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로고 플레이
  • 봄이다, 봄이야!

드디어 봄이다. 유니폼처럼 입던 롱패딩은 고이 접혀 진공팩으로 향했다. 미세먼지 경보 문자가 요란하게 울리지만, 봄날의 부푸는 설렘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햇살을 다정하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봄꽃들이 피어난다. 거리의 어린 아이들과 반려견들은 유난히 생기가 넘친다. 이런 봄날이면, 나처럼 칙칙한 인간도 괜히 화사한 색감의 옷이나 신발을 사고 싶어진다.

몇 안 되는 외투를 돌려 입어야 했던 겨울에 비해, 봄에는 특히 상의의 종류가 다양해진다. 맨투맨, 셔츠, 니트, 카디건 등등. 또 같은 아이템이라 해도 겨울에 비해 색감도 다양해진다. 블랙, 네이비, 그레이, 카키, 브라운에 그치던 것에 더해 네온 컬러, 비비드한 원색, 포근한 파스텔 톤 색감이 쏟아져 나온다. 통장 잔고만 넉넉하다면 봄이야 말로 옷 사는 재미가 가장 쏠쏠한 계절이 아닐까.

  • 그러나 잔고는 정해져 있고

하지만 뭐, 봄맞이 옷을 사라고 누가 턱하니 몇 백을 쾌척해주지 않는 이상 우리의 통장 잔고는 정해져 있고, 결국은 재미가 쏠쏠하기보다 마음이 쓸쓸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브랜드, 디자인, 가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수밖에.

그럴 때 가장 안전한 방법이 바로 로고 플레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로고 플레이란 말 그대로 다른 디자인적 요소를 배제하고 오직 브랜드 로고만 있는 제품을 말한다. 굳이 상하의를 구분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상의에 한해서 통칭되며 니트나 카디건 류보다는 면 티셔츠나 맨투맨, 후디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로고를 통해 브랜드 특유의 감성이나 멋을 표현할 수 있어서, 패션에 관심 없는 아버님부터 유명 모델들까지도 두루 활용하는 것이 바로 로고 플레이 제품이다.

  • 심플함이 무성의함이 되지 않으려면

소비자 입장에서 무난하게 활용 가능한 제품이 많이 출시되는 것이 반길 일인 것처럼, 공급자 입장에서도 로고 플레이 제품은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한다.

우선 인지도가 낮은 신생, 중소 브랜드의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 제작 노하우나 감각적인 디자인이 없어도 그럴 듯하게 만든 로고 하나만으로도 중간은 가는 제품을 선보일 수 있으니까. 물론 이미 인지도가 높은 유명 브랜드에게도 로고 플레이 제품은 없어서는 안 될 베이직 아이템 역할을 해낸다. 특히 스포츠 브랜드의 경우, 예를 들어 나이키라든가 아디다스, 언더아머나 데상트 등등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기본 로고 플레이 제품을 매년 출시한다. 그리고 해당 브랜드의 충성 고객들은 매년 똑같아 보이는 그 제품을 사고, 또 산다. 브랜드 측에서는 굳이 로고 플레이 제품을 출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까.

그러나 소비자들 또한 우매한 대중은 아니어서, 조금만 애살맞게 살펴보면 로고 플레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다. 가령 똑같은 로고 플레이 그레이 맨투맨이라 하더라도 소재는 어떤지, 중량은 어느 정도인지, 수축률을 잡아주기 위한 가공을 거쳤는지, 목과 손목, 허릿단의 립은 튼튼한지, 어떤 핏인지 등등의 요소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제품 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얼핏 똑같은 옷에 로고만 달라보였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를, 유명 브랜드가 괜히 유명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로고 플레이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것만으로는 영리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란 말이다. 심플함이 무성의함이 되지 않으려면 우선 제품 자체의 품질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유명 브랜드의 짝퉁(!?)이라는 오명이나 한 철 입고 내다 버려야 할 옷이라는 치명적인 인식만 얻은 채 다음 시즌 컬렉션을 기약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 로고 플레이는 브랜드의 자존심

그런데 만약, 제품 품질의 차이가 없다면? 게다가 가격도 엇비슷하다면? 그때부터는 진짜 브랜드 싸움이 된다. 어느 브랜드의 인지도가 더 높은가, 지금 어느 브랜드가 대세인가에 따라 똑같은 로고 플레이 제품이라도 판매량의 차이가 난다. 연령에 따라 선호 브랜드가 다르니, 주요 타깃 연령층의 차이로도 판매량이나 브랜드의 포지셔닝이 갈라진다. 또는 로고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서도 선호도의 차이를 보인다. 기본적으로 왼쪽 가슴이나 가슴 중앙에 자그마한 로고가 있는 디자인이 가장 많지만 목 뒤라든가 좌측 하단, 손목, 등 중앙, 팔을 나선형으로 휘감는 로고 등등 다양한 로고 플레이 방식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만약 거의 동일한 무지 제품에 동일한 크기와 위치의 로고 플레이 제품을 출시했을 때의 반응을 보면, 지금 현재 어떤 브랜드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어느 연령층이 주요 고객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자신에게 적절한 브랜드를 찾는 길잡이 역할을, 공급자에게는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파악하게 해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로고 플레이 제품은 브랜드의 자존심을 건 아이템이다.

  • 진화하는 로고 플레이

자, 마지막 단계다. 만약 똑같이 좋은 품질의 로고 플레이 제품인데 하나는 4만원, 다른 하나는 8만원, 또 다른 제품은 10만원 이상… 그렇게 현저한 가격 차이가 난다면? 가격으로만 들어서는 굳이 더 비싼 제품을 살 이유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비싼 제품이 더 잘 팔린다. 이건 단순한 소비자의 허영 때문인 걸까?

물론 그런 이유도 없다고 단정 지을 순 없겠지만, 가장 진부하고 심플한 로고 플레이에 들이는 브랜드들의 노력을 꼼꼼히 살펴보면 역시 비싼 값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잘 벗겨지는 싸구려 나염인가, 고가의 나염인가. 단순히 색만 표현하는 나염인가, 스카치나 야광 등의 기능을 더한 나염인가. 그 밖에 희소성 있고 매력적인 소재를 사용했는지, 나염이 아니라 자수라면 얼마나 촘촘하고 두툼한지, 하나의 브랜드 안에 여러 라인의 로고를 사용하고 있는지 등등. 고가의 브랜드일수록 이런 소소한 요소들을 놓치지 않는다.

가령 중저가 스포츠 브랜드들이 자사 로고를 기호 형과 문자 형 2가지 정도만 활용하는 것에 반해 아디다스나 나이키의 경우 스포츠 라인, 아웃도어 라인, 패션 라인, 빈티지 라인 등등 다양한 로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의 오랜 역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소비자들 또한 보다 세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각자의 선택지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한 1세대 스트리트 브랜드인 라이풀과 LMC의 경우 문자 형, 문장 형, 로고 형 뿐만 아니라 캐주얼 kanko 라인을 통해 귀여운 앵무새 일러스트를 브랜드 고유의 로고로 정착시켰다. 더 나아가 스카치 소재의 사용, 자수 로고 사용, 로고 위치의 다변화, 문자 형 로고의 3D 표현 등등 한 컬렉션 내에서 로고 플레이만으로도 여느 브랜드보다 풍성한 아이템들을 출시해왔다. 바로 이런 점이 가격도 높고, 인지도도 높은 브랜드들의 섬세한 차이다. 트렌디하고 영민한 소비자들은 이런 차이를 단박에 알아채고서 몇 만 원쯤은 기꺼이 더 쓸 용의가 있다.

그러니 로고 플레이 제품은 더 이상 ‘대충 만들고, 대충 사입는’ 아이템이 아니라는 점만은 확실해 보인다. 가장 쉽게 패셔너블해지는 방법이 로고 플레이 제품을 입는 것이라지만, 우리 아무거나 입지는 말자. 누구보다도 멋진 로고 플레이 제품으로 올봄을 맞이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