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확고한 취향이 있는 건 아니고 일상에서는 별로 듣지도 않는다. 일부러 음악을 찾아 듣는 시간이 하루에 1시간 정도이고 그마저도 듣지 않는 날도 많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체는 소리에 민감한 편이라서 음악을 즐길 정도의 소리가 반복해서 장시간 계속되면 굉장한 피로감을 느끼고 그런 날은 집에 오면 어김없이 나에게만 들리는 이명 소리와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 귀에 꽂아서 듣는 이어폰은 피로도가 더 심해서 잘 사용하지 않게 되니 밖에서는 음악을 잘 듣지 않게 된다. 집에 혼자 있거나 개인 차량에 탔을 때 스피커로 듣게 되어 음악 듣는 시간이 줄어들고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듣는 시간을 하루로 계산하면 30분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이렇듯 나와 음악은 가까워지려야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감이 있고 피곤을 무릅쓰고서라도 즐겨들을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음악을 싫어하는 건 아니어서 그 상황의 분위기에 맞는 다양한 음악 듣기를 즐긴다.

대중교통을 타고 가다 보면 이어폰으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몇 번 시도는 해보았지만 대중교통의 소음 속에서 소리가 들릴 정도의 크기로 이어폰을 끼고 있자니 2곡이 넘어가자 귀가 아프고 머리가 띵해졌다. 그렇다고 소리를 줄이면 소음과 음악이 섞여서 애매한 소리가 들리는 건 또 싫어서 이어폰을 잘 사용하지 않는데 편안한 표정으로 이어폰 음악을 감상하며 가는 사람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그 순간만큼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것 같아 보여 부럽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매일 이명 소리에 시달려야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주로 듣던 음악은 내 귀에는 꽤나 시끄러운 락이나 헤비메탈 장르였다. 가족의 영향으로 본인이 태어나기도 전에 결성한 레드제플린, 딥퍼플, 퀸 같은 그룹들의 음악을 들으며 지냈지만 이때 다른 친구들은 동요나 가요를 주로 들었고 지극히 평범한 내가 노래 가사를 음미하거나 음악성을 따질 나이도 아니어서 나에겐 이 음악들이 집에서 듣는 적당히 이명 소리를 가려주는 음악 정도였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나에게도 어느 정도의 음악 취향이라는 것이 생겨나고 예전에 듣던 음악들이 멀어져 갈 때쯤 퀸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다. 묘하게 빨려 드는 음악에 내 심장은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뛰었고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너무도 선명하게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기억 저편 어린 시절의 향수였는지 그때부터 서서히 적립되어 나타난 나의 취향이었는지 확실치 않지만 ‘퀸’의 음악은 빨려 들어가는 힘이 있었다. 살아가다 보면 개인적으로 이 사람은 천재인가라고 느껴지는 인물들이 있는데 프레디 머큐리가 그중 한 명이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오는 10월 31일 전설적인 영국 그룹 퀸 Queen, 그리고 이 팀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타이틀로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10년부터 추진되었던 이 영화는 제작부터 배우와 감독이 중도 하차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얼핏 소식을 듣긴 했지만 언젠가는 나오려나 하며 잊고 지냈는데 얼마 전 TV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서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퀸’의 음악은 좋아했지만 그들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릴 때 음반 표지에서 보았던 얼굴이 다였다.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찾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단순히 그 ‘소리’만을 좋아했었던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찾아보지 않아서 아무 편견 없이 ‘음악’만을 좋아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영화 개봉 소식이 들리자 가장 궁금했던 것이 프레디 머큐리 역은 누구일까 였기에 처음으로 퀸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전설이 된 영국 4인조 남성그룹 정도로 알고 있었던 프레디의 얼굴은 영국 사람 같지 않았는데 나무위키 정보에 따르면 조로아스터 교도의 후손이며, 본명은 ‘파로크 불사라’로 파시계 인도인 혈통이라고 한다.

영화에서는 라미 말렉 이라는 배우가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았다. 이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나온 이집트 왕자 역으로 그리 비중이 크지 않은 작품인데다 눈이 엄청 큰 라미 말렉의 얼굴은 그다지 프레디와 닮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퀸의 다른 맴버들의 싱크로율이 더 높아 보였는데  티저 영상과 스틸컷을 보니 묘하게 닮아 보이게 분장을 한 것 같았다. 알고 보니 프레디 머큐리 얼굴 특징 중 하나인 뻐드렁니를 넣어 포인트를 살려주었단다. 재미있는 것은 평소 당당했던 프레디 머큐리가 유독 치아는 자신 없어 했다는데 오히려 이것을 포인트로 살려주었다는 것이다. 공개된 티저 영상을 보면 누군가의 인터뷰에 프레디가 입을 어색하게 다물고 있는 장면이 지나가기도 한다.

영화의 제목인‘보헤미안 랩소디’는 퀸 이 1975년 11월에 발표한 A Night at the Opera 앨범의 수록곡으로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가 작사, 작곡한 곡이다. 6분가량의 상당히 긴 노래로 오페라, 하드록, 발라드, 아카펠라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4부로 구성된 독창적인 스타일의 이 곡은 발매되자 엄청난 히트를 쳤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노래 가사 때문에 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했고 음악성과 상관없이 프레디 머큐리의 태생이나 성 정체성 문제로 영국 평론가들의 악평과 공격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논란을 뒤로하고 영국에서 9주 연속 1위를 하며 수많은 팬이 생겨났으며 보헤미안 랩소디의 함축적인 가사들은 아직도 많은 해석을 낳고 있다.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들었던 노래가 사춘기 시절을 가슴 뛰게 만들어 주었고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영화로 재탄생하여 새롭게 찾아왔다. 그들에 대해 모르던 부분을 알아가게 하고 그런 정보들은 그의 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었다. 나는 그동안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편견 없이 들을 수 있었지만 그들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한 소리만을 재생하며 반쪽짜리를 들었던 걸까?

음악에 대해서 어떠한 시각으로 듣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것을 만든 사람의 개인 성향이나 사생활에 대한 정보 없이 단순히 음악성 만으로 평가하고 해석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이후에 좀 더 깊이 알아가며 다른 정보를 찾아내고 살을 덧붙여 나가 새로운 해석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은가? 실제로 프레디 머큐리도 음반 발매 후 가사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럴 때마다 각자의 해석에 맡긴다고 하였다.

기다리고 있는 영화의 개봉 전은 무척 설렌다. 완성도와 상관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좋아하는 음악가의 전기 영화라니 실제의 그들을 얼마나 잘 살려냈을까 하는 걱정도 기대로 바뀌어버린다. 나에게 이 영화는 어린 시절과 사춘기 시절을 함께 떠올려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며 오랜만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개봉일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