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한알에도 우주가 깃들었나니…

겨자는 기독교와 불교 모두에게 등장하는 희안한 식물이다. 두 종교 모두 겨자씨를 ‘아주 작고 미세한 것’을 가리킬 때 비유적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겨자씨는 도대체 얼마나 작을까? 겨자씨는 씨앗 한 알이 1mm 정도로 아주 작다. 불교에서는 1겁을 비유하길, 사방 40리(약 16Km)의 성에 겨자씨를 가득 채운 뒤 100년에 한알씩 꺼내 다 없어져도 1겁이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겁의 세월을 뛰어 넘어 만난 인연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데 쓰인다. 마태복음에는 겨자씨만한 믿음만으로도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비유가 숨어 있다. 

이처럼 1mm도 채 안되는 작은 씨앗 하나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철학에 이처럼 등장하는 것은, 겨우 그 작은 식물의 씨앗 하나가 인류에게 주는 풍요로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겨자는 십자화과 배추속(Brassica)이다. 우리는 십자화과 배추속이라는 식물분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굳이 생물학자가 아니더라도 음식을 만들거나 식재료를 다루는 사람들도 계,문,강,목,과,속,종의 복잡한 분류는 차체하고라도 과,속,종 정도의 구분은 어느 정도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겨자라고 하면 해파리 냉채에나 들어가는 소스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혹은 조금 더 나가면 양장피를 떠올리기도 하고, 조금 더 서양식 요리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머스타드(mustard)나 홀그레인머스타드(whole-grain-mustard, 겨자씨소스)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겨자는 겨자지’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요즘은 쌈채소로 겨자잎을 먹기도 한다. 그 특유의 톡쏘는 향이 아주 일품이다. 자, 우리가 겨자라고 해서 일반적으로 상상하고 연상할 수 있는 것은 이정도가 다일 것이다. 지금부터 글쓴이가 겨자와 관련있는 키워드를 나열해보겠다. 

갓김치, 짜사이(Zha-cai, 양꼬치집에서 주는 김치류 밑반찬),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케일. 눈치채신 분들은 식객레벨이 꽤나 높이신 분들일테고, 아직도 어리둥절하신 분들이 있을 줄로 안다. 그 어리둥절 하신 분들을 위해서 계속 글을 이어 나가겠다.

갓김치는 우리나라에서 사실 호불호가 강한 김치다. 여전히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고, 접해보더라도 그 특유의 향과 쓴맛으로 인해 미각의 기억에 엄청난 내상을 입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이들에겐 이 갓김치가 그야말로 God-김치가 될 정도로 아주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며 사람들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갓김치를 처음 담궜을 때 나는 아주 독특한 향과 특유의 쓴맛 이유는 앞서 수도 없이 언급했던 ‘겨자’와 관련성이 깊다. 이쯤되면 눈치채셨으리라. 그렇다. 갓김치의 갓과 겨자는 형제관계다. 거의 동일한 식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갓의 학명은 Brassica juncea var. Integrifolia 인데 겨자의 학명은 Brassica juncea var. Crispifolia 이다. Brassica는 앞서 말한바와 같이 배추속 식물을 일컫는 학명인데, 즉 아버지가 같은 형제관계라고 보면 된다. 

갓김치에 들어가는 갓의 맛이나 겨자의 잎사귀 맛이나 그 맛은 유사하다. 그래서 혹자들은 갓김치의 갓을 처음 먹었을 때 겨자잎을 먹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꽤 있다. 어쨌든 이 갓김치가 God-김치라면 겨자 또한 God 식물의 범주에 들어가도 되지 않을런지.

고급중식당이나 양꼬치집에 가면 차사이(짜사이)라는 밑반찬이 있다. 꼭 길게 썬 오이지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 식감이 까닥까닥해서 자꾸 손이 간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짜사이의 정체를 오이를 말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니면 아예 궁금해하지조차 않고 맛에만 취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양꼬치 한입, 칭*오 한모금, 그리고 짜사이 한 젓가락. 정말 꿈에 그리던 조합 아닌가 싶으면서도 저 정체모를 짜사이에 대한 궁금증은 해결되질 않는다. 

차사이, 짜사이 혹은 짜차이라 불리는 음식의 정체는 바로 겨자다. 한자음으로 하면 착채라고 불리는 데, 한국식으론 그냥 겨자다. 중국 사천지방의 음식으로 까닥까닥하게 말려서 염장한 후 김치처럼 무쳐먹는 요리인데, 이 식재료는 바로 겨자의 줄기를 말려 채썬 것이다. 

자, 그렇다면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케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 죄다 야생겨자에서 나온 식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즉 할아버지가 같다. 즉 야생겨자에서 줄기부분을 개량한 것이 콜리비, 잎을 개량한 것은 케일, 꽃과 줄기를 개량한 것이 브로콜리, 끝잎싹을 개량한 것이 양배추, 꽃싹을 개량한 것이 콜리플라워다. 하나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를 밝혀낸 것이 바로 우장춘 박사다. 

겨자는 프랑스 요리에서 매우 중요한 소스이면서도 한중일 동아시아 3국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고 고급스러운 재료다. 주로 냉채요리에 그 쓰임이 많고 식초, 설탕과 함께 최고의 조합을 이룬다. 

겨자는 그 작은 씨알이 모여 인류 요리사에 그은 획이 굉장히 큰 식물이다. 없어서는 안될 식재료 혹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식재료는 아니지만, 겨자 씨알 하나가 요리사의 무궁무진한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의 삶이 겨자의 삶 반만이라도 쫓아가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겨자씨 한알을 물끄러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