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반대쪽, 멕시코의 음식

정치경제적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강대국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영향권에서 항상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언어나 풍속뿐 아니라 습관, 음식 등 문화 전반에 있어 독특한 자신들만의 색을 갖고 있는 것. 이는 오랜 역사를 가진 과거의 강대국, 정복자 스페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이라는 국가가 생기기 전부터 깊게 뿌리내린 마야 · 아즈텍 문명의 토대가 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진짜 멕시코는 스페인이 들어오기 훨씬 이전인 올멕 문명으로부터 마야, 아즈텍에 이르는 독자적인 중남미의 고대문명 속에서 그 의식주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멕시코의 음식문화는 마야, 아즈텍 문명에 그 뿌리를 내린 독특함으로 오늘날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코로나나 데킬라 같은 술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또띠야, 나초 등을 이용한 안주메뉴가 함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여러 다양한 패밀리레스토랑들이 두세 개 이상 멕시칸 요리를 선보일 정도로 멕시코 음식은 우리 식생활에 이미 깊숙히 침투해 있다. 특히 그들의 고추인 칠리의 매운 맛과 자극적인 소스맛으로 유명한 멕시코 음식은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아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멕시코에서 선보이는 음식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이전부터 발달했던 원주민들의 토착문화와 스페인 정복기에 들어온 스페인의 음식문화, 또 스페인으로부터 해방된 후 프랑스 음식 등이 어우러져 탄생됐다.

멕시코는 옥수수, 카카오, 고추, 감자, 고구마, 토마토, 아보카도, 치클레(껌의 원료가 되는 나무), 선인장 등의 원산지로서 세계의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 그동안 이 코너에서 다뤘던 유명한 프랑스나 이태리, 스페인 등 유럽 음식문화의 발달에 있어 이 멕시코의 발견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는 이미 기술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멕시코 음식문화를 옥수수문화라고도 한다. 이는 토양이 옥수수 재배에 적합하여 대규모 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인데 기원전 7천년경부터 옥수수를 재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야 신화에서 신은 옥수수로 인간을 만들었다. 이 옥수수 인간들은 신과 맞먹을 정도의 지혜와 힘을 가지고 있어 신들에게 위협이 되었기 때문에 신들은 그들에게 힘을 거두는 대신 짝을 주어 이들이 새로운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 마야문명의 뒤를 이은 아즈텍의 신화에도 옥수수가 등장한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섯 번째 인류이며 이전 네 번의 인류는 모두 멸망했다. 이후 다섯 번째 인류를 재건한 신, 케찰코아틀은 이 인류가 먹을 식량을 구하러 가서 옥수수 낱알을 얻어 돌아온다. 이것이 옥수수의 기원이다. 이처럼 신화에서도 자주 등장할 정도로 옥수수는 마야와 아즈텍 등 멕시코 고대문명을 이어가는 중요한 식량으로 평가받았다.

옥수수의 중요성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멕시코에서 사제와 귀족 등 상류계급을 제외한 다수의 피지배계급은 옥수수 위주의 단조로운 음식문화를 전개해나갔다. 그러다가 16세기 이후 유럽으로부터 유제품, 쇠고기, 닭고기, 밀, 양파 등이 들어오며 옥수수 등 곡물과 야채 중심의 요리에서 육류의 사용이 다채로워졌고, 밀의 경작으로 인해 빵이 옥수수와 함께 주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특히 식용유의 등장과 튀김조리법의 도입은 멕시코 음식문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렇게 스페인 정복기간 동안 새로운 요리가 무수히 개발되었는데, 여기에는 수녀들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전해진다. 즉 매일 사제와 수녀들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는 수도원 주방은 상당한 요리솜씨를 갖고 있었으며, 그네들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통해 새로운 멕시코요리를 탄생시켰다.

멕시코인들의 식습관은 1일 5식에 점심에 성찬을 즐기는 스페인의 영향을 받아 점심은 오후 3시에 든든하게 먹고, 저녁은 오히려 가볍게 먹는다. 스페인 정복기의 영향으로 아직도 계급사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상류층과 하류층의 식생활도 다르다. 상류층은 유럽의 식생활구조를 갖고 있으며 중 · 하류층은 전통적인 식생활의 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멕시코 사람들은 대부분 대식가이지만 상류층으로 갈수록 소식하고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먹는다. 따라서 상류층 사람들은 서구풍 외모에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반면 메스티소들은 작은 키에 목이 없고, 거대한 드럼통 같은 몸매의 사람들이 많다.

상류계급용 시설을 이용할 때는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추어야 한다. 중급 이상의 레스토랑에 갈 때는 슬리퍼나 가죽 샌들을 신지 않으며 특히 복장과 머리모양에 신경을 쓴다. 멕시코 레스토랑에서의 매너는 유럽과 유사하다. 식탁에는 나이프, 스푼, 포크가 놓여지며 코스 별로 음식을 제공하고, 음식 먹는 소리를 내면 가정교육을 잘못 받은 사람 취급을 한다.

멕시코에서 잘 알려진 또띠야는 서민들의 주식이다. 거리에는 타코나 또띠야를 파는 간이음식점이 줄지어 있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며 식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먹는다. 이렇게 먹지 않으면 타코 고유의 맛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옥수수는 스페인 지배 전부터 멕시코에서 식용되던 식재료였기 때문에 스페인 통치하에서 피지배계층이 먹는 음식으로 귀족계급에게 무시되던 음식이었다.

이런 풍조가 독립 후에도 계속돼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자들의 사이에서 밀가루음식과 옥수수음식의 선호도가 분명히 나타났다. 그러다가 1910년 이후에 시작된 멕시코 혁명은 이러한 토속음식 배격성향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전국 각지를 대표하는 타코가 출현했고 멕시코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일조를 하게 되어 현재는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다.

멕시코음식은 유럽(Old World – 구 세계)과 아메리카 대륙(New World – 신세계)의 특성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지닌다. 다양한 음식재료로는 콜롬비아 시대 이전에 들어온 토마토, 칠리 고추, 터키, 바닐라, 초콜릿, 옥수수가 있으며, 후에 스페인들과 프랑스인들에 의해 들어온 유제품, 쇠고기, 닭고기, 밀, 양파, 그리고 마늘이 있다. 북멕시코의 가장 알려진 음식으로는 콩(beans), 육포, 칠리(chilies), 그리고 밀로 만들어진 토티아(wheat-flour-tortillas)가 있다.

옥수수와 함께 멕시코 요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고추인데, 입안이 얼얼할 정도의 작고 빨간 것에서부터 별로 맵지 않은 피망에 이르기까지 약 200여 종의 다양한 고추가 있다. 각종 소스를 만드는 데 쓰이는 고추는 요리의 재료로도 매우 중요하게 사용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몰레요리인데, 몰레를 싫어하면 반역자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몰레는 멕시코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지방마다 만드는 방법과 재료가 약간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고추, 초콜릿, 참깨, 아몬드, 건포도, 후추, 계피, 마늘, 양파, 토마토, 바나나 등의 수많은 재료를 갈아 익혀 만든 몰레를 칠면조나 닭고기에 소스처럼 얹어 먹는다. 맛있는 몰레를 만들려면 오랫동안의 숙련된 음식솜씨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고추장이나 된장에 비교될 수 있는 몰레요리의 유래는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멕시코시티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푸에블라 지방의 산타클라라 수녀원의 수녀들은 대주교의 갑작스런 방문을 앞두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려고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음식을 담당하는 수녀가 여러 가지 궁리를 해 보았으나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 수녀는 어린 보조 수녀를 두고 있었는데 주교님의 방문이 임박하자 어린 수녀는 다급해서 식품창고에 있던 여러 재료들을 있는 대로 맷돌에 넣고 갈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몰레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한편, 보조 수녀가 이것저것을 갈아 만든 소스를 먹어 본 음식 담당 수녀는 그 맛이 기가 막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 그때 큰 칠면조 한 마리를 삶고 있어서, 음식 담당 수녀는 몰레에다 칠면조 국물을 섞었다. 식사시간이 되어 그 수녀는 칠면조에 맛이 있는 몰레를 얹어 큰 접시에 내놓았다. 이를 본 주교님은 처음에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윽고 맛을 한번 본 후에 너무 맛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푸에블라 지역 몰레의 명성이 멕시코 전국으로 퍼져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 되었다고 한다.

또 몰레는 멕시코 속담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이 바로 내 몰레다.”라는 말은 가장 좋아하거나 자신 있는 것을 나타내며, “몰레에 참깨”는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며, “몰레에 고추를 넣다.”라는 말은 무엇이 이제 완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몰레는 멕시코의 전통음식을 대표하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통음료와 술도 멕시코 음식문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현대의 멕시코인들이 즐겨마시는 음료로는 우선 청량음료를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콜라는 특히 멕시코인들이 좋아하는 음료이다. 전통음료로는 과일음료를 들 수 있는데, 투나(선인장 열매)나 망고와 같은 열대과일들을 갈아서 설탕을 가미하거나 하마이카라는 꽃을 갈아 만들거나 쌀을 불려서 갈아만든 오르차타 등이 사랑 받는 음료들이다. 멕시코인들은 이런 과일음료들을 식사 때 즐겨 마신다.

현대 멕시코인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주류로는 맥주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전통주로는 마게이즙을 발효시켜 만든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한 풀케를 들 수 있다. 서민들이 주로 마시는 풀케는 맥주가 들어옴에 따라 소비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도 일반인의 사랑을 받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마게이와 풀케는 민속놀이나 의식, 노래와 문학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서민의 술이라고 할 수 있다.

풀케와 함께 멕시코를 대표하는 술은 데킬라이다. 10년생 이상의 아가베(용설란)를 3년 이상 발효시켜 만든 멕시코의 국가적인 술이라고 할 수 있는 데킬라는 특허법에 의해 상표를 보호하고 있으며 생산과정에서도 상공부의 감독을 받는 술이다. 스페인의 정복 이전 과달라하라주의 티킬라족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데킬라는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데킬라는 레몬, 소금과 함께 마시는데 이것들이 알코올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