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걸이만 10년_중급자 1_그립 편

‘중급자’의 기준

‘턱걸이만 10년’ 글을 기획하면서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초심자, 중급자, 실력자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것인가,였다. 문서화된 표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련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어느 정도의 오차 범위를 두고 제각각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나도 내 나름의 근거를 두고 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

내가 제시한 턱걸이 중급자의 기준은 ‘정자세로 천천히, 와이드 오버 그립 턱걸이를, 5개 이상 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기준을 자세히 뜯어보면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정자세 : 데드 행 또는 숄더 패킹 중 어느 것으로든 제대로 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천천히 : 당기는 동작은 자연스럽게 수행하되, 다시 팔을 펴는 동작에서 네거티브 훈련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와이드 오버 그립 : 특별히 이 그립을 해야 하는 이유는 없지만, 가장 일반적인 그립이라 선택했다.
5개 이상 : 개수의 기준이다. 고민이 많았지만, 5개 이상 할 정도라면 ‘더 할 수 있는 근력이 부족할 뿐’이지, 턱걸이 자체를 수행하는 운동능력과 이해도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턱걸이를 할 때, 손을 말아 쥐는 너비와 방식에 따라 자극 받는 근육도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어떤 그립이든 등과 팔, 어깨 발달에는 도움이 되지만, 조금 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효과와 운동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그립을 달리 해보는 것도 좋다. 자, 이제 턱걸이 중급자를 위한 턱걸이 그립의 종류와 효과, 팁을 알아보자!

그립의 너비

두 손이 맞닿을 만큼 좁은 클로즈 그립부터, 어깨보다 넓게 잡는 와이드 그립까지 있다. 다만, 경험상 두 손이 완전히 맞닿게 잡고 턱걸이를 하면, 최고 지점에서 팔꿈치가 몸통 앞쪽에 머무는 가동범위의 제한 때문에  불편했다. 두 손 사이에 주먹 하나가 들어갈 여유를 남겨두는 것이 좋았다. 와이드 그립 역시 지나치게 넓게 잡으면, 팔을 펴고 당기는 전체 수행 과정의 가동범위가 아주 짧아져서 광배근과 어깨 후면의 작은 근육에만 집중하게 되고, 자칫 무리하면 부상의 위험이 크다. 어깨보다 약간 넓은 너비까지만 수행하는 것이 좋겠다.

전문가 수준의 내용보다는(우선 내가 아주 전문가가 아니다.) 기본적인 원칙만 알아둬도, 그립을 변형하며 턱걸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멋진 등은 넓이와 두께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넓은 등’에만 집중하지만, 등 중심부와 하부가 부실한 채로 광배근 바깥쪽만 키운 등은 균형이 맞지 않아 볼품도 없고, 코어 근력이 부실하기 때문에 건강에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 턱걸이와 함께 헬스장에서 로우 계열 운동이나 데드리프트를 병행한다면 걱정할 것 없겠지만, 이 글은 동네 철봉에서 턱걸이를 통해 운동한다는 전제로 작성하는 것이니, 그립의 변형으로 등의 넓이와 두께를 모두 노려볼 수 있어야겠다.

1) 클로즈 그립 vs 와이드 그립

간단하게, 최대한 간단하게 이해하자. 그립이 좁아질수록 등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효과가 있다. 클로즈 그립은 와이드 그립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의 중심부와 하부 근육의 개입이 크다. 물론 전완근과 이두근의 개입도 크지만(그래서 상대적으로 와이드 그립보다 수월하게 느껴진다.) 와이드 그립으로는 자극하기 힘든 등의 부위를 훈련하기 위해 클로즈 그립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

그럼 반대로, 그립이 넓어질수록 등의 넓이를 넓히는 효과가 있다. 와이드 그립은 클로즈 그립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의 바깥쪽과 상부 근육의 개입이 크다. 정자세로 수행한다면 어깨 후면에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TIP!_先 와이드 그립, 後 클로즈 그립

‘더 힘든 방식’을 먼저 수행하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자세로 턱걸이를 할 수 있는 팁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클로즈 그립은 전완과 이두근의 개입이 커서,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때문에, 더 힘든 와이드 그립으로 2세트나 3세트 정도 수행하고 이후 힘이 조금 빠졌을 때 클로즈 그립으로 2세트나 3세트를 수행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마지막 세트에 반드시 하는 것이 있는데, 매 횟수마다 그립을 좁히거나 넓히며 턱걸이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트쯤 되면 힘이 빠질 대로 빠져서 아예 매달려 있는 것부터 고역이다. 그럴 땐, 가능한 정자세로 남은 힘을 쥐어짜기 위해서 한 번, 한 번 할 때마다 그립을 바꿔주며(동시에 아주 잠깐의 쉴 틈을 챙기며) 턱걸이를 수행한다. 일이든, 공부든, 운동이든 매사에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무작정 많이, 무작정 힘들게 하는 것보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힘을 쏟아 붓는 스케줄이 더 효과적이다.

그립의 방식

그립의 너비와 그립의 방식을 조합하면, 턱걸이 그립이 완성된다. 그립의 방식에는 손등이 내 얼굴을 마주보게 잡는 오버 그립과 손바닥이 내 얼굴을 마주보게 잡는 언더 그립이 있다. 보통 오버 그립 턱걸이를 ‘풀업’ 언더 그립 턱걸이를 ‘친업’이라고 통칭한다. 그리고 오버 그립에서 엄지를 검지 쪽으로 말아 올리는 썸리스 그립, 오버 그립과 언더 그립을 동시에 잡는 얼터네이티브 그립도 있다.

2) 오버 그립 vs 언더 그립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최대한 간단하게 이해하자. 같은 너비로 잡았다고 가정했을 때, 오버 그립은 상대적으로 광배근 바깥쪽과 어깨 후면에, 언더 그립은 등 하부와 전완근, 이두근에 더 많은 자극이 된다. 때문에, 와이드 그립과 클로즈 그립의 비교와 마찬가지로 보통은 언더 그립이 오버 그립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느껴진다. 앞선 그립의 너비와 그립의 방식으로 최소 4개 이상의 조합을 이뤄낼 수 있다.

– 와이드 오버 그립 (등 넓이 넓히기 훈련에 최적!)
– 와이드 언더 그립
– 클로즈 오버 그립
– 클로즈 언더 그립 (등 두께 늘리기 훈련에 최적!)

TIP!_악력 딸릴 땐 썸리스, 마지막 세트엔 얼터네이티브

나는 팔이나 등 근력에 비해 악력이 약한 편이다. 그래서 아직 턱걸이를 더 당길 수 있는데도 매달릴 힘이 부족해 아쉽게 운동을 마무리 할 때가 많았다. 아마 턱걸이 5개 이상, 10개 이하를 해내는 많은 중급자 분들도 비슷한 상황을 직면하리라 생각한다. 이럴 땐, 비교적 악력의 영향을 덜 받는 썸리스 그립을 활용해보자. 썸리스 그립은 이름 그대로, 엄지가 사라진 듯한 그립 방식이다. 철봉을 말아 쥐며 악력으로 버티는 오버 그립에 비해서 철봉에 손을 걸고 버티는 방식이다. 때문에 악력이 딸릴 땐 한두 세트 정도 썸리스 그립을 활용하면, 더 운동하고 싶어 안달난 등을 괴롭힐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보통 ‘와이드-클로즈’ 그립 조합으로 훈련할 것인지 ‘오버-언더’ 그립 조합으로 훈련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편이다. 조합은 각자 기호에 따라 선택하겠지만, ‘오버-언더’ 그립 조합으로 훈련을 한다면, 마지막 세트는 얼터네이티브 그립을 추천한다. 힘이 빠질대로 빠진 상태, 한 세트 더 할까, 말까 고민되는 상태. 그럴 땐 한 손은 오버 그립, 다른 한 손은 언더 그립으로 철봉에 매달려서 턱걸이를 해보자. 미묘한 불균형 속에서 균형을 이루려는 시도가 몸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또,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는 팔이 한 개라도 더 턱걸이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혹시 그래도 힘이 남아있다면 양손의 오버, 언더 그립을 바꿔서 한 세트 더! 생각보다 재미있고 즐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