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제일기획은 남녀 600명(15∼44세)을 통해 조사한 보고서를 분석해 ‘호모나랜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그들은 ① 인터넷 콘텐츠를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자기표현이라고 생각하고, ② 흥밋거리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③ 인터넷 카페ㆍ사용 후기ㆍ블로그 등 일반인들이 작성한 ‘위 미디어(we media)’를 더 신뢰하고, ④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토리를 재구성한다.

위에서 나온 호모나랜스(homonarrans)는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디지털 공간에서 글·사진·동영상 등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생산하고, 공유하고, 전파하는 이들(두산백과)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현대인을 지칭한다. 이건 하나의 규칙이다. 거스를 수 없어서, 방파제를 쌓더라도 반드시 파도를 맞게 되어 있는 하나의 큰 흐름이다. 이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게 다양한 치킨의 맛을 주제로 하는 것보다 더없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익숙해진 하나의 환경이다.

시장의 룰도 소비자들에 맞춰 변화했다. 이야기는 경험에 기반하기 때문에 이제 기업은 제품이 아닌 경험을 팔기 시작했고, 그 경험을 소비자 각자에게 확실히 전달해 줄 큐레이팅 서비스가 등장했으며, 수많은 신기술 중 VR과 AR만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품 혹은 서비스의 편익과 디자인, 기능 등 모든 부분에 소비자경험(User Experience)이 고려된다.

글로벌 패션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홍대와 부산 남포동 등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매월 퀀텀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하고 세련된 아트웍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매장을 돌아다니는 내내 유명 갤러리에서 볼 법한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고, 물론 아이웨어 제품도 비치되어 있지만 점원 중 그 누구도 구입을 권하지 않는다. 방문자가 작품들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매장을 관리할 뿐이다.

프랑스에서 열린 2016 칸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행사장에선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SNS가 각각 입점 부스를 마련해 행사를 방문한 업계 종사자와 일반인들에게 체험 공간을 제공했다. 그곳엔 VR 기기와 360도 카메라와 같은 기술 체험 도구들이 있었다. 각종 게임 회사와 테크 회사에서도 부스를 마련해 강연과 강연 사이의 시간에 사람들에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애썼다.

가상현실과 실세계의 중간정도 되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기반으로 한 포켓몬GO 게임의 열풍이 엄청나다.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그 어떤 캠페인보다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산책에 나서게 했다. 집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총 1,440억 걸음을 걸어 다녔다고 한다. 경험에 매료될 때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보여주는 실례다. 제한적으로 서비스가 운영되었던 울산 간절곶과 강원도 속초 일대는 이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급속한 증가를 목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난민 고아들의 고통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VR 기술을 사용한 앱을 출시했으며, 생활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는 제조공정을 소비자경험으로 대체하는 엉뚱한 발상으로 시장가치를 대범하게 상승시켰다. 우리나라에선 경험 자체를 콘텐츠로 판매하는 방탈출 카페가 전국 곳곳에 등장했고 CGV는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추억을 상품화한 포켓카드 형식의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관광지에선 한복 혹은 옛날 교복을 대여하는 업종이 성행이다. 이 모든 사례들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인터넷 공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과 필요충분조건의 관계를 이룬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기업에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한 자신만의 핵심 가치를 설정하고 소비자와의 모든 접점에서 그 가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막연한 불특정 다수가 아닌, 조금 더 까다로운 기준으로 확실한 타겟 소비자를 설정해 그들이 “이야기”할 만한 콘텐츠를 노출시켜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규칙이자 흐름이고, 환경이다. 모든 것이 “경험”이라는 로마로 통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