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죽을 때까지 단 하나의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무엇을 먹겠느냐고 질문을 한다면, 나는 지체하지 않고 두 가지중 하나를 선택하겠다. 하나는 인도 커리이다. 혀를 자극하는 다양한 향신료, 풍부하고 영양 많으며 다채로운 재료, 갓 화덕에서 구워낸 뜨뜻한 난을 맨손으로 북북 찢어 커리를 잔뜩 묻혀 먹는 그 맛은… 아무래도 내일도 커리를 먹어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한가지 더, 만일 커리가 안된다면 나는 중화요리여도 상관이 없다. 미안하지만 짜장면 아니다. 짬뽕도 엄밀히 중국요리는 아니다. 탕수육? 당연히 아니다. 사실 우리가 아는 중국집 대표 메뉴인 짜장면, 짬뽕, 탕수육, 거기에 서비스로 주는 군만두까지 이 조합은 엄밀히 이야기해서 정통 중화 요리는 아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모든 것들은 한국화 된 중화요리이고, 짬뽕은 거기에 더해 일본화된 중화요리의 다시 한국화된 버전이기까지 하다.

생각해보면 인구 14억(세계1위), 면적 959만 제곱 킬로미터(세계4위)를 자랑하는 이 거대한 대륙의 대표 요리가 짜장면, 짬뽕, 탕수육, 군만두일 리가 전혀 없다. 중국의 요리는 지역마다 대표 요리가 다르고, 재료도 다르며, 당연스럽게도 조리법도 다르니 맛도 천차만별이다. 어쩌면 한국인들이 가장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음식 문화가 바로 중국, 중국요리라는 세계일 것이다. 더러울 것이다, 위생이 좋지 않을 것이다 등,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나타나는 폐해가 없지는 않을 것이나, 중화 요리는 그 자존심 강한 불란서 인간들이 세계 최고의 미식 문화로 인정한 세계이다. 먹는 거 좋아하는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먹방과 야식의 나라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멀기만 드럽게 먼 프랑스보다는 가깝고도 가까운 중국 요리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는 것은 인생의 교양으로서 모자람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재밌는 것은 불란서佛蘭西 는 중국어의 성조대로 음차해서 읽으면 FuLanSe, 즉 푸란쓰어 에 가까운 발음이 된다. 사실 불란서는 꽤나 원음에 가까운 말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우리만 한글 음차로 읽어서 오히려 곡해되었다는 사실. 어쩌면 이 작은 일화가 중국 요리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도 같을지 모른다. 자 그럼, 우리의 편견이라는 죽의 장막에 가려졌던 중국 요리의 세계를 잠시 파헤쳐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쓰촨지역의 요리(한국에 알려진 대부분의 정통 중화요리가 이 쓰촨지역의 요리이다.)를 제외한 베이징과 샹하이의 요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베이징

베이징은 춘추전국시대 연나라의 수도였기에 연경으로도 불렸고, 12세기 금나라의 수도가 되면서는 중도, 원나라의 수도가 되면서는 대도, 다시 명나라 시기 영락제가 쿠데타로 조카를 몰아내고 집권하며 이곳으로 수도를 옮겨, 당시 수도였던 남경과 대비되는 북경으로 이름을 지었다.

이름조차 자주 바뀌는 이 거대한 도시의 과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현재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워낙에 건조했던 북경의 날씨 때문에 과거부터 많은 황제들이 수로와 운하를 팠고, 이것들이 베이징의 성 바로 앞까지 흘러 장관을 이뤘다. 청대 절정기의 베이징을 다녀왔던 서양인들은 베이징을 ‘동양의 베니스’ 라고까지 불렀으니, 지금의 먼지 많고 삭막한 베이징을 떠올려서는 안될 것이다.

더군다나 이 때 당시의 베이징은 도시 전체를 대칭구조인 4겹의 성이 둘러싸는 거대한 성곽도시였다. 둘레 3km의 거대한 자금성을 다시 그보다 더 거대한 9km 짜리 황성이 감싸고, 그 황성을 다시 내성이 감싸고, 그 내성을 다시 외성이 감싸는, 지금 기준으로도 터무니 없을 정도로 거대한 도시였다. 현재 외성과 내성은 사라져 없고, 우리가 천안문으로 익히 알고 있는 황성의 3면까지만이 남아있다. 그조차도 거대하기 이를 데 없으니, 과거의 위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이 베이징의 요리라고 하면 산동 지역과 북경의 요리를 묶어서 이른다. 기름진 육류 요리와 면과 만두가 대표적이며, 튀김과 볶음 요리는 짜고 강한 맛이 난다.

대표적인 베이징의 요리는 북경오리로 잘 알고 있는 베이징 카오야, 그리고 양고기 샤브샤브인 수안양러우가 유명하다. 이중 베이징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점으로는 청나라 말에 개업한 북경오리의 전취덕, 그리고 1914년에 개업한 왕푸징의 동라이순이 유명하다. 동라이순의 수안양러우는 양고기에 배추와 청경채 얼린 두부 등 다양한 재료를 익혀 장에 찍어먹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대표적인 요리로는 속없는 찐빵인 만터우, 야채와 고기 속이 든 반달형의 만주족 음식인 자오즈(교자), 속이 든 둥근 모양의 만두인 빠오즈가 있다. 특히 이 빠오즈로 유명한 음식점으로는 前门大街(전문대가, qianmendajie) 83호에 위치한 第一楼观塘次奥笼包子饭店 (diyilou guantang xiaolongbaozi fandian)이 있으니, 북경에 머무르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가보도록 하자.

물론 귀족적인 음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경사람들이 즐겨마시는 콩즙은 독특한 신맛이 있고, 좁쌀가루와 미자가루를 익혀 마든 걸죽한 죽인 미엔챠는 아침 식사 대용이다. 훈뚠이라는 작은 만둣국의 일종도 마찬가지 아침에 자주 먹으며, 완두콩을 으깨 만든 양갱인 완떠우황은 달콤하고 영양가가 높은 간식이다.

  1. 샹하이

샹하이는 본디 작은 어촌이었으나 격동의 역사를 거치며 현재 중국 개혁 개방과 자본주의의 선두에 서 있는 도시로 변모했다. 20세기 초의 상하이는 아시아 최대의 영화 산업이 발달한 곳이었으며, 동시에 뉴욕과 런던 다음가는 금융의 중심지였다. 베이징의 과거 동양의 베니스였다면, 샹하이는 동양의 파리로 불렸다.

샹하이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건물들이 넘쳐나는 이곳에는 19세기 말 지어진 극동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에스터 호텔과 함께,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는 화평반점(peace hotel)이 있다. 특히 아직까지도 화평반점9층의 식당 롱펑팅의 뷰는 샹하이 최고로 손에 꼽히고 있으니, 음식 값이 조금 부담되더라도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방문해보독 하자.

거기에 더해 샹하이와 가까운 절강성의 항저우, 닝보, 샤오싱 등은 옛 송나라의 수도 및 주요도시들로 아름다운 문화유산들과 자연환경으로도 유명하니, 일정이 된다면 놓치지 말도록 하자.

샹하이 요리는 장강과 운하의 발달로 해산물 요리의 진수를 보여주며, 샹하이 만이 아닌 인근의 소주, 항주, 영파, 소흥 등의 근처 요리들을 통칭해 부른다. 간장과 설탕을 주로 사용하여 요리하고, 탕을 중시하는데 맛은 진하나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샹하이의 해산물 요리는 바다와 인접해있으니 바다 요리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오히려 웬만한 바다 뺨치는 대륙 스케일의 장강과 운하의 영향으로 민물고기에 대한 요리가 발달했다. 특히 황하의 잉어볶음(리우위뻬이미엔) 요리, 송강의 농어회, 겨울철 별미인 청어간(청위투페이) 이 세 가지가 유명하다.

민물에는 당연히 물고기만 사는 것은 아니어서, 양징호의 민물 게 요리 또한 유명하다. 9월에는 알이 많은 암게가 유명하고, 10월에는 살이 오른 수게가 유명하다. 샹하이의 게는 몸에 털이 많아 마오시에 로도 불리고, 양징호의 게는 일반적으로 샹하이 따쟈시에 로 알려져있다. 게 요리에는 보통 소흥주를 곁들여 먹는 것을 잘 어울린다고 얘기한다.

물고기가 아닌 요리도 물론 유명한데, 그 유명한 동파육(동포러우)이 바로 대표적인 샹하이 음식이고, 다년생 풀로 끓인 정갈한 맛이 일품인 춘차이탕, 장어포인 영파, 닭을 연잎으로 싸서 진흙을 발라 구운 거지닭이 유명하다.

샹하이의 유명 음식점으로는,

화이양 요리로 유명하고 수산물을 1년 내내 공급하는 南京东路 扬州饭店(난징동로 양주반점, nanjingdonglu yangzhou fandian)

청나라 동치년에 설립되어 신선한 해산물 요리로 유명하고, 빠바오야와 홍샤오콰이위가 별미라고 알려진 上海老饭店 (상해노반점, shanghai lao fandian)

청나라 광서년에 설립되어 해삼에 절인 고기와 새우요리인 샤즈따우션이 유명한 德兴馆 (덕흥관, de xing guan)이 유명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딤섬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딤섬 식당 杏花楼 싱화러우 도 있다. 무려 1851 – 1861년에 개장을 했던 곳이니, 역사의 흥취와 함께 딤섬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1. 부록 – 음식 시키는 법 & 식사 예절

예로부터 주나라 무왕은 나라를 다스리는 8가지 중 제일이 먹는 것이고 둘째가 재물이다, 고 했으니 중국의 음식 중시 문화는 유서가 깊은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만큼 깊고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가짓수만 수천개에 이르는 이 중국 요리를, 생각해보면 주문하는 것조차 간단한 일은 아니다. 중국인들조차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는 일은 그중 제일 주문 좀 한다 하는 사람에게 일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중국요리의 주문법과 식사 예절은 또 따로 있을까?

당연하다.

중국 요리는 한국과는 다른 순서대로 상에 오른다. 정식요리로 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차가운 요리인 냉채로 시작하여 뜨거운 요리인 열채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상에 오르는데, 보통은 냉채 – 야채 볶음 – 고기 볶음 의 순서대로 나오며 끝으로 갈수록 맛이 깔끔하고 고급 음식이 나온다. 첫 요리가 맛있다고 너무 과식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좀더 세분해서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정식 전 가볍게 차와 함께 먹는 소채 – 정식인 냉채(술안주) – 식사를 위한 요리인 열채, 열채의 끝은 생선 – 탕 – 밥 혹은 국수(주식) – 후식의 순서이다.

 

한국인이 실례를 범하기 힘든 식사 예절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먼저 식탁에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풍습이지만 다음 중국 속담과 엮어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다. “큰일이 없을 때는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큰일이 생겼을 때에는 친구와 밥을 먹는다.” 무슨 이야기냐면 평소에는 연락도 없던 친구에게 막상 부탁할 일이 생겨서 식사 자리를 만들어 보려고 해도, 평소에 잘하지 않는 사람에겐 아무도 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마찬가지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식사를 같이 해야 하는데, 그만큼 식사라는 것이 중국인들에게 차지하는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또 연회에 참석할 때는 복장에 신경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되며, 식탁에서 음식을 손수 집어 놔 주는 것은 친절과 우정의 표시이다. 혼자 음식을 먹는 것은 실례가 된다. 물고기 요리는 머리가 항상 손님쪽으로 하고 생선을 뒤집지 않는다. 주인은 술잔을 비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며, 모든 요리를 다 먹어 버리면 준비가 부족했다는 뜻이 되므로 매번 음식은 조금 남기는 것이 예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