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만 체구에 크고 동그란 눈, 앙증맞은 입과 코는 요리보고 저리 봐도 너무 귀엽다. 귀여운 생김새와는 달리 살랑살랑 걷는 걸음걸이는 우아하며 전체적인 행동에 기품까지 느껴진다. 평소 느긋하고 조용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굉장히 재빠른 몸놀림으로 사람을 깜짝 놀라게도 한다.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면 무관심한 표정으로 저만치 멀리 달아나 버리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바로 옆까지 다가와 친근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의 정체는 바로 고양이다.

지금이야 고양이 집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사랑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대부분 개를 키우는 분위기였다. 고양이는 애완동물은커녕 오히려 불길한 상징으로 인식되어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고양이는 요물이라 귀신을 본다거나 목숨이 아홉 개나 된다는 속설이 있는가 하면 고양이는 원한이 생기면 반드시 복수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피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비슷했던 것 같다. 영화나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이미지로 미루어 볼 때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조그만 얼굴에 비해 눈이 유난히 크고 뚜렷해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는 빛에 따라 세로로 길게 바뀌고 울음소리는 사람 아기 울음소리와 비슷해서 오싹한 느낌이 있다. 거기다 기척이 전혀 없어 사람의 입장에서는 바로 옆에 다가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어찌나 민첩한지 어두운 골목에서 갑자기 휙 하고 지나가면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복을 부르는 동물로 알려져 있어 손을 들고 있는 복 고양이라 불리는 장식품이 식당 입구에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명 고양이 파라다이스로 소개되어 고양이 섬이라고 불리는 ‘아이노시마’ 섬이 알려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거기다 캐릭터의 강국 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헬로 키티’라는 캐릭터만 보아도 일본인의 고양이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고양이 사랑과는 별개로 일본인들도 집에서는  개를 더 많이 키웠다고 한다. 최근에야 집에서 기르는 개의 숫자보다 고양이 수가 늘었다고 하니 약간 아이러니하다.

어릴 적부터 난 유독 고양이를 좋아했다. 좋아했다는 표현보다는 너무나 매력적인 이 동물에게 나도 모르게 끌렸다고나 할까? 물론 개도 좋아한다. 사람을 잘 따라서 부르면 부리나케 달려와 해맑은 표정으로 힘차게 꼬리를 흔들어 대는데 어찌 싫어할 수 있겠나. 비교적 훈련 시키기 쉬워 가정에서도 조금만 훈련시키면 손 달라면 손주고 앉으라면 앉고 심지어 죽은 척까지 하니 주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흐뭇할까.

사람 입장에서 고양이는 개가 가지고 있는 이런 장점이 거의 없다. 훈련은 고사하고 부르면 본 척 만척하다 어쩌다 한번 시크한 표정으로 쳐다봐 주면 그저 황송할 뿐이다. 개와는 전혀 다른 습성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이다. 활달하고 사교적인 개에 비해서 조용하고 섬세한 고양이는 친해지기 어렵고 왠지 까다로운 느낌이다.

그러나 고양이 만의 독특한 매력에 한번 빠져버리면 헤어 나오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고양의 늪에 빠져 기꺼이 집사가 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산업화, 도시화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아무래도 조용하고 체구가 작으니 아파트나 원룸에서 키우기 좋은 데다 스스로 몸단장을 하고 장소만 정해주면 배변도 잘 가리는 편이다. 따로 시간 내어 산책을 시켜야 되는 것도 아니라 바쁜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키우기 쉽게 느껴진다.

덧붙이자면 도시화와 더불어 인식의 변화가 있어 가능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 내용 중 일부러 과거 시점에서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는데 최근에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된다.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르는 동물의 개념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로 인식이 바뀐 것이다. 개는 아무래도 사람을 잘 따르고 사람의 언어에 빠르게 반응하는 편이라 성향을 알아차리기 쉬운 반면 고양이는 성격에 따라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어 그런 성향을 살펴 가며 키우자니 ‘주인’인 사람의 입장에서 묘하게 눈치 보는 것 같고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인식이 바뀌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되며 상대의 성향이나 기분도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게 되었다. 시간을 두고 가만히 살펴보니 도도하고 건방져 보이기까지 했던 고양이의 매력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나를 졸졸 쫓아다니기도 하고 조용히 먼저 다가와서 놀아달라고 애교까지 부린다. 성격에 따라 일명 ‘개 냥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이름을 부르면 신나게 달려오기도 한다. 애완동물이 아니라 한 집에 사는 반려동물로서 교감을 나누다 보면 누구나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