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8 트렌드 코리아 (저. 김난도외) 를 참고하여 2018 소비 패턴에 대한 몇가지 사안을 발췌, 편집하여 윤문한 글입니다.

서울대의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선정한 2018년 소비트랜드 키워드중 하나인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 하는 단어로 올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2017년 대단했던 욜로의 열기는 얼마나 많은 사람 들이 “바로 지금, 여기”의 가치를 원하는지 보여주었다. 욜로 열풍에 이어, 2018년 소비자들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실현 가능한 행복을 일상에서 구한다. “꼭 특별한 성취를 이루지 않더라도, 나의 매일매일은 충분히 소중하고 중요하다”라며 행복을 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행복에 대한 인식이 미래에서 지금으로, 특별함에서 평범함으로, 강도에서 빈도로 변화 하면서 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중요해졌다. 

소확행이란?

소확행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0년대에 발간된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 에서 처음 소개한 신조어로 별 볼 일 없지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행복감을 의미한다.  이미 선진사회에서는 소확행과 맥락을 같이하는 다양한 개념이 등장한 바 있다. 적당한’, ‘충분한’, ‘딱 알맞은과 같이 균형을 뜻하는 말로, 소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통해 자기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적당하게 소유하고 있다고 느끼고, 자신을 둘러싼 지역 사회, 환경과 조화롭게 사는 삶의방식을 일컫는 스웨덴어 ‘라곰 lagom’(스웨덴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지 않고 적당한 균형을 통해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의미하는 덴마크어 ‘휘게 hygge’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대신 일상의 작은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국경에 상관없이 현대인들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꾸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소확행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소확행은 도대체 무엇일까? 대한민국형 소확행은 작은 행복을 일상으로부터 찾는다는 콘셉트는  같지만, 그 배경이 되는 일상은 훨씬 더 현실적인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확행이 다소 꿈꾸는 듯한 감성적인 이미지라면, 2018년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소확행은 돈을 벌거나 경력을 쌓기위해 여러가지 공부를 하는 복잡하고 스트레스 가득한 일상을 견디는 속에서 행복함을 이끌어 내는 힘”에 더 가깝다. 쉬운 게 하나도 없는 삶 속에서 짧은 순간이라도 일상에서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소확행의 핵심은 ‘사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작아도 그대로의 가치가 있는 소시민적 삶이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값비싼 레스토랑을 가는 대신 작은 동네의 아지트 같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정한 맛 집들을 블로그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내 주변, 우리 동네에서 얼마든지 좋은 음식을 즐기며 작은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현대인의 변화된 모습이다.

개인의 일상 속 작은 성취를 SNS에 올려 응원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진을 자랑삼아 올린 허세 사진은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반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 하루 공부한 인증샷이나 운동 내용을 매일매일 꾸준히 올리는 경우 응원 댓글이 쏟아진다. 뭔가 대단한 성취를 뽐내기보다는 ‘나는 특별하지 않지만 매일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작은 성취에 ‘좋아요’를 눌러 주는 것이다.

집에서 하는 ‘홈루덴스’의 등장

사회적 관심이 패션과 미식 열풍에 이어 ‘주거생활’로 옮겨가면서, 집은 소확행을 경험하는 플랫폼 으로 무한 변신 중이다. 우선 집 안에서 노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멀리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집home과 유희ludens를 합성한 ‘홈루덴스’란 단어도 생겼다. 당장 모바일로 ‘소확행’을 검색하면 소확행이라는 해시태그로 ‘집꾸미기’, ‘셀프인테리어’ 블로그가 쏟아져 나온다. 

가장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이었던 집안이 타인과 교류하는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케아는 2017년 ‘홈파티 박스’라는 온라인 이벤트를 펼쳐 당첨자에게 쿠킹, 데코레이션, 플레이팅 등 14가지 세트로 구성된 홈파티 박스를 배달 해주었다. 소비자가 집 안에서 사람들과 파티를 즐기듯 어울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개인 욕구를 충족하는 장소였던 집이 타인과 어울리는 사회적 장소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래 이미지는 이케아 홈파티 박스를 받고 소비자가 직접 찍어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다. 이케아 에서 도마와 테이블보 등 몇 가지 아이템을 보내주면 소비자는 블로그와 SNS로 근사한 상차림 사진을 올려주니 자연스러운 바이럴 마케팅 효과가 있다. 해시태그와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요 라는 카피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이정도면 “나에게는 완벽하다”라는 칭찬을 들으며 더욱 친숙하게 다가간다.

여행은 ‘가끔 멀리’보다 ‘자주 가까이’

최근 SNS의 힘으로 새롭게 뜨고 있는 인스타 상권이 인기이다. 부평 평리단길·대구 봉리단 길·경주 황리단길·부산 범리단길·울산 꽃리단길등 각 지역에 특색있는 장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굳이 경리단길, 가로수길을 찾아 서울로 떠나지 않아도 우리 도시에서 충분히 소확행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옆 동네를 가는 것도 부담된다면 거리를 좁혀 우리 동네를 즐길 수도 있다. 네이버는 우리 동네의 작은 서점·동네 공방·동네 카페의 새 소식을 소개하는 ‘플레이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동네 마당발이 아니더라도 우리 동네에 어떤 문화 행사가 있는지, 새로 생긴 맛집과 카페가 어디인지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여행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긴 휴가를 이용해 떠나는 여행 도 여전히 인기이지만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 이틀 동안 집 근처로 수시로 휴가를 떠나는 ‘위크엔드 겟어웨이’가 급부상하고 있다. 덕분에 호텔에서 1박을 즐기는 ‘호캉스(호텔+바캉스)’ 상품이 부쩍 늘었다. 삼성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회원들이 2017년 여름 휴가철 동안 수도권 호텔에서 기록한 카드 사용 실적은 2014년에 비해 32.4%나 증가했다.

꼭 여름휴가가 아니더라도 하루 반나절을 이용한 나들이 개념의 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다. 숙박을 하지 않고 SUV 자동차를 이용해서 즐기는 트렁크 캠핑, 계곡이나 바닷가에서 즐기는 피크닉은 젊은 층 사이에서 꼭 한번 해봐야 할 소확행으로 SNS를 달구고 있다. 광안리의 한 카페에서는 일본 카페의 피크닉 세트를 벤치마킹하여 소비자가 준비물 필요 없이 간편하게 몇 시간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긴 휴가를 자주 갈 수 없다면 짧은 휴가라도 자주 즐기겠다는 사람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소확행의 배경 : 변화하는 행복 담론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의 고도화로 인해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정신적인 여유는 점점 사라지자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삶을 질을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2000년대 초 ‘웰빙’ 열풍이 일어났다. 약 10년후 2010년대에는 ‘웰빙’이 ‘힐링’이라는 키워드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등장한 ‘욜로’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키워드가 됐다. 장밋빛 미래를 위해 현실 을 무조건 희생하라 요구하던 고도성장기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메시 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은 이러한 욜로 현상이 구체화된 모습이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는 희생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좋은 집, 좋은 차 와 같은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성공의 기준은 내가 원하는 미래와 상관없이 정해져 있는 것만 같다. 현실은 힘들고 지쳐가는데 장밋빛 미래는 대체 언제 오는 걸까? 한 번뿐인 삶 사회의 기준에 맞추기보다는 나 자신의 삶을 하루하루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욜로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정해진 가치나 단일 기준의 성공이 아니라, 세상에 있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기준으로 삶을 바라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꼭 필요하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팍팍한 매일을 살면 당장 내일이라는 미래도 팍팍함의 연속일 뿐이다. 하루하루 소소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그것이 쌓이면 행복한 일상이 가득한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