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4)- 달리기편
몸이 영혼이 되고 영혼이 몸이 되기 때문에 달리기는 완전한 경험이 된다.
달리기는 예술이자, 예술 그 이상이다.
-조쥐 쉬언, <달리기와 존재하기>
무라카미 하루키와 김연수, 빼어난 소설가로 유명한 이 두 작가에게 또하나 잘 알려진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달리기를 예찬하는 작가라는 점이다.
소설가라는 직업이 주는 일반적인 이미지는 아주 정적이고 인도어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언뜻 ‘러너’와 ‘소설가’는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의외로 소설가 중에 취미든 본격적으로든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소설을 쓰는 다른 친구도 마라톤을 하고 있고,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몇 번이나 달리기를 권유받기도 했으니 말이다.
왜 작가, 특히 그 중에서도 소설가들이 달리기에 매혹되는 것일까.
소설쓰기란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좋은 아이디어나 시놉시스가 나오면 그 다음은 금방 쓰일 것 같지만 사실 그때부터가 정말 지루하고 고된 싸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작가는 ‘뭘 쓸지 생각하는 것은 재미있지만 정작 초고를 쓸 때는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고 고통스럽게 행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며, 하얗게 비어있는 공간을 이야기로 채워 완성시켜야 한다. 이건 몹시 아득하고 막막한 작업이다. 정해진 도착점은 분명 있는데 그곳에 다다르기까지가 너무 멀고 지루하달까. 다른 방법이나 수단이 있으면 시도해보기라도 하련만, 가는 방법에 아무 요령도 없고 그저 한 발 한 발 내딛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점들이 마치 장거리 달리기와 닮아있다.
사실 대놓고 말해서 달리기는 별로 재미가 없는 운동이다. 고독하고 힘들며, 그저 같은 움직임이 반복될 뿐이니까.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도 않고,  특별한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며,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주로 견디는 것이 달리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러너도 기가막힌 기술로 한 번에 끝낼 수 없다. 한 걸음 다음에 두 번째 걸음, 이게 달리기의 유일한 방식이다.
걷기와 달리기는 강도를 빼면 서로 비슷한 운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속성이 매우 다르다. 걷기는 다른 이와 함께할 수 있고 같이 걸으면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어 외롭지 않다. 혼자 걸을 때도 주변을 보거나 구경하면서 걷게 되기 때문에 풍경도 걷기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달리기는 사람마다 페이스가 다르고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면서 뛴다는 건 사실상 매우 어렵다. 주변 풍경 역시 빠르게 스쳐가므로 어떤 아름다운 것도 트랙 밖에선 그저 흐릿해질 뿐이다. 걸을 때는 생각도 많이 할 수 있는 반면 뛸 땐 너무 힘들어서 ‘괴롭다’는 마음만 지배적이다.
열심히 달리다보면 옆에서 달리는 사람도, 풍경도, 희미해지고 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내 숨소리만 점점 커진다. 이렇게 고독하고 힘든 짓을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고 결승점은 아직도 멀었는데 벌써부터 지치는 내가 싫고 그래도 끝이라는 게 있어서 일단 거기까진 가야겠고, 그런 마음으로 달리는 것이다. 결승선을 넘으면 성취감이 폭발할 것 같지만 실제론 그저 ‘이제 안 뛰어도 된다’는 안도감만 있을 뿐이라고 하루키는 말했다. 기쁘지 않다면 왜 달려야 하는지 모르겠으면서도 어쩐지 이해가 된다. 소설 쓰기도 달리기처럼 지루하고 외로우며 지독히 끈기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건 비단 소설가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 기본적으로 이런 성질을 띄고 있으니 말이다.
시원하게 달리고 나면 머리가 깨끗해지고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숙련된 러너에게도 달리는 일은 매번 힘들고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작가에게도 소설쓰기는 공포스럽다. 달려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막혔던 문장은 결코 저절로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머리가 아득해질 때까지 달린다. 다시 뛸 수 있는 에너지와 체력을 다지고 끈기라는 굳은 살이 마음에 박히게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러너들이 고통 속에서도 다시 달리는 이유를 자신의 삶에서도 찾아보는 일이 나쁜 경험은 아닐 것 같다. 정신적인 측면을 떠나서도 건강을 지키는데 매우 좋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신체의 근육을 고르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전신운동이고 호흡기와 몸 속 순환계를 자극하여 호흡 능력을 발달시키고, 심장과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고혈압과 심장병 예방에도 좋고 규칙적으로 달리면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해 체네 저장지방이 감소하는 효과도 있다.
이미 관절이나 뼈가 많이 약해져있다면 무리를 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다리뼈와 척추를 비롯한 골격계에 적절한 부하를 주므로 꾸준히 달릴수록 뼈가 튼튼해진다. 달릴 수 있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늦을지도 모른다.
특별한 기구가 없어도 쉽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운동이고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사실 아무렇게나 달려서는 안된다. 자신의 체력과 컨디션, 거리와 강도, 복장과 신발까지 잘 고려해서 행하지 않으면 무리를 줄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운동 효과를 위해서나 신체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달리는 법을 잘 숙지해서 바른 자세로 적절한 강도를 지켜 뛰는 것이 좋다.
특히 신발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뛰기에 적절하지 않거나 자기 발엔 잘 맞지 않으면 발 부상은 물론 관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잘 갖추어졌다면 다음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고독과 고통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각자 자신의 답을 찾아보자.
“달리기는 건강해지기 위해서, 혹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매일 달리다 보면 달리기는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 이상의 뭔가라는 생각이 든다. 달리지 않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해도 우리는 건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매일 달리기를 하는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일 달리기를 한다는 건 어떤 몸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여전히 매일 달리기를 하는 그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그게 나로 하여금 달리게 만든다.”  -소설가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