 뜬 채로 보관해 놓게되면 그 한점 한점의 생선살의 신선도는 급격하게 떨어진다. 탄력이 금방 무너지는데, 포장한 회를 바로 먹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하면 고유의 맛을 절대 느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로시(필렛, 순살) 상태의 생선을 덩어리째 보관하면 신선도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그 시간동안 오히려 고유의 숙성기간이 생기기 때문에 더욱 감칠맛이 있어진다.

너무 디테일하고 쪼잔스러울 정도로 귀찮은 일을 사서 하는 것이 아니냐 하겠지만, 회라는 음식은 조리과정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시간과 타이밍이 그 요리의 다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시간과 타이밍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 달라진다. 특히 해삼을 보라. 해삼은 썰어놓은지 1시간이 지나면 꼬득꼬득함은 사라지고 녹기 시작한다. 물론 생선이 해삼만큼 민감한 동물은 아니지만, 그만큼 섬세한 테크닉이 요구되는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글쓴이는 사시미 장인이 한땀한땀 썰어놓는 그 예쁜 모양을 포기하고 조금 투박해도 내가 썰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신선함과 숙성도를 손님에게 대접하길 원한다. 물론 식당에서 대접할 때는 오로시가 필요없다. 엄연히 포장회에만 해당한다.

곤부지메(코부지메)

다시마에 감싸 숙성시킨 회를 말한다. 선어회, 즉 숙성회의 맛이 점차 알려지고 점점 대중화 되어지고 있다. 회를 뜨자마자 바로 먹지 않고, 일정기간 숙성시켰을 때 맛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원리를 매체에서 여러 소개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숙성회에도 종류가 많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숙성회는 위에서 말한 오로시 상태에서 일정기간 저온에서 보관해놓는 정도임에 반해 곤부지메(코부지메) 라고 불리는 이 숙성방법은 숙성회 중에서도 프리미엄 급의 숙성 방법을 갖고 있다. 바로 다시마를 이용하여 오로시한 생선을 감싸 숙성한다. 여기서 말하는 ‘콘부’는 다시마를 뜻한다. 다시마는 천연조미료 중에 가장 강력한 감칠맛을 가지고 있는 식재료다.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키쿠나에’ 가 MSG의 아버지로 등극한 이유도 바로 이 ‘다시마’를 산분해하여 추출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엄청난 감칠맛을 응축한 이 다시마를 오로시한 생선에다가 감싼다고 생각해보라. 그야말로 ‘맛’의 폭발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가. (물론 폭발적이진 않다)

시간에 따라 맛이 응축된 회와 다시마에 의해 또다시 한겹 더 맛이 덮어진 은은한 맛의 향연을 즐기기엔 이만한 음식이 없다. 곤부지메는 집에서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수산시장에서 생선 한마리를 ‘오로시’ 한 다음 집에 들고 온다. 횟감에 소금을 살짝 친 다음, 청주를 살짝 뿌린 다시마를 오로시한 생선에 감싼 후, 하루 정도 김치냉장고에 숙성시키면 된다. 단, 이때 문을 자주 열고 닫으면 안된다. 생선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생선이 클 경우 하루나 길게는 이틀, 학꽁치 같이 작은 생선일 경우는 6-12시간 정도 숙성하면 맛있는 회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요즘 식당에서도 간혹 곤부지메 사시미를 내놓는 경우가 있다. 메뉴판에서 곤부지메를 본다면 당황하지 말자. 다시마를 이용한 숙성회일 뿐이다.

이케시메(이케지메)

이케시메 혹은 이케지메라 불리는 이것은 생선을 즉살하는 방법이다. 우리 말로 하자면 ‘척수 신경 끊기’ 정도로 해석된다. 물고기에서 가장 큰 뼈인 척추에 있는 척수에 스테인레스 재질로 된 얇은 철사 줄을 집어 넣어 척수를 손상함으로써 사후경직 속도를 지연시키는 방법 중 하나다.

육고기와 마찬가지로 생선 또한 사후경직이 발생한다. 어종과 크기에 따른 차이도 있지만 숨통이 끊긴 이후 20-30분이 지나면 생선의 등이 굽거나 꼬리가 휘면서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이다. 근육이 일시적으로 단단해지면서 5-6시간이 지나면 다시 육이 물러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활어회의 쫀득함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지만 이는 숙성회 혹은 선어회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선어회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장시간 보관을 해야한다. 하지만 선어회의 가장 단점 중 하나는 바로 활어회에 범접할 수 없는 식감의 떨어짐일 것이다.

감칠맛은 증폭되지만 식감의 하락으로 인해 회의 씹는 맛 위주의 우리나라에서는 대중화 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매니아틱하다. 그래서 이런 숙성회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쓰는 방법이 이 이케시메라는 방법인데, 척수신경을 끊음으로서 물러지는 선어의 탄력을 유지할 수 있다. 수산시장에서도 이케시메를 할 수 있는 집은 좀처럼 찾기 힘든데 그 이유가 굉장히 고난도의 스킬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은 척수를 한방에 끊어내기 힘들다. 하지만 수산시장에 분명히 이 기술을 시전하는 전문가가 한명씩은 있기 때문에 잘 찾아보길 바란다. 반면에 이케시메한 생선을 회로 먹어도 활어를 바로 잡은 생선관 또다른 맛이 있다. 육질의 연함을 느낄 수 있고 근육의 밀도가 퍼지지 않아 부위별로 골고루 생선 본연의 식감을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케시메 하는 장면은 유튜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를 두고 그 잔인성에 논란이 되고 있으나 사실 이케시메야 말로 동물 복지에 가장 가까운 형태다. 물고기의 경우 대뇌 신피질이 없어 통증을 느낄 수 없다는 예전의 통설은 이미 깨어진지 오래다. 동물행동학자 조너던 벨컴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관련생리학자들은 ‘신경해부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물고기의 통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느러미가 없다는 이유로 인간의 수영능력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며 생선도 통증을 느낀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따라서 파닥거리는 물고기를 산채로 통점마다 베어 살점을 뜯는 것 보다, 한번에 척수를 끊어 고통을 줄여주는 게 더 나은 방법일 것이다.

마쓰카와(마스카와)

우리 식으로 하면 ‘숙회’ 정도가 되겠다. 뜨거운 물에 익힌다는 뜻이다. 일반횟집보다는 호텔이나 전문 일식점에서 주로 시전하는 기술이다. 참돔과 같은 고급어종의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껍질에다 뜨거운 물을 부어 살짝 데친다. 생선 껍질을 포함해 껍질과 근육 사이에는 얇은 지방층이 있는데 이것이 열에 녹아 활성화되면 더욱 고소한 맛을 내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선택한다.

뱅에돔의 경우 토치의 직화로 익히는 경우가 있다. 날생선의 껍질은 질겨서 먹기 힘들지만, 적당히 열을 가한 껍질은 독특한 식감이 있다. 마스카와의 생명은 열만 가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얼음물에 담궈 열을 식히고 퍼진 살을 응축시켜야 한다. 그리고 곧장 물기와 수분을 제거해 썰어야 한다. 이 과정이 굉장히 속전속결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타이밍 싸움이 맛을 판가름 낸다.

오마카세

우리말로는 ‘오늘의 메뉴’ 정도가 되겠다. 주방장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 특선요리다. 회의 경우는 그날그날의 생선의 선도가 다르고 싯가가 다르기 때문에 종종 이런 오마카세 주문을 받기도 한다. 보통 동네횟집에 가서 메뉴를 고민하며 ‘무어가 물 좋냐’ 라고 할 때 등장하는 그 ‘물’에 따라 메뉴가 달라진다. 횟집의 경우, 잘 모르는 메뉴도 많고 생소한 생선이나 용어들이 많기 때문에 ‘오마카세’를 주문하면 주방장이 내어올 수 있는 최상의 것을 내어주기도 한다.

집집마다 오마카세 가격이 정해져 있는 것도 있고, 오마카세 가격을 흥정하는 곳도 있는데 그것 또한 주방장의 재량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덜 발달한 문화가 되다보니 손님을 한번보고 장사안할 요량으로 속여먹는 집이 많다. 오마카세를 주문할 땐, 반드시 주인장이 본인의 얼굴을 익힌 집에서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