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부터 지금 하면 어떨까?

한 현자가 엄청나게 바쁜 비즈니스맨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바쁘게 사시는 거죠?”
남자가 말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돈을 벌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돈을 좀 벌면 사업을 더 크게 키워야죠”
“사업을 키우고 나시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글쎄요. 사업을 키우면 가족들도 직원들도 부자로 만들어줘야죠”
남자는 뿌듯하다는 듯이 말했다. 현자가 다시 물었다.
“그럼 가족들도 잘 살고, 직원들도 부자가 된 후에는 뭘 하실 건가요”
“아, 그때는 저도 좀 쉬어야죠.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현자가 남자의 눈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
“바로 그 일을 지금부터 하면 어떨까요”

신이 인간에게 삶을 주었을 때,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삶은 밀린 숙제가 아니다. 지금 즐기는 것과 지금 느끼는 것을 몰아서 숙제처럼 한꺼번에 해낼 수 없다.

언제간 와인을 마실때 새겨 들었던 말이 있었다.
“와인의 맛은 언제 느끼나요? 입에 가득 머금을때? 냄새맡을 때?”
통통하고 동그란 안경에 작은 얼굴의 소믈리에가 말했었다. 모두 답을 못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따라해 보실래요? 와인을 조금 입에 물고요, 쓰읍~”
소믈리에의 말은 공기를 와인을 물고 있는 입에 집어넣으라는 말이었다. 따라해보았다.
“무엇이 느껴지나요?”
그제서야 알았다. 입에 가득 담은 와인에게서는 그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쓰읍은 와인을 느끼게 하는 주문이었다. 빈 공기를 집어넣자 입안에 와인의 풀맛, 진한 초콜렛향, 그리고 씁쓰름한 맛까지. 그렇게 와인을 바람의 공간에 놓아두자 와인이 깨어나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그때부터 와인을 좋아하게 된 거 같다. 와인의 맛은 정작 빈 공기에 있었던 것이다.

와우~!
완전자율근무제라는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른 단순한 생각이었다. 내 뇌는 이 말을 무척 좋아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정녕 출퇴근에 시달리지 않고, 정해진 의자와 책상에서 궁싯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얼마전 한 스타트업 CEO를 만났을때 시원시원하게 말하던 그가 아직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완전자율근무제였다. 하지만 언제고 꼭 해야할 숙제라고도 덧붙였다.
그런데 이제 칸투칸 회사 전체가 완전자율근무를 실천한다니.
사실은 좀 도전적이다. 2013년 재택 근무를 도입했던 야후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후퇴했다. CEO 마리사 메이어는 다시 정시 출근 근무로 바꾸었고, 결국 야후는 냉탕 온탕을 오간 꼴만 되고 말았다.
그런데 만약 자율근무가 시대에 맞지 않다면 세계최대기업 중 하나인 도요타가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빌게이츠가 메이어의 자택근무 금지를 시대역행이라고 메이어를 공격했던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단 야후의 그때와 칸투칸의 지금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는 이전과 달리 아주 튼튼한 IT툴들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일의 효과를 지원할 것이다.
둘째, 인류는 모여서 밤새 하는 일이 많은 것이 미덕이 아닌 시절로 접어들고 있다.

첫번째부터 살펴보자.
4차산업혁명은 많은 것들이 모호해진다. 공간이 모호해지고, 그 다음은 시간이, 그리고 주체가 모호해진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다. 마치 신에게나 어울릴 말 같지만 클라우드와 IT를 통해서 어디서든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근무시간이라는 것, 정해진 시간이라는 것이 소멸하고 있다. 전통산업시대가 막을 내려가면서 다니엘 핑크가 지적했듯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정해진 시간없이 여가를 즐기는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열렸다. 즐거운 취미와 고된 일의 구분도 경계도 무너진다. 지난 주말 한 미술학도가 낸 책의 사인회로 강남의 한 서점은 북새통이었다. 웹툰작가 여은의 팬 사인회였다. 그녀는 미술가 지망생이었지만, 메이크업을 좋아했고 본업이 아니라 취미로 틈틈이 메이크업 정보 블로그에 띄운 웹툰으로 팬들을 몰고다니는 대스타가 되었다. 그녀에게 직업이 된 웹툰은 그저 ‘놀이’다. 미래학자들은 핸리포드가 컨베이어 벨트 앞에 노동자들을 세우면서 시작되었던 일과 유희의 분리가 끝나고 다시금 두가지가 혼재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두번째. 우리는 더 이상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낮은 반복 노동은 점점 더 기계로 대치된다는 이야기다.
독일의 지멘스는 생산인력의 증원없이 9배의 생산성 증가를 달성했다고 발표하여 기계경제의 가공할 위력을 입증했다. 단순한 노동을 맡았던 노예들의 헌신적 희생이 없었다면 찬란한 그리스의 문화는 꽃피울 수 없었다. 관점을 바꾸면 이제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것을 기계에 맡기고 그리스의 문화가 꽃을 피웠던 것처럼 새로운 문화를 꽃피울 기회 앞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점점 더 많은 시간,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삶의 추구는 기업체로서는 완전 자율화 근무라는 것과 잇닿아 있다. 또한 회사의 범위는 정해진 공간의 물리적 넓이가 아니라 외부와 연결된 네트워크의 규모가 회사의 크기를 말해줄 것이다. 애플이 선도하는 앱경제는 2008년 잡스가 외부개발자에게 아이폰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맡기면서 화려하게 막이 올랐다. 노는 듯 일하는 개발자들에게 미래를 맡긴 이 신의 한 수로 애플은 모바일 생태계를 석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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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무척 바쁜 회사들에게 이렇게 한번 물어보자.

“그렇게 모여서 밤새 일해서 뭐하시게요?”
“매출도 올라가고 회사가 커지겠죠”
“매출 많이 올라가서 큰 회사가 되면요?”
“사장님도 직원들도 돈 좀 벌어 부자가 되겠죠”
“돈벌고 부자가 되면요?”
“그때는 직원들도 좀 덜 조이겠죠. 삶의 여유를 좀 더 가지고, 출퇴근도 자유롭게”
“그 여유, 지금부터 시작하면 안될까요?”

그 답 중의 하나, 완전자율근무제가 3월부터 칸투칸에서 시작된다. 사실은 단순히 순서가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여유는 낭비가 아니라 일을 더욱 즐기게 하는 와인의 공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6 comments

  1. 얼마전부터 흥미롭게 칸투칸을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 행보에 기대를 가져봅니다.

    잡플래닛이라는 곳에서 검색해 본 칸투칸은 업무 강도가 높고 퇴근이 늦다는 평가가 많았던데, 온라인으로 보는 칸투칸은 상당히 진취적이라 과연 그 온도차를 극복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1. 간단히 회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견학 프로그램입니다.

      꼭 보고 싶으시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초청해드리겠습니다.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1. ghdh

        응답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참 신기한 프로그램도 있었군요??

        이건 미처 보지 못했었네요.

        저야 기회되면 한 번 꼭 견학해보고싶긴합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2. 몇년전부터 관심있는 브랜드로 지켜보고있습니다
    이젠 매년겨울 칸투칸 패딩은 한두개씩 장만하는게 의무랄까요 ?ㅋ

    칸투간의 정신이 맘에들어
    다른 지인들이 고가의 패딩으로 자랑질 할 때도 자존심 하나로 콧대세우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영 상품이 맘에드는것이 없네요;;
    개인차일수도 있지만.

    여성.아동라인이 역시나 부족한 부분인데요 ㅋㅋ

    또한 광고와는 다르게 행보는
    여느 아웃도어 브랜드와 같습니다.

    올해 제품은 작년제품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많이드는건 어쩔 수 없고요

    요즘 전투적인 홍보로 인하여 이제 좀 사람들이 안다지만

    브랜드 유명세 치고 초반가격 세게잡고 1월이면 폭탄세일하는 클라스ㅋ
    저도 눈감는 호구라지만…
    이번에는 그저 시기를 지켜보고있답니다ㅎ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이부분부터 개선해 보시는건 어떠하신지..( 불가능인거 알아요 ㅋ그냥 푸념)

    특히나 이번시즌 제품은 정가 혹은 몇십내고 사기에는 아직 퀄리티가 못미친다해야하나..

    세일 필요없고 예전처럼 그냥 딱.
    이가격이면 정말 잘샀다. 라는 제품좀 만들어주세요 ㅜㅜ

  3. 삼성이네. 똑똑한 사람만 모이는 곳이잖아, 도덕적으로도 우수하나요?
    재용이랑 쎄쎄쎄하고 재미지게 인생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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