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명절 중 설날은 우리나라 최대 명절이다. 흩어져 살더라도 이날만큼은 온 가족과 친척이 함께 모이게 된다. 가족, 친척들이 사는 지역이 틀리다면 오랜만에 만날 반가운 생각에 서둘러 기차표를 예매하고는 했다. 교통수단의 발달과 고속도로의 확장으로 1일 생활권이 된 지금은 어떨까? 명절에 가족들을 만나면 잔소리 들을 생각에 벌써부터 피곤하다는 말을 먼저 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 년 전부터 명절이 가까워지면 명절 증후군으로 부부 싸움, 이혼율 급증, 가족 간의 다툼과 같은 내용의 기사가 많이 보도되곤 했다. 피가 섞이지 않은 시댁이나 처가와의 갈등으로 인한 싸움도 문제지만 친족 간의 다툼과 갈등에 관련된 내용도 적지 않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방에 사는 청년들은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덕담이 아닌 잔소리를 듣는다는 부담감이 먼저라고 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 가족이 함께 거주할 경우 부담의 대상은 친척들이 된다. 친척들이 집에 오면 인사만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거나, 들이닥치기 전 조용히 집을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 중 청년들을 대상으로 학원이나 스터디 카페에서는 명절 대피소라는 이름으로 연휴 기간 동안 운영하고 있다. 함께 모여 반갑게 인사하고 얼굴 맞댈 시간도 짧은 마당에 기피하는 현상이라니 씁쓸한 풍경이다.

우리 집은 아버지가 외동이라 명절에 친척들이 오는 일이 없었다. 어머니는 5남매여서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나면 외가댁으로 가고는 했다. 그것도 중학교 즈음부터는 뜸해져서 명절에 친척들의 잔소리를 듣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학생 때부터는 명절에 다시 친척 집을 가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는 직장이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간혹 들었던 것 같다. 친척들 중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또 다른 누군가는 어련히 알아서들 하니까 잔소리하지 말라고 중재하는 분도 계셔서 특별히 스트레스받은 기억은 없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창시절 성적이나 외모를 지적하는 말을 해서 속상했다는 친구도 있는 것으로 봐서는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따뜻하고 즐거워야 할 명절,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관심과 걱정은 자연스럽게 잔소리로 이어진다. 하지만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이라고 하는데 상대방을 걱정하는 말이라지만 그 말을 듣는 상대가 스트레스받는다면 명절마다 되풀이할 이유가 있을까?

사람인에서 구직자와 직장인 927명을 대상으로 “올 설날, 귀향하지 않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1위는 ‘가족들의 잔소리에 의한 스트레스’였다. 이와 맞물려 명절 잔소리 메뉴판까지 등장해 우스갯소리로 이번 명절은 돈 벌어 오겠다며 인터넷상에 퍼지고 있다.

명절 잔소리 메뉴판

(이외에도 학생, 취준생, 미혼, 기혼에 따른 잔소리 메뉴판이 있다.)

반에서 몇 등 하니? : 70,000

살 좀 빼야겠다 : 100,000

취업 은 언제 할 거니? : 150,000

연봉은 얼마니? : 200,000

나이가 몇인데 결혼해야지 : 300,000

아기는 언제 가지니? : 500,000

제 걱정은 유료로 판매하고 있으니, 구입 후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입금 / 외상 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