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를 떠올리면 냉철하고 스마트한 느낌에 왠지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연구를 통하여 과학지식을 탐구하는 사람을 과학자라고 지칭하니 아마도 실험실 이미지가 떠올라서 그런 듯하다.

모든 이론은 실험을 통해 연구하고 검증하니 감성적인 부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과학시간에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곤 해서 꽤나 재미있는 시간이었고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친구들도 많았던 것 같다. 우리 집에도 어린이 과학상자, 현미경, 비커와 알코올램프 같은 실험 도구가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외울 것이 많은 머리 아픈 과목이 되어버려 ‘과학’과는 점점 멀어지는 현실에 살고 있다.

TV 유선 방송이 확장되며 미국 드라마가 한창 인기 있어졌는데 그중 유명한 빅뱅이론이라는 시트콤이 있다. 똑똑하지만 괴짜인 과학자들과 금발 미녀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내용이다. 주인공은 각자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이라 굉장히 똑똑하지만 찌질한 아웃사이더들이다. 과학자 하면 떠오르는 스마트한 이미지 따위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너드들의 집합체라고나 할까. 그래도 SF 영화와 히어로 만화에 열광하며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귀여운 느낌마저 든다. 그들의 찌질하고 망가진 모습에 과학자라는 타이틀보다는 특별할 것 없는 친숙함이 느껴져 과학이라는 학문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것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사실 재미있는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한다.

에피소드 중에는 2명의 과학자가 밴드를 결성하는 내용이 나온다. 코믹 시트콤이라는 특징 때문에 극 중의 노래는 괴상하고 웃기게 표현되었지만 취미로 노래하는 과학자라니 왠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은 시트콤 속 가상인물들일 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다.

그런데 얼마 전 알쓸신잡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한국의 과학자들이 모여 음반을 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과학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되찾아주고자 12명의 과학자가 모여 사이언티스트라는 이름의 밴드로 사랑 노래를 만들었단다. 얼핏 들어도 노래의 제작 과정과 가사가 흥미로운데 이거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칸투칸은 지난 10년간 다양한 분야의 문화 예술 활동에 후원과 협찬을 해왔다. 2016년 진행된 칸투칸의 문화 스폰서십은 ‘과학과 사람들’그리고 12명의 과학자로 이루어진 밴드와 함께했고 그것이 The Scientists의 ‘엔트로피 사랑’이었던 것이다.

주제에 걸맞게 밸런타인데이인 2월 14일에 공개된 ‘엔트로피 사랑’은 과학을 사랑하는 12명이 각자 전공분야의 언어로 고백하는 엔트로피 같은 사랑이 담긴 곡으로 한국 과학자들이 부르는 최초의 사랑 노래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스닉 퓨전 밴드 두 번째 달의 최진경이 작곡을 맡았고,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통해 과학 대중화의 대표 브랜드가 된 과학과 사람들이 작사를 담당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원종우와 11명의 과학자 한국 세티위원회 위원장/천문학자 이명현 박사,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정모 관장, 성균관대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윤성철 교수, 물리학자 이종필 박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장대익 교수, 천문학자 이강환 박사, 부산대 물리교육과 김상욱 교수, 한양대 로봇공학과 한재권 교수, 키네틱 아티스트 엄윤설 작가, 기계 공학자 유만선 박사가 함께 작업하였다.

‘엔트로피’란 이 세상 모든 것이 시작된 빅뱅 이후, 결코 줄어들지 않고 항상 증가하고 있는 물리량 열역학 제2법칙의 개념으로, 우주 전체에서 결코 줄어들지 않고 항상 증가하는 것이 특징인 물리량을 뜻한다. 이것은 마치 줄어들지 않고 더욱 커져만 가는 사랑과도 같다고 하는데 과학이 이렇게 로맨틱한 거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