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월식을 바라보며

 그것은 개기일식을 직접 볼 수 없었던 한을 단번에 씻어주는 아름다움이었다.

 

 기차 창밖에 드러난 달은 분명 보름달인데 반달 모양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림자가 서서히 움직여서 반달도 금방 형태를 달리했다. 본래 한달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지는 변화를 단 몇시간 안에 지켜본다는 건 경이로운 경험이었다(실제로는 다른 현상이지만). 정말 지구가 돌고 있고, 달이 움직이고 있고, 태양이 이 모든 것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작년 8월 21일, 99년만에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이 현상은 지구상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관측되었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나는 일식을 직접 볼 수 없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서 중계영상을 내내 지켜보았지만 실측하는 감동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개기월식이 일어났다. 이번만큼은 꼭 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손꼽아 기다렸다. 나는 겨울을 맞아 기차여행 중이었고 월식이 일어난 시간엔 기차 안에 있었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기차 안에서 나는 하늘만 바라보았다. 잘 보일까 걱정스러운 가운데 월식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몇시간 동안 황홀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천문현상을 관측하는 건 언제나 매혹적인 일이다. 내가 있는 곳이 그냥 ‘여기’일 뿐인 게 아니라 ‘우주’라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알 수 없이 넓은(아마 넓다는 말로는 그 어떤 수치도 따라갈 수 없을 그 넓은) 우주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아주 미미하게나마 ‘감각’하게 된다. 이성으로 ‘그렇겠구나’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느끼는 것 말이다.

 

 쉽게 말해 이런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24평 아파트’라고 할 때 단박에 어떤 정도 크기의 공간을 떠올릴 수 있다. 정확하지 않더라도 대략적으로 가늠하고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이것이 공간을 감각하는 것이라고 할 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범위는 사실 매우 좁다.

 

 현실적으로, 인간의 인지능력은 우주의 크기를 따라갈 수 없다. 우리의 사고범위로 우주의 공간과 차원을 가늠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눈 앞의 것만 바라보며 살아간다. 지구는 커녕 자기 나라조차 거시적으로 느끼지 못한다. 단지 지도라는 그림으로 유추할 뿐이다.

 그런 인간에게 지구의 의미, 달의 의미, 우주의 의미는 대부분 막연하고 관념적일 수밖에 없다. 이론을 알아도 감각으로 인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 지구에 있고, 지구가 돌고 있고 달이 그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공감각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래서 아주 가끔 이런 놀라운 천문 현상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떨린다.

 인공위성이 찍어 보낸 둥근 지구사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눈으로 이 세상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여기가 온세상의 전부가 아니라 나는 정말 이렇게나 넓은 우주의 어떤 지점에 서있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달에 비친 지구의 그림자가 움직인다, 내가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저기 비친 빛이 지금 태양에서 온다.

 그리고 내가 선 지구의 모양이 달에 그늘져 이동한다. 이건 도대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러니까 월식은 그냥 달이 흐려졌다가 밝아지는 현상만이 아니다. 자신의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난생 처음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아, 저게 내 얼굴이었구나. 처음 보는데. 이렇게 생겼다고 평생 남들이 말해주기만 했는데. 이게 진짜 내 얼굴이구나.

 바로 그런 순간이 마치 그날의 밤하늘과 닮아있다. 아니 이것조차 너무나 작은 이야기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저 높은 밤하늘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정말 끝장나게 멋졌다는 사실이다. 그래, 너무 멋졌다.

  내가 우주의 먼지란 걸 확인하는 순간은 언제나 짜릿하다. 우주가 어딘가에 따로 있고 내가 지금 기차에서 커피를 마시는게 아니라, 정말 저기 은하가 있고 토성이 있고 여기 지구가 있고 내가 그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 아, 나는 왜 이렇게 하찮은 뇌를 갖고 태어나서 이 어마어마한 걸 상상밖에 할 수 없는 걸까. 폰 노이만 정도면 조금은 우주적 규모의 공간을 누렸을까? 하여간 멋지고 황홀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