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

 

나의 글쓰기는 어느 날 갑자기였다.

평소 독서도 그리 많이 하지 않았고,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난 꾸준함과 거리가 멀었다. 글은 재능이 아니라 엉덩이로 쓴다고 하는데, 재능은 커녕 특별히 글쓰기 연습을 한 적도 없고 꾸준히 앉아 무언가를 계속해서 써 내려가는 나 자신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무언가를 ‘생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머리에서 튀어나왔는데, 아랫배 아래쪽부터 마음을 거쳐서는 목울대까지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왔었다. 놀라웠다. 당장 손끝으로 무언가를 써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몸 전체가 움찔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나는 아마도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나’에 미련이 많다. 내가 누군지 너무나 궁금하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걱정된다. ‘당신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 씨는 그의 저서에서 ‘내 삶이 나와 멀어질수록 위험하다’라고 했다. 아마도 나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내 삶’에서 멀어지고 있구나를 직감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 해야만 했던 응급조치가 바로 글쓰기였고, 그것은 어느덧 회복제는 물론 일상의 영양제가 되어 지금까지도 함께 하고 있다. 일상에서 힘들고 지쳐 흔들릴 때, 왜 사는지 궁금할 때 난 글을 쓴다. 전업작가가 아니지만, 글을 계속해서 (많이, 무어라도) 쓰는 이유다.

나는 내 글을 자주 읽는다.

퇴고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나’를 알아가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를 알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그러한 글을 썼던 내가 낯설어 보이기까지 하니까. 다행인 건, 꾸준하지 않은 내가 어쩌다 꾸준하게 글을 써서 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글을 읽으며 엉성한 문장력과 단어 선택에 대한 야유를 보내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그때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 나와 일치하는 생각, 다시 반복되는 감정, 과거의 나로부터 듣는 위로와 충고를 받아들이며 나는 ‘나’와 긴밀해진다.

지난날의 글을 돌아보니 반복되는 단어들이 나온다.

‘생존’, ‘성장’, ‘버티기’, ‘심리’, ‘먹고사는 고단함’ 그리고 ‘일상’. 몇 권의 출간 과정을 거치면서 에디터 분들께도 많이 듣는 말이다. “일정 단어가 너무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요.” 사실, 잘 알고 있다. 맘먹고 달려드는 소재들이니까. 위에 열거한 모든 단어는 결국 ‘내 삶’과 연관이 되어 있다. 아니, 어쩌면 그것들은 ‘내 삶’ 그 자체다. 다시, 나는 ‘나’에게 미련이 많다고 했다. 다행인 건, 나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 스스로 가까워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출간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더 많이 나누고 싶다.

그리고 내 글의 표현을 보면 그리 화려하지 않다.

직설적이고 다급하다. 성격이 급해서다. 무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빙빙 돌려 말할 문장력도 없고, 인내력도 없다. 수사(修辭)를 하기보단 차라리 사례를 하나 끄집어낸다. 출간을 했으니 ‘작가’라는 소리를 듣긴 하는데, 그 호칭을 듣는 게 여간 부끄럽지 않은 이유다. 아직까진 이러한 나의 글쓰기가 싫지만은 않다. 실력도 없이 메시지를 포장하는 것보단, 차라리 솔직한 게 낫다는 (변명)취지다.

2016년 5월 20일.

‘글 쓰기는 나의 미래’라는,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읽으며 그때의 나를 만났다.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 꾸준한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못난 모습 그대로 글을 써 내려가야지 하는 다짐. 사방팔방 날아다니는 생각을 붙잡아 두어야 한다고 기특하게 말했다. 그것도 하루하루 차곡차곡. 지난 글과 지금의 이 글이 큰 차이가 없다는 건, 지루한 반복 같지만 어쩐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지 않다는 안도감이 든다. 당시 글을 썼던 ‘나’의 미래가 지금의 나이며, 글쓰기는 온전히 ‘미래’가 되었음을 그때의 ‘나’에게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으니까.

2019년 어느 월.

나는 다시 한번 더 미래의 ‘나’에게 말할 수 있겠다. 여전히,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의 글쓰기’는 ‘나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