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달, 일 년은 마치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 배우는 점, 선, 면의 개념과 유사하다. 하나의 점은 조형의 가장 기본 단위로 처음에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위치만을 가진 있는 작은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점의 개수, 크기, 위치에 따라 형태나 공간감을 나타내며 독특한 느낌이 전달된다. 점이 모이면 선이 되어 위치와 방향을 가지게 되고 점과 선이 모이면 면이 생기게 되듯이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일 년이 된다. 처음은 그냥 작은 점, 사소한 하루에서 시작되지만 이것들이 모이면 다른 형태로 보이게 된다.

우리는 하루를 보내며 수많은 날들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날들은 지나간 날들이 되고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된다. 이 수많은 날들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냈기에  지나가 버리면 기억나지 않는 평범한 날도 있지만, 몇 년이 지나도 작은 것 하나까지 생생히 기억나는 특별한 날도 있다.

생일, 기념일처럼 날짜는 달라도 대부분이 챙기는 날부터 중요한 시험, 예상치 않은 사건이 일어난 날 등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특별한 날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날도 있다.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국가 지정 공휴일, 명절 등의 휴일, 선거일, 그리고 쉬는 날은  아니지만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특정 기념일이 있다.

동지, 정월대보름, 단오는 한국의 전통 명절로서 휴일은 아니지만 달력에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어르신들은 이날을 챙겨 동지에 팥죽을 먹고,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을 먹기도 한다.

화이트데이나 발렌타인데이는 달력에 표시되는 휴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고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챙기는 날이다. 솔로들은 고백을 위한 날, 커플들은 사랑을 확인하는 날로 이날을 보낸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일부 솔로들은 두 가지 날을 모두 지나가고 블랙데이에 짜장면을 먹기도 한다.

빼빼로데이라고 하여 11월 11일에 나이, 성별 상관없이 빼빼로를 주고받으며 정을 나누기도 하고 서양 명절인 할로윈데이 에는 분장을 해서 파티 분위기를 즐기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기념일에 지인들을 챙기고 빼빼로데이에 열광하자 삼겹살데이 등 또 다른 상업적인 날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소확행 키워드와 맞물려 각종 축제나 페스티벌도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예전부터 있었던 각 지역의 대표 축제에서 작은 동네에서 진행되는 축제까지 아주 다양하다. 특별한 날들로 넘쳐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물건 팔아먹으려는 상술이라며 이런 날들이 생기는 것에 대해 비판하지만 이런 날들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지루할 수도 있는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 누구나 바라지만 꿈같은 일이 아니었으면 한다. 1월부터 12월까지 있는 기념일을 모두 챙기고 거기에 더해 자신만의 기념일도 추가해서 특별한 날을 더 만들어 보자.

나를 포함한 주변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부끄러움이 많아서인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인색한 편이다. 그래서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기념일들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특별히 성대한 파티를 하거나 큰 선물을 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마운 일이 있으면 고맙다고 말하고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으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기회가 된다면 작은 선물도 전달해보고 이것이 특별한 날 아니면 무언가.

점이 모여 만든 선은 점이 어떤 형태로 연결되느냐에 따라서 직선이 되거나 곡선이 되기도 하며 완전히 다른 느낌을 전달하게 된다. 우리가 지나가야 하는 많은 날들도 점을 찍는 방향에 따라 내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소소하지만 작은 하루라는 점을 나만의 기념일로 찍어나가면 이런 하루들이 모여 새로운 형태의 특별하고 따뜻한 일 년이 완성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