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그 중에서도 러닝화를 고르는 기준에는 몇 가지 고정적인 요소들이 있다. 디자인, 사이즈(길이, 발볼, 발등), 쿠셔닝, 계절성(통풍성, 보온성), 가격, 브랜드 네임 등등. 이런 요소들 중에서도 디자인과 사이즈, 쿠셔닝의 3가지 요소를 통틀어 흔히 말하는 ‘착화감’을 결정한다. 보통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디자인이나 브랜드 네임을 중요시하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쿠셔닝, 가격 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요즘은 각 브랜드마다 쿠셔닝 기술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처럼 활용하기 때문에 10대, 20대 소비자들도 쿠셔닝에 민감하긴 하다.

어느 브랜드이든 간에 온라인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에 가보면 떡하니 광고하고 있는 주력 제품은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신제품이거나,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었거나, 트렌드에 맞게 레트로된 제품들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순진무구한 소비자들은 그런 주력 제품을 신뢰하며, 무작정 러닝화를 구입하곤 한다. 뭐가 됐든, 이전 버전보다 업그레이드 된 것만은 사실이지 않겠냐고 말하면서.

이번 글에서는 발의 생김새, 걸음걸이에 따라 본인에게 맞는 러닝화를 고르는 소소한 TIP과 다소 느슨한 기준을 제시하려 한다.

‘발볼러’

당연한 얘기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로 만든 러닝화라도 1:1 맞춤 수제화가 아닌 기성품이기 때문에 우선 내가 내 발의 생김새부터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발볼은 어떤지, 발등이 높은지 낮은지, 발가락 길이의 특징이 있는지, 평발인지 아닌지 등등.

가장 기본적으로 체크해야 할 부분은 바로 발볼이다. 동양인은 대체적으로 서양인에 비해 발볼이 넓은 편이다. ‘칼발’이라고 부르는 분들에게도 정사이즈의 신발을 신어도 발이 안에서 놀면서 물집이 잡힌다거나 하는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착화가 불가능하기도 하는 ‘발볼러’의 불편함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발볼러라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있다.)

누가 정해준 기준은 없지만 남성 기준 보통 발의 가장 넓은 부분의 폭이 10cm 이상이면 발볼러라고 봐도 무관하다. 나 같은 경우 딱 10cm인데, 스스로를 발볼러라 생각하고 있다. 모든 신발을 발볼 제약 없이 신지는 못하기 때문인데, 특히 축구화나 농구화는 직접 신어보지 않고는 사지 못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러닝화의 어퍼 소재로 메쉬보다는 니트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신축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어퍼 소재 때문에 발볼 압박이 있는 경우는 예전에 비해 적으며, 만약 그렇다 해도 사이즈를 정사이즈보다 반 치수에서 한 치수 여유롭게 신으면 거의 해결된다. 단, 그렇게 했는데도 어딘가 불편하고 신발 길이가 너무 많이 남는다면 미드솔과 아웃솔의 틀 자체가 자신의 발볼에 비해 너무 좁거나 맞지 않는 신발이기 때문에, 아쉽지만 포기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리복에서 한때 ‘우주인이 신었던 신발의 쿠셔닝’으로 주력했던 러닝화인 ‘플로트 라이드’를 같은 이유로 포기했다. 그런가 하면, 아디다스의 대표적인 러닝화인 울트라 부스트는 끈이 있는 기존 버전은 265사이즈가 편하게 맞지만, 최근 출시된 레이스리스 버전은 265도 270도 발볼과 중족부 압박으로 신기가 어려웠다.

발등이 너무 높아..

그런가 하면 발등이 유난히 높은 분들도 있다. 보통은 발볼이 넓으면 발등도 함께 높은 편인데, 칼발 중에서도 발등만 높은 분도 간혹 있기는 하더라. 발등이 높은 발에게 요즘의 러닝화 트렌드는 좀 불리한 편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뿐만 아니라 리복과 푸마, 그리고 언더아머까지 유행처럼 발목까지 올라오는 미드 컷 러닝화를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드 컷 러닝화는 입구가 좁고, 대부분 ‘혀’라고 부르는 신발 발등 덮개 부분이 분리형이 아니라 일체형이기 때문에 발등이 높으면 일단 진입 자체가 어렵다. 나이키의 ‘루나 에픽 플라이 니트’, 언더아머의 ‘호버 팬텀’ 같은 러닝화가 대표적이다. 나는 아디다스의 대표적인 농구화인 ‘크레이지 익스플로시브’를 매장에서 아예 신지도 못했다. 심지어 275까지 사이즈를 늘렸는데도..

때문에 발등이 높은 분들은 이왕이면 미드 컷 스타일보다는 일반적인 로우 컷 러닝화가 착화에 용이하다. 또 신발 발등 덮개 부분이 어퍼와 분리되는 스타일을 신어야 신발 끈을 느슨하게 조절해서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에 좋다. 물론 일체형 신발 모두가 불편하다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일체형 신발은 발등 부분을 신축성 있는 니트나 네오프렌 같은 소재로 덮기 때문에 러닝을 하다보면 발에 맞게 늘어나기도 한다. 다만, 그런 불편함까지도 감수할 마음이 없는 분들을 위한 최선을 말씀드리는 것이다.

내 걸음걸이를 살펴라.

사람의 걸음걸이는 제각각이다. 팔자걸음, 안짱걸음, 종종걸음 등등. 단, 러닝화를 고를 땐 3가지만 체크해보자. 내가 오래 신던 신발이 안쪽 복숭아 뼈 쪽으로 무너져 있는지, 바깥쪽 아웃솔만 심하게 닳지는 않았는지, 또는 평소에 자주 발을 접질리는 편인지.

내전형, 외전형

만약 오래 신던 신발이 안쪽 복숭아 뼈 쪽으로 무너져 있다면 내전형, 바깥쪽 아웃 솔만 심하게 닳았다면 외전형 러너라고 볼 수 있다. 심한 경우 뛰지 않고 걷기만 해도 확연히 발목이 꺾이는 것이 눈으로 확인될 정도인 사람도 있다. 의식적으로 발목에 힘을 주고 신경을 쓴다고 쉽게 해결될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특히달리는 동안에는) 발바닥을 지탱해주고, 발목을 잡아줄 수 있는 안정화 계열의 러닝화를 선택해야 한다. 안정화 계열은 미드 솔이 두툼하면서도 어퍼보다 넓게 퍼져 있다. 미드 솔 안쪽에만 보다 단단한 쿠셔닝 소재를 따로 위치시켜서 내전되는 발바닥을 밑으로부터 받쳐주는 러닝화가 안정화 계열이다. 또는 단단한 소재의 외장형 힐컵으로 뒤꿈치가 도는 현상을 방지하거나, 중족부에 카본이나 플라스틱 프레임을 적용해 안정성을 확보하기도 한다. 또는 신발 끈이 아닌 와이어 시스템을 적용해서 중족부 전체를 단단히 잡아주는 러닝화도 내전형, 외전형 러너에게 도움이 된다.

발목을 자주 접질린다면

딱히 내전이나 외전 현상이 없는데도 유독 발목을 자주 접질리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들은 가능하면 두툼해서 높이가 높은 미드 솔의 러닝화보다는 무게 중심이 낮은 러닝화를 고르는 것이 좋다. 실제로 나는 발목을 자주 접질리는 사람이 전혀 아닌데도, 나이키의 베이퍼 맥스 러닝화(사실 러닝화라고는 하지만 라이프 스타일화에 가깝다.)를 신으면서 아무 맥락 없이 발목을 접질리곤 했다. 에어의 높이가 높은 편인데다가 일반 파이론 미드 솔처럼 바닥과 완전히 접지하는 형태도 아닌 탓이다. 만약 ‘푹신푹신한 쿠셔닝’을 포기할 수 없다면 미드 솔이 두툼하더라도 어퍼보다 좌우로 넓게 퍼진 미드 솔 모양의 러닝화를 고르자.

그리고 아웃 솔 유무도 꼭 확인하자. 보통은 신발의 구성 요소 중 어퍼, 인솔, 미드 솔, 아웃 솔 4가지 정도는 필수적으로,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과거 러닝화들은 그렇기도 했고. 하지만 요즘은 경량화를 위해 인솔이나 아웃 솔 일부가 생략되는 경우도 많다. 가령 아디다스의 ‘퓨어 부스트’는 인솔이 아예 없어서 발바닥에 미드 솔 부스트 폼이 훤히 다 보인다. 나이키의 대표적인 경량 러닝화인 ‘프리 시리즈’는 유연한 미드 솔의 앞뒤에 조각 조각으로된 아웃 솔을 부착할 뿐 제대로 된 아웃 솔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특히 아웃 솔이 적거나 없으면 미드 솔이 지우개처럼 빨리 닳아서 내구성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물기 있는 바닥에서 미끄러질 위험은 높아진다. 발목을 자주 접질리는 사람은 기왕이면 인솔도 있고, 아웃 솔도 발바닥 전체에 있거나 적어도 중족부를 제외한 앞뒤에 있어서 바닥과의 접지력을 높인 러닝화를 고르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