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역사적 아픔이 얽혀 있는 한국 사람에게 일본이라는 이미지는 미묘하다. 가까운 지리적 위치에 안전하고 볼거리, 먹거리가 많아 매력적인 여행지인 반면 마음 한구석의 미워하는 감정은 도저히 떨쳐지지 않는 것이다. 상처가 남아있는 곳이지만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여행지 1위로 뽑힌 나라이기도 하다.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이렇게 마음의 앙금을 뒤로하고서라도 찾게 되는 것일까? 일본 하면 스시, 온천, 벚꽃, 청결, 친절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며 이것들은 여행객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거기다 삿포로의 눈꽃축제는 세계 3대 축제로 평균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여행 후기 블로그를 살펴보면 관광, 음식, 쇼핑에서 대부분 만족하며 다시 찾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이번 여행을 함께한 가족들과 나 역시도 즐거운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대부분의 여행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유 중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다. 물건 하나하나에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다양한 신을 가진 것과 더불어 그만큼의 장인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가죽 장인, 안경 장인, 다도 장인, 스시 장인 초밥 왕까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직업 뒤에 무조건 장인이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온다고나 할까. 이렇게 이야기하니 마치 비꼬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일본에는 모든 직업에 대한 장인이 존재한다고 해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만큼이나 많은 장인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가업을 대대손손 이어가는 문화와 그들의 일에 대한 의식, 직업관에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매우 강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꺼려 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일본에 가게 되면 공공시설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혼자 밥을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유명한 라면집에는 아예 독서실같이 생긴 개인 자리가 있다. 목욕탕에도 칸막이가 있고 어찌나 조용한지 옆에서 사람이 씻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다. 이런 성향이 직업관에 그대로 반영된 것인지 남이 무엇을 하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지켜보고, 그것에 대해 존중해준다.

그리고 어떤 분야이건 집안 전통의 기술을 세습하여 지속적으로 이어가게 하고 자식들도 대부분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가업을 대물림하는 전통이 요즘 젊은 세대에서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자기가 꾸준히 연마한 기술이나 유지해온 직업에 대한 자긍심은 상당하다. 그래서 한 가지 일에 매진하여 몇십 년간 해왔다면 작은 식당 요리사 라도 ‘대단하다’며 칭찬해준다고 한다.

직업에 대한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평등하게 생각해서 그렇다는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고 알맹이 없이 겉으로만 친절한 겉치레 같은 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 가지 의견 중 어느 것이 사실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묵묵히 해낸 것에 대한 인정과 존경하는 마음만은 속내를 잘 알 수 없다는 그들의 진심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한번 선택한 것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고집스러움과 철저하게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는 자세가 더해진 장인 정신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장인 정신의 결과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자동차, 위스키, 전자제품 등 산업 전반에 장인이라 불리는 수많은 기술자들이 있다.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도 거리 곳곳에 개인 공방이 있고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수십 년을 유지해간다. 그들의 작업물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고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손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것들은 기술자들이 인정받는 환경과 그들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본다면 한국에도 뛰어난 인재가 많다. 하지만 그 지속성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아서 많은 아쉬움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몇 대째 인정받으면서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