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취~’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되었다. 두 번 정도 더 재채기를 하고 마스크를 썼다. 요즘 나의 신체 중 가장 예민한 곳은 아무래도 ‘‘코’인듯하다. 코의 기본 기능인 냄새 맡기에 특화된 것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일 년 중 3분의 2 정도는 비염에 시달린다. 비염 증상이 심할 때는 냄새도 잘 맡지 못한다. 한때는 증상이 심해서 한참 동안이나 병원을 다닌 적도 있다. 하지만 비염은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증상은 있지만 아프다기보다는 생활이 불편한 정도라 굳이 병원을 가지는 않는다.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병원을 찾았다가는 일 년의 반 이상을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비염 증상이 정확하게 언제부터 나타났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어릴 때부터 약골이었고 감기에도 자주 걸렸었다. 아마도 고등학생 때부터 코가 막혔다가 콧물이 나는 증상이 감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비염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그때는 ‘몸도 약골인데 코까지 말썽이야. 그래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했으니 다행인가?’ 정도로 생각했었다. 코를 잘 본다는 의사를 찾아가서 알레르기 검사를 했고 원인은 먼지에 의한 알레르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크게 다른 것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봄이 되면 꽃가루에도 내 코는 반응했고, 중국에서 황사가 와도 반응했고, 시도 때도 없이 증상은 반복되었다.

마찬가지로 언제부터 미세먼지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10년도 되지 않은 것 같다. 봄이 되면 황사 마스크를 판매했지만 요즘처럼 미세먼지를 위한 전용 마스크 따윈 없었으니 말이다. 측정을 하지 않았을 뿐 그때도 미세먼지는 존재했을 것이다. 황사가 지나가고 날씨가 흐린 것도 아닌데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날이 늘어갔다. 이런 날들도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었는데 알고 보니 미세먼지 때문이란다.

‘미세먼지’라는 단어에 익숙해지기 무섭게 ‘초미세먼지’라는 단어가 따라왔다. 미세먼지는 크기가 지름 10마이크로 미터보다 작고, 초미세먼지는 그보다도 작은 지름이 2.5마이크로 미터 이하라고 한다. 숫자만 들으면 잘 가늠 되지 않지만 머리카락과 비교했을 때 미세먼지가 1/5~1/7 정도로 작은 크기라니 초미세먼지는 얼마다 더 작은지 알 수 있다.

요즘이야 날씨를 검색하듯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알 수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미세먼지 예보를 볼 수 없었다. 지금은 미세먼지 예보뿐 아니라 심한 경우는 경보까지 울리며 지역에 따라 저감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미세먼지뿐 아니라 초미세먼지는 더욱 심각하단다. 거기다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이라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을 기록하기도 하니 결국은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먼지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날의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나 또한 매일 날씨를 확인해서 그날의 복장을 정하고는 했었다. 이제는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서 마스크를 챙기는 일이 추가되었다. 예민한 내 코는 굳이 미세먼지 농도를 보지 않아도 알아서 반응해 주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확인하게 되는 것 같다. 존재를 몰랐을 때에야 마스크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버젓이 표시되는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기능이 있는 마스크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일반 마스크를 써도 갑갑한데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는 턱과 코 부분을 빈틈없이 막아주어야 하는 데다 먼지를 걸러주기 위한 필터까지 있기 때문에 숨쉬기도 불편하고 더욱 갑갑함이 느껴진다. 이렇다 보니 내 몸을 위협한다고 해도 마스크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나와 같은 비염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야 마스크의 불편함보다는 하루 종일 코의 불편함이 더 크기 때문에 마스크를 잘 사용한다지만 이런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마스크를 쓰지는 않는다. 거기다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는 대부분 일회용이라 구매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

문제는 미세먼지가 당장 코의 불편함 보다 건강에 더욱 심각한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할 정도니 말이다. 이쯤 되니 ’인터스텔라’같은 지구 재난도 단순한 영화적 상상이 아닌 곧 현실로 다가올 것만 같다. 이런 생각은 나의 지나친 우려일지 모르지만 오늘도 창밖의 하늘은 미세먼지로 너무 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