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6)

-스케이트편

 어릴 때 동네에 롤러 스케이트장이 생겼다. 워낙 어릴 때여서 롤러 스케이트라는 걸 본 적도 없었고 뭔지도 잘 몰랐다. 관심도 없는 나와 동생의 손을 잡아 끈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한창 롤러 스케이트가 유행하여 전국에 롤러장이 성행하던 시기에 청년기를 보내셨다고 했다. 장발을 휘날리며 롤러장을 누볐을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하면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아버지께선 딱히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싶지도 않은 우리 핑계를 대며 “가보고 싶지? 타보고 싶지?“ 하며 스케이트장으로 향하셨다. 우리보다 더 들떠보이는 아버지는 역시나 롤러장에서도 셋 중 제일 신나 하시며 바퀴를 굴렸다. 그 모습에 ‘아빠도 노는 걸 좋아하시는 구나.’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네 발 짜리 롤러 스케이트 대신 인라인 스케이트가 우리 세대에서 크게 유행했고 온갖 바퀴달린 신발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다가 몇몇 안전사고가 문제가 되면서 다시 시들해졌었다. 창고에 넣어둔 인라인 스케이트가 어디있는지도 모르게 되도록 시간이 지났고 나도 롤러장을 누비던 아버지의 나이대가 되었다. 여전히 스케이트를 즐기는 아이들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이제 완전히 사라졌구나 싶을 때쯤 아이들이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처음 개발됐던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유행이란 돌고 돈다더니, 결국 스케이트는 다시 돌아오고야 만 것이다.

 그러니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우리는 모두 살면서 한 번 쯤은 스케이트 붐을 맞이했던 경험이 있다. 창고에 먼지 쌓인 스케이트가 적어도 한 켤레 정도는 있어 줘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유행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스케이트는 불씨가 꺼졌는가 싶다가도 다시 타오르고 사라졌나 싶다가도 다시 돌아왔다. 무뚝뚝하고 과묵한 우리 아버지를 들뜨게 할만큼 역시 마성의 도구였던 것이다.

 오늘 얘기할 ‘스케이트’는 흔히 ‘놀이’ 개념으로만 더러 생각하기 때문에 운동으로써 생각해본 경우는 드물 것이다. 물론 즐기는 목적으로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만 본격적으로 운동으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은 하나같이 그 효과가 탁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균형력, 협응력 증진 뿐 아니라 높은 유산소 효과를 지니는 것으로 밝혀졌다. 칼로리 소모량 역시 달리기에 뒤지지 않는 수치를 자랑하므로 운동성은 충분히 증명된 셈이다. 운동만을 원할 때 굳이 스케이팅을 택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레저 스포츠로써 입지가 높은 ‘재미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운동으로 한다면 더욱 즐겁게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내가 생각하는 운동의 기본적인 모토는 항상 ‘즐거워야 한다’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지루한 운동은 오래가지 못한다. 꾸준히 하려면 운동효과 이상의 만족감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스케이트는 스펙트럼이 넓다. 스케이트 종류만 해도 롤러 스케이트, 인라인 스케이트, 아이스 스케이트 등 다양하다. 취향에 맞춰 선택해도 되고 하나가 지루해질 쯤 다른 종류의 스케이트를 타면 또 전혀 색다른 재미를 누릴 수도 있다. 기본적인 자세나 스킬은 비슷하면서도 종류마다 특징이 다르고 운동효과도 조금씩 다르므로 고르는 맛이 있다. 하나만 제대로 익혀두면 다른 스케이트도 금방 적응할 수 있으니 효율적이기도 하다.

 롤러스케이트의 경우 바퀴가 사각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어 초보자도 누구나 서기 쉽고 균형을 잡기 어렵지 않지만, 인라인 스케이트에 비해 느리고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는 라인이 하나로 되어있는 스케이트로 빠르게 달릴 수 있고 컨트롤이 쉽지만 익숙해지는데 롤러스케이트보다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한 번 적응하고 나면 자유롭게 뻗어나갈 수 있어 오히려 날개를 단 기분이 들 것이다. 아이스 스케이트는 그야말로 얼음 위에서 타는 스케이트로 기본 움직임 자체는 지면에서 타는 것과 큰 차이가 없지만 얼음 위를 달리기 때문에 마찰이 적어 훨씬 매끄럽고 날카롭게 가로지르는 매력이 있다. 다만 애초에 얼음 자체가 미끄러워 스케이트가 아니더라도 중심을 잡기 어려워서 초보자는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역시 두려움을 떨치고 제대로 달리다 보면 오히려 얼음 위가 땅보다 편하게 여겨질 것이다.

 게다가 서는 것이 힘들다는 점 자체가 바로 스케이팅의 운동효과를 증명하는 것이므로 바로 빠르게 달리지 못한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균형을 잡기 위해 계속 전신의 근육을 써야하기 때문에 스케이트는 신고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 운동이 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고루 힘을 분산시키며 달리면 하체 단련과 유산소 운동까지 플러스되는 것이다.

 ‘애들이나 타는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든다면 댓츠 노노. 조깅이나 마라톤이랑 운동 효과는 비슷하면서도 관절에 무리가 적게 가서 오히려 관절과 약한 어른이 이를 단련시키기 위해 즐기기에 참 좋은 운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치만 아스팔트에 넘어지면 아프잖아요.’라고 할 지 모른다. 사실이다. 넘어지면 당연히 아프다. 스케이트는 푹신한 땅에서 탈 수 없으므로 아스팔트 등의 딱딱하고 고른 땅에서 탈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넘어지거나 하는 등의 해프닝에 더 아픔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 조차도 스케이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이유로 꼽힌다고 한다.

 아픈 게 좋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껏 달리는 자유 속에서 적당한 긴장감이 스릴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란다. 진짜 위험한 수준이라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사실 무릎 보호대나 헬멧 등을 착용하면 넘어진다고 해도 진짜 큰 상처를 입을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적당한 긴장감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리스크를 안고 질주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스릴이 아니겠는가.

 하여간 다른 운동에 비해 확실히 재미있다는 점이 스케이트의 인기를 지탱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레저 스포츠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껏 바람 속으로 뛰어 들며 자유를 몸소 체험할 수 있기에 오랜 시간을 건너서도 스케이트가 사랑 받는 것 아닐까.

 우리 아버지가 좋아하셨고 내가 좋아했고 또 다시 어린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처럼, 스케이트는 모든 세대를 넘나든다. 더울 때는 시원한 아이스링크장에서 빙상 스케이트를 타고, 선선할 땐 인라인을 타고 땅 위를 누비며 땀을 내고, 기분이 울적할 땐 시끌벅적한 댄스곡을 틀고 롤러 스케이트를 타자! 아마 멋지게 몸과 마음이 개운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