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정말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촬영부터 방송, 편집(간단한 편집은 핸드폰 선에서 끝난다), 업로드까지 전부 해결해버릴 수가 있으니. 가히 볼 거 없어서 주말에도 리모콘을 붙잡고 누나와 같기 이 채널 돌렸다 저 채널 돌렸다, 왜 주말에 이 시간에 만화영화는 방영하지 않는 걸까 금성 골드스타 티-브이 앞에서 고민을 하던 6살박이 어린시절과는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겠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6살로부터 26년을 달려왔구나… 떡국 먹고 한 살 더 먹고 보니 슬퍼지네.

하나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누나와 나는 티비에서 만화영화가 방영하는 매커니즘에 대해서 꽤나 심도깊게 연구를 했었다. 당시는 내가 초등학교도 아닌 국-민학교에 입학도 하기 2년 전인 1992년. 케이블 티비라는 것도 몇 년이 지나야 한국에 생긴 개념이었기에, 정말 꼼짝없이 신문에 나오는 티비 방영표(웃긴건 방영표와 안맞게 틀어주는 경우도 많았다. 아니 도대체 왜…) 하나를 펼쳐놓고 매일매일 연구를 거듭했다. 그러다 누나는 꼴에 나보다 한 살이 많다고 획기적인 이론을 하나 내 놓았었다.

당시 매주 일요일마다 하는 무슨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었다.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약간 ‘출발 드림팀’ 같은 포맷이었다. 오후 5신가부터 하는 프로그램이었고 대학생들이 나와서 팀을 나눠 하나씩 퀘스트를 깨듯이 미션을 성취해나가는 프로였는데, 항상 마지막에는 머드(라고 쓰고 진흙탕)를 잔뜩 깔아놓은 수영장 위에 위태위태한 다리(나무 판때기들을 줄로 엮어 만든 한폭도 안되는)를 건너가게 했다. 당연히 그 다리는 채 반도 건너가기 전에 머드에 습기에 미끄덩거리기 일쑤였고, 한 20~30m는 길게 늘여놓은 통에 진짜 반도 못가서 다리가 휘어지고 휘청거리고 난리였다. 바람만 불어도 자빠지는 참가자가 속출했으니.

누나가 처음에 그 프로그램을 언급했을 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 프로그램과 대한민국 방송국의 만화영화 방영 시스템의 상관관계란 무엇이냐? 그러자 누나가 정말 진지하고 확신에 찬 눈을 한 채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 구름다리를 다 건너가는 참가자가 탄생하면 다음주에 만화영화가 방영한다.”

무슨 007이 살인면허 재발급 받는 과정도 아니고, 내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눈치를 보이자 누나가 쐐기를 박았다.

“내가 저번에 봐서 안다.”

나는 속는셈 치고 믿어보기로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6살이었던 관계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말로 믿어버리게 됐었다. 아마 애타게 매주 일요일 오후 5시45분쯤, 그 프로그램이 끝나갈 때 쯤에 제발 한명만이라도 그 머드위의 구름다리를 건너서 다음주에 만화영화가 방영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발 한 놈만 건너라 한 놈만, 아이씨 저거 또 떨어졌네 저 대학생놈, 하면서 간절히 응원하는 과정속에 피어난 진심과 믿음이었으리라.

그러다 정말로 언젠가 한명이 성공을 했었다. 누나와 나는 거의 월드컵에서 한국이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나 우승했다는 소식처럼 ‘얼싸안고’ 기뻐했다. 때마침 장을 보고 들어온 엄마는 애들이 티비를 보다 서로 붙잡고 오열하며 날뛰는 모습에 의아해했었다. 정작 그때 너무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한 나머지, 그 다음주에 만화가 정말 방영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확실한건 그 전주, 그 구름다리를 건너던 대학생의 환한 미소를 본 순간만큼 기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티비 하면 공중파 하나밖에 없던 시절에서, 케이블 방송의 시대, 그리고 통신사 방송의 시대를 지나서, 이제는 인터넷 방송의 시대가 왔다. 이제는 그걸 넘어서서 아예 <넷플릭스>처럼 그저 인터넷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독자 플랫폼마저도 다가왔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드라마 제작 환경에도 거대 지각변동이 오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넷플릭스>는 자사 플랫폼을 통한 독점 방송을 전제 조건으로 소위 말하는 ‘투자를 통한 자체 제작’ 그리고 ‘넷플릭스 독점작’ 들을 창작해 내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최초 투자작이자 첫 ‘넷플릭스 독점작’은 바로 드라마 <킹덤>인데, 무려 제작비가 200억이었다. 이는 거의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에 있어서 판이 뒤집어지는 수준의 혁명이었다.

어? 드라마 <도깨비>가 제작비 150억 수준인데, 이거 별 차이 없는 거 아니에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총 제작비로 보면 50억이라 별 차이(근데 50억도 큰돈이다)없어 보이긴 하다. 그러나 디테일을 살펴보면 그렇지가 않다. 드라마 <도깨비>는 총 16부작에 150억 수준. 즉 1회당 제작비가 10억 정도였다. 그러나 <킹덤>은 시즌 1이 고작 6부작으로 종결. 근데 200억이었다. 즉 회당 제작비는 단순계산으로는 무려 30억 +a, 실제로는 회당 20억 수준이었다고 한다. 회당 10억과 20억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여한 드라마가 굉장히 빈곤한 장면을 내세울 때 시청자들은 항상 ‘저 배우 출연료로 다 나갔나보다’, 혹은 ‘회식비로 제작비를 다 썼나’ 하는 수준인 걸 보면 알 수가 있다. 시청자들도 바보가 아닌 것이다.

넷플리스 오리지널인 <킹덤>은 6부작으로 굉장히 짧은 1시즌을 마무리한 것도, 전회차 사전제작으로 제작된 것도 혁신적이지만 회당 20억이라는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고액수의 제작비를 자랑하듯, 그동안 회가 지날수록 뒤떨어지는 퀄리티를 반복해왔던 한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그야말로 ‘때깔’을 뽑아내고 있다.

넷플릭스가 잘나가긴 잘나가는지 현재 한국 통신사들도 ‘넷플릭스가 통신망에 무임승차한다’ 며 견제를 넣기 시작했고, 디즈니는 아예 파트너십을 파기하고 결별, 독자 플랫폼을 운용하기로 하며 넷플릭스에 선전포고를 날렸다. 한국에서도 나날이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비디오 대여보다도 손쉽고, 그시절보다 불법복제를 단속하기도 편하며, 이용자들에게는 돈을 내는 것 이상의 편의와 작품들을 제공하는, 그야말로 과거에는 꿈같은 플랫폼이다. 더군다나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한 독점 플랫폼을 통해 영화보다도, TV채널보다도 컨텐츠를 더 편리하게 접근할수 있게되었다. 거기다가 이제는 작품의 제작비 마저도 TV나 영화를 추격하다 못해 아득히 넘어서는 수준이니… 견제가 들어갈 만 하다.

유튜브는 어떨까.

그야말로 1인 창작자의 시대를 넘어서서, 정말 핸드폰을 든 누구나 유튜버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일부 공산국가,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자유국가에서는 너무 보편화된 일상이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은 자기는 유튜브가 이렇게 뜨기 전부터 유튜브 기획을 하면서 몇 번 실패도 반복하고, 현재는 자기 컨텐츠를 기획하고 있다고 해서, 정말 신기하게도 몇 년만에 만난데다가 직업적인 접점마저도 없는데도 유튜브 이야기로 3시간 가까이 수다를 떨 수가 있었다. 심지어 친구가 컨텐츠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면 같이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거의 기획회의나 마찬가지였다.

요새는 어떤 정보를 찾아보려고 해도 바로 네이버나 구글 같은 검색엔진을 찾는게 아니라, 어쩔때는 곧바로 유튜브에 쳐보기도 한다. 강의 같은 자료도 영상으로 너무 잘 되어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가 관심을 갖는 분야의 거의 모든 마스터들이 유튜브에 영상을 남겨놓는다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연극’이야 워낙 ‘현장성’ 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영상 자료들이 빈약하지만, 내가 하고있는 태극권이나 아르헨티나 탱고의 경우에는, 정말 수많은 영상들이 존재하고 있다. 태극권 영상을 찾으려고 해도, 탱고의 음악을 검색하려고 해도, 또는 마에스트로들의 공연 영상을 찾으려고 해도 유튜브를 찾게 된다. 그리고 어떤 분야의 대가들은 항상 영상들을 남겨놓고, 또 많이 공유된다. 그리고 풀이 넓으면 넓은 분야일수록, 대가를 넘어서서 입문자들이나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미숙한 영상들 또한 넘쳐난다. 유튜브에서 조회수나 영상들의 양과 질을 보면 특정 분야가 얼마나 큰 판, 즉 Scene을 갖고 있는지를 대번에 알 수가 있다.

내 탱고 선생님도 요번에 유튜브 채널이나 방송을 하나 파실까 생각하고 있고, 이젠 좀 연세가 있으신 우리 태극권 도관 관장님을 대신해서 나도 홍보차 유튜브에 태극권 영상들을 몇 개 올리고 있는 차 이다. 작년 쯔음에 올렸던 탱고 동호회의 파티 영상은 심심하면 가끔 돌려보기도 한다. 재밌는 건 오랜만에 유튜브의 내 계정에 접속했더니, 구독자가 한명이 늘어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 영상을 타고타고 뭘 보고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태극권 도장 홍보 영상을 보고 들어온게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 알 수 있었냐면 본인의 운동 영상이 있었는데 운동을 정말 잘하는 분이었거든. 누가 누군가를 팔로우하면, 그 사람도 본인의 컨텐츠가 있는 세상이 된 게, 새삼스럽지만 격세지감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본인의 컨텐츠로 인사를 나누는 세상이 되었다니.

이쯤되면 정말 ‘대격변’의 시대가 아닐까?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우리는 다가올 시대가 어떨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듯 하다. 이 정도로 빠르게 새로운 컨텐츠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타고 전세계 사람들의 손 안으로 들어가 소비되고, 더불어서 ‘창조되고’ 있다. 이거야말로 창조경제 아닐지.

헌데 한국에서는 어떤가 모르겠다. 일단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TV 라는 자체 플랫폼이 있기는 하지만, 네이버 TV에 있는 컨텐츠들은 사실상 유튜브에도 있는 경우가 많고, 뭣보다 네이버 TV는 그놈의 15초 광고 고정으로 욕을 엄청나게 먹고 있다. 먹고 먹고 또 먹는데도 안 고치는거 보면 아마 영영 고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사 컨텐츠 소비자들을 호구로 보거나. 이는 창작자에 대한 것도 마찬가진데, 네이버 TV나 네이버 블로그는 전통적으로 창작자들을 홀대해왔다. 그저 플랫폼을 이용하는 잠재적 소비자 정도로만 여겨 왔지, 진지하게 파트너쉽을 맺거나 하는 경우가 없었다. 아마 지금도 없을 것 같고, 앞으로는 맺고 싶어도 다 창작자들이 떠나서 없을 것 같고.

인터넷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아프리카 TV라는 인터넷 1인 미디어 방송의 혁명이었던 플랫폼은 이제 어느새 트위치나 유튜브에 창작자들을 굉장히 많이 빼앗긴 상태이다. 아마 아프리카는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올라올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나마도 유튜브와 트위치의 창작자 우대 정책을 그대로 따라하며 퍼스트 무버에서 패스트 팔로워도 버거워하는 형태나마 유지되는 중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 삼성에서 아이폰이 나왔는데도 한국에 스마트폰은 필요가 없다며 옴니아2를 팔아제끼다가 순식간에 패스트팔로워로 전락했고, 아직까지도 퍼스트 무버로 회복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연상된다. 한국 플랫폼들은 이미 너무 늦었고, 따라가려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이용자들은 한국에 들어오는 여러 진보적인 플랫폼들을 통해서 창작자로 거듭날 것이고. 이런 현상이 불보듯이 뻔히 보인다.

칸투칸의 유튜브 채널도 돌아보니 재밌는 게 많아보였다. ‘자연인’ 같은 컨텐츠는 과거의 약빤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근데 문제는 다른 SNS에 이게 다이렉트로 공유가 안되는 모습이었다. 페이스북만 해도 아직 사용자가 많이 남아있는데, 거기에 광고로 유튜브 영상이 붙는게 아니라, 아직도 문서가 그대로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유튜브 채널은 채널이 있는지도 몰라서 댓글조차 없었을까…

있는 플랫폼과 컨텐츠들도 잘 활용하면 큰 시너지를 발휘할텐데, 여러모로 아쉬운 일면이었다. 아마 10년뒤에는 지금과는 또 다른 플랫폼과 컨텐츠들이 나올 테지만, 이젠 정말 창작자들의 시대를 대비해야 될 때가 올 것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