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구매할 때 많은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정보를 통해 저렴하면서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택하는 가성비를 추구한다. 생필품, 가전제품 등 특정 기능 제품군을 구매할 때 이런 성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제품 기능 정보를 토대로 비용이 적절한지 분석하기 쉽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보다 내가 기능적으로 만족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가성비보다는 인기 있는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있다. 항상 우리가 입고, 신고, 들고 다니는 패션 관련 제품군이다. 옷, 가방, 신발은 착용했을 때 바로 시각적인 이미지가 전달되는 특성이 있다. 아무래도 이런 특징과 맞물려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해서라도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가심비를 기준으로 소비하게 된다.

한때 우리나라는 아웃도어 열풍이 불어 너도나도 기능성 의류를 입고 다녔었다. 산에 가기 전에 쇼핑부터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유행처럼 번져나가 등산뿐 아니라 중, 장년 층의 일상복이 되었으며 아웃도어 브랜드의 패딩 점퍼는 학생들이 교복처럼 입었다. 문제는 아웃도어 제품의 가격에 있었다. 제품의 가격이나 신제품 여부에 따라 학생들 간의 계급 문화가 나타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탁월한 기능성을 앞세워 지나치게 높은 가격대로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능성 소재가 적용되면 그만큼의 가격은 올라간다. 그런데 의류 산업의 구조는 원가가 1000원 올라가면 소비자가를 동일하게 올리는 구조가 아니다. 각 회사마다 다른 배수 개념이 적용된다.

이때까지 모든 회사들의 제품 원가는 영업기밀로 처리되어 그들이 가져가는 마진 또한 알 수 없었다. 이러한 시장 속에서 제조, 판매 과정에서 투입되는 원가 내역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패션업체들이 나타났다. 해외의 패션 스타트업 기업들에서 시작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자신들이 만든 제품 원가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미국 스타트업 에버레인 Everlane이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패션업체로 해당 사이트 상품페이지 하단에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소재, 부자재, 인건비, 운송비를 포함한 제품 원가와 회사의 마진이 상세하게 공개되어 있다. 유럽의 어니스트바이 HonestBy라는 온라인 의류 업체는 단순한 원가 공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의류를 만드는데 사용된 모든 소재와 가격이 기록된 원가채산서와 제작자, 공장까지 완전하게 공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투명한 원가 공개를 주도한 대표적인 기업 칸투칸이 있다. 칸투칸 쇼핑몰에 들어가 보면 제일 먼저 보이는 첫 페이지부터 연간 누적 매출액과 방문자, 월별 매출액과 방문자를 볼 수 있다. 각 상품페이지에는 해당 제품의 원가, 회사 마진, 누적 판매량, 손익 금액까지 모두 공개되어 있다.

원가 공개 후 제품의 원가에 가깝게 판매되어 회사 마진이 아주 낮은 제품이 있었다. 판매 후 반품이 발생할 경우 택배 비용으로 오히려 회사 마진은 마이너스 되는 제품이었다. 이 제품의 손익 금액이 마이너스로 나타나자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회사에서 제품을 손해 보고 판매할 리 없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실수로 숫자가 잘못 기입된 것도 아니었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대부분의 브랜드에서는 광고에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여 엄청난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 그 비용은 곧 소비자가에 녹아들어 간다. 칸투칸은 처음부터 유명인에 기댄 마케팅보다는 제품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를 키워온 업체다. 회사 마진이 마이너스로 된 제품은 칸투칸이 자신 있게 공개한 마케팅 비용의 일부이자 칸투칸을 찾아주시는 많은 고객님들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다. 좋은 제품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한 고객은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된다. 마케팅 비용으로 제품 원가를 올리는 대신 구매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최근 소규모 온라인 기업들 중 클라우드 펀딩을 통한 주문생산 방식을 이용하여 구조적인 문제를 탈피하고 원가 공개를 하는 곳들이 있다. 온라인 문화의 발달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구조이다. 이런 변화가 반갑다고 해서 무조건 모든 기업들이 원가 공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기업이 당당하고 고객 신뢰도가 높다면 원가 공개는 그냥 선택의 문제일지 모른다. 대부분의 기업이 투명해서 굳이 원가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이상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경직된 유통구조 속에 투명한 원가 공개 기업들이 화제 되는 시점에서 이런 것들을 볼 때면 콜럼버스의 달걀이 생각난다.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무슨 일이든 처음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이 아닌 기업이라면 여러 가지 고려 사항 때문에 따라 하기조차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안을 보여줘도 상관없다는 투명한 곳, 이런 기업들이 있어 세상은 점점 더 앞으로 나아가고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