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허위 구매 후기’, 공정거래 망치고 서민경제에 악영향 미쳐…

 

상품페이지 후기댓글 500~1000원, 홍보글 2,500원…
상품 구매 후 구매상품평만 작성 뒤 환불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중국에 ‘솨단’이 판친다면 한국에는 ‘재택부업’이 구정물처럼 시장에 혼탁을 주고 있다. ‘솨단’이란 중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대구모 허위구매후기를 뜻한다. 중국어로 ‘주문을 위해 신용카드를 긁는 행위’ 라는 뜻의 솨단은 대행업체를 통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시간은 많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적은 돈에도 움직일 수 있는 주부나 대학생들이 주로 솨단 아르바이트에 동원된다.
문제는 솨단이 제품 판매량 부풀리기에 상당 부분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사람들 사이에서 신뢰도 높은 전자제품 쇼핑몰 징둥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후기가 9900여 건인 것에 비해 샤오미 ‘미8’의 구매후기는 51만 개를 훌쩍 넘는다. 군중심리에 힘입어 중국시장에서 샤오미의 입지는 날로 상승하는 반면, 세계시장에서 애플과 최고 자리를 다투는 삼성전자의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최근 1%안팎까지 떨어질만큼 바닥을 쳤다. 솨단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사실 국내에서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웹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재택부업’이 그것이다.
여러 형태의 부업이 있지만 그 중 솨단과 가장 유사한 것은 ‘댓글알바’다. 최근 ‘드루킹’ 사건으로 유명해진 댓글 동원과도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의 댓글알바들 역시 주부나 대학생이 대다수다. 주로 하는 일은 상품페이지에 접속해 호의적 후기 댓글을 작성하는 것. 당연히 상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없다. 유투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이 대세 SNS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댓글 알바의 주요 활동이다.
글을 작성하고 업체 승인을 거치면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후기 댓글은 건당 100~500원, 홍보글은 건당 2000~3000원, 사진과 함께 사용기를 정성스레 작성한 프리미엄 후기는 건당 5000~8000원까지도 받는다. 이 때문에 자신의 돈으로 물건을 구매 하여 인증샷이나 개봉기 등 후기 작성후 곧바로 반품을 통해 환불받는 경우도 자주 있다. 후기가 많이 달린 상품은 소비자 신뢰를 획득하기 쉽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부풀린 판매량은 실제 매출 상승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상품의 질이 후기만큼 좋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피해를 떠 안는건 후기를 믿고 구매한 일반 소비자들이다.
[공정거래 체계 무너뜨리는 조직적 댓글알바]
기업간 공정한 경쟁 체계를 무너뜨린다는 부분에서도 문제가 크다. 홍보예산이 한정된 중소벤처들이 모든 상품에 댓글 대행 업체를 이용할 수는 없기 때문. 반대로, 이름 없던 기업이라도 댓글알바에 거액을 투자하면 한 순간에 대세상품을 탄생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한국의 후기댓글알바는 중국의 솨단이 그랬듯 경제생태를 교란하고 경쟁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아닌 바이럴 기반 홍보만으로 상품이 성공한다면 기업은 굳이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어진다. 부풀려진 소문과 조작된 결과에 상품의 본질은 사라질지 모른다.
쇼핑몰 후기 알바에서 조금 범위를 넓혀 댓글알바 전체로 보면 특정 집단에 유리한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아 여론을 조작한 전례가 있다. 드루킹 사건이 그렇고ㄷ 최근 구설수에 오르내렸던 음원 순위 조작문제가 그렇다. 음원순위 조작은 작업 방식은 다르지만 허위 스트리밍을 구매하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은 같다. 웹의 시대에서 댓글이 얼마나 파괴적인 힘을 지녔는지 여실히 체감한 대한민국이다.
[다단계와도 연결되어 있는 한국의 댓글 알바]
더욱이 우리나라의 후기댓글알바 시스템은 상당수가 다단계와 연결되어 있어서 솨단보다 훨씬 기형적인 구조로 운영된다. 댓글알바는 소위 ‘부업’이라는 용어로 통용되는 재택형 웹알바의 한 형태인 경우가 많다. 대행 업체측에서는 매일 잠깐,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를 통해 벌 수 있는 돈은 그야말로 푼돈이다. 대다수 업체가 1인이 달 수 있는 하루 댓글 개수에 제한을 두기 때문. 실제는 타인을 업체에 가입시키면서 자신을 추천인으로 등록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업체에서 일감을 받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이 필수고, 이 때 ‘초기비용’이라 부르는 가입비가 드는데 여기에도 등급이 있다. 당연히 높은 등급으로 가입할수록 회원유치 시 받을 수 있는 수수료 비중이 높아진다. 이렇다보니 과장, 허위 홍보가 만연하고 막상 돈 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법률전문가는 “하루에 댓글을 몇 개만 달아도 수십만원의 돈이 나온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결국, 새로 사람을 가입시켜 가입비를 돌려막기식으로 나누어 가지는 수 밖에 없다.” 며 “어쨌든 회원유치가 쉽지 않아 기본업무인 댓글달기 수수료를 위해 매일 제한량까지 댓글을 달게 된다. 집 안에서 하루 몇천원에서 많으면 3~5만원 정도 수익은 벌 수 있는 셈. 주부나 대학생들에겐 이런 수익도 중요한 돈벌이 수단이기 때문에 댓글알바 업체 회원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공정경쟁 위한 정부의 단호단 대처 시급]
개수 제한이 있다고는 하지만 댓글알바 업체 회원수가 많은 만큼 1인 하루 몇 개 활동만으로도 여론 조작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단계식 회원유치가 주요 수익루트이지만 댓글알바업체들은 홍보가 필요한 기업들에게 댓글 및 후기 작성 서비스를 판매하여 적지 않은 부가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솨단식 허위구매가 발생하고 판매량부터 상품평가까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결국, 후기댓글알바는 시장도 망치고 서민경제에도 악영향을 주는 셈.
하지만 이를 처벌할만한 법적 근거는 많지 않다. 광고 특성상 약간의 과장은 허용되기 때문. 어느정도 과장까지 눈감아 줄 것인가 하는 정밀한 근거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상품을 사용해보지도 않고 작성된 후기는 과장이 아닌 허위에 속한다. 후기의 진실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을테니 댓글알바 업체들에 대한 본격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 해 보인다. 중국 정부 역시 마땅한 법적 조항이 미비해 솨단 단속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년 개정되는 전자상거래법에 솨단 행위를 처벌할 근거를 마련해 넣었다. 한국 정부의 단호한 대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