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씨 ‘김’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먹는 ‘김’을 말합니다. 네, 하정우 먹방으로 유명한 바로 그 ‘김’ 입니다. 김은 원래 한국인의 밥상에는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었죠. 김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반찬인만큼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 굉장히 긴 역사를 자랑합니다. 따지고보면 임진왜란 이후에 만들어진 고춧가루에 버무린 김치보다도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김치의 원류인 ‘딤채’ 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김이 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김치와 마찬가지로 신라 시대 기록과 함께 였습니다. 삼국유사 기록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 시대부터 김을 먹었다고 합니다. 소지왕은 왕이라는 명칭보다는 ‘마립간(부족국가의 성격이 더 강하던 시절)’ 이라는 칭호를 쓰던 왕이었으니, 거의 신라 초기 시절부터 김을 먹어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흥왕보다도 2대나 더 앞선 왕이기 때문이지요.

어떤 방식으로 먹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해의(海衣)라는 표현을 유추해 보아 종이 같이 말린 김의 형태를 일컫는 말이었다고 추정합니다. 오늘날까지 전래되고 있는 말린김의 제조기술이나 도구 등을 미루어보아 김 또한 종이 제조 방법이 전래된 뒤에야 오늘날과 비슷한 제조법으로 김을 생산하게 되었을 겁니다. 

과거의 김은 해태, 청태, 감태, 해의라고도 불렀습니다. 이 중 해태 혹은 감태라는 명칭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기록상으로 등장하는 것은 해태가 가장 늦습니다. 가장 늦게 등장한 표현이 우리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는 것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80년대 쇼핑카달로그에는 선물상품 중 김이라는 표현 대신 해태 라는 표현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글쓴이도 성이 김씨지만 ’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언어유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기 이름으로 삼행시를 짓는 것인데, 이유인 즉슨, 한국에서 가장 흔한 성씨임에도 불구하고 ‘김’ 을 운으로 띄었을때 떠오르는 표현이나 낱말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단 하나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게, 바로 이 먹거리 ‘김’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의 이름 삼행시의 대다수는 바로 이 ‘김’ 과 관련된 주제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난 점은 ‘해태’ 라고 불리던 이 해초가 ‘김’ 이라는 이름으로 유래한 것 또한 바로 김 양식에 최초로 성공한 사람의 성을 따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입니다. 바로 김여익이라는 사람인데, 그는 전남 광양에서 1640년 최초로 김 양식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 김 시식지는 전남 기념물 제11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1640년이면 임진왜란 이후 약 100년이 지난 후, 인조 시절, 병자호란 발발 후 4년이 지났을 때입니다. 김 양식 또한 굉장히 오랜 역사지요. 

김을 먹기 시작한 것은 역사의 기록상으로는 한국이 최초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에 김을 먹는 문화가 생겨난 것 또한 한반도와의 무역을 통해 그 문화가 전파되었을 거라는 게 가장 신빙성 있는 주장입니다. 사실 김은 고려 인삼과 더불어 한국 최고의 특산품 중 하나입니다. 김의 수출액은 인삼보다도 많으며 세계 1위 수출국이 한국입니다. 최근에는 해외 관광객들이 ‘한류’를 타고 한국 여행을 가면 반드시 사야하는 머스트해브 아이템 중 하나로 추천받기까지 합니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쓸어가다시피 할 정도로 사가는 것이 바로 이 ‘김’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2017년 7월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김이 아시아 표준으로 채택되기도 하였습니다. 

주로 기름을 발라 소금을 뿌려 간을 한 ‘조미김’ 의 형태로 소비가 됩니다. 잘 만들어진 김 10장은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 한공기를 순삭할 정도로 맛이 좋습니다. 특히나 이제 막 이유식을 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최고의 반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 숟가락질과 젓가락질이 익숙지 않은 아이들이, 엄마가 말아놓은 김밥을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으니 말이죠. 거기에 아이들의 두뇌발달에 좋은 요오드 성분이 들어 있어 많으니 영양학적인 우수함까지 더할 나위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간편하면서도 맛이 좋은 김이 사실 이 김은 동아시아 권에서나 자주 먹던 음식이었지 서구권에서는 컬처쇼크를 일으키는 식품이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을 제외하고 이 김을 소비하는 국가는 전무하다 시피 했습니다. 웨일즈 쪽에서 수세기 동안 김을 먹었다고는 하지만 청년들에게 물어보면 ‘아, 그거 우리 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먹었다고 하더라’ 정도입니다. 그것도 우리처럼 종잇장 모양으로 말려 먹은 게 아니라 오트밀과 함께 끓여, 우리로 치면 매생이국 비슷한 비주얼로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동아시아의 김이 서양 역사에 충격적으로 등장한 일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였는데, 당시 일본군 연합군 포로 수용소에서였죠. 일본은 포로들에게 부식으로 김을 제공했는데, 종전 후 포로들은 전범재판에서 그들의 포로생활에 대해 설명하던 중 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말하길, ‘수용소에서 불에 태운 검은 종이를 강제로 먹였다.’ 며 포로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한반도의 김을 최초로 먹은 서양인이 등장하는데 바로 1653년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이 제주관아에서 이 김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요즘은 서양에서도 이 김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맛도 조금씩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해외공항에서 검역관들조차 ‘김’ 이라고 말하면 알아 들을 정도입니다. 글쓴이가 2016년 10월,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 갔을 때 검역관이 먼저 ‘Is it Gim?” 이라고 물어볼 정도였으니 김의 위상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영화 X-man의 휴 잭맨의 딸이 김을 간식으로 먹는 모습이 종종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고, 2015년에 오션스헤일로라는 김스낵이 미국 전역의 스타벅스에서 팔리기도 했습니다. 허핑턴포스트 지에서는 ‘How Seaweed Becam A Mainstream Snack In America(어떻게 김은 미국의 주류 간식이 되었나)’ 라는 특집기사 까지 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밥에 하나씩 얹어 먹는 걸 그냥 간식처럼 먹는다고 하니 미국인들의 입맛이 짜기는 짠가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밥(Rice) 문화가 익숙지 않은 미국인들에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김이야 말로 최고의 한식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김을 최초로 먹기 시작한 나라도 우리나라, 김양식을 최초로 성공시킨 나라도 우리나라였으며, 지금과 같은 형태를 만든 최초의 나라도 우리나라였습니다. 김에서 만큼은 그 상품성과 자부심을 크게 가져도 될 것 같습니다. 

아마존닷컴에서 한국산 김 후기를 보면, 감자칩보다도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듯 한데 양이 적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주변 외국인 친구들에게 선물을 해야할 일이 있다면 한식 최고의 식품 ‘김’ 을 배부를 때까지 먹여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