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일생일대의 중대사라는데 결혼을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창 청춘을 만끽하고 있던 20대의 나에게 결혼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같은 반에 유독 성숙했던 한 친구는 졸업을 하며 이미 약혼 발표를 하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데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려니 고리타분했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언제쯤 하겠다는 계획 없이 할 때 되면 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도 그리 깊게 하지는 않았다. 너무 막연했던 건지 내 생각보다도 늦은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겠다는 소식을 알리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결혼 결심을 했냐는 거였다. 나도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때는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하다는 결혼에 앞서 당사자가 어떤 계기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했었다. 영화처럼 그 사람을 본 순간 어디선가 종 울리는 소리를 듣고는 “그래 당신의 나의 운명이었어!” 하는 일들이 실제로 존재하기는 할까?

간혹 정말 이 사람이다 하는 특별한 느낌을 받은 사람도 있기는 한 모양이었지만 대부분은 연애를 하다 자연스럽게 결혼하는 케이스가 더 많았다. 나 역시도 연애를 하다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흘러갔다. 어릴 때 적당한 나이가 되면 그때 만나고 있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결혼이라는 중요한 일이 그렇게 밋밋하게 흘러가버린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분명 뭔가 특별한 순간이 있을 거라고 내심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깨가 쏟아지는 행복한 신혼생활 같은,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많은 환상을 가지지 않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을 결정하는 순간에 대한 환상이 있었나 보다.

특별한 느낌이나 확신 없이 이대로 결혼해도 되는 걸까? 하는 불안감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평범하게 흘러갔던 그 순간들이 모두 특별했다. 하루 이틀 만나며 서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알아가며 은연중에 ‘아! 이 사람이랑은 결혼해도 괜찮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한편의 영화처럼 격렬하고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결혼에 골인하는 것도 좋지만 해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자연스러움이야말로 정말 좋은 조건이 아닐까? 이 사람과 함께면 행복할 것 같고 내 인생의 남은 시간들을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것, 그래 결심했어라는 순간이 없는 것은 그 사람이 이미 내 인생에 수채화처럼 자연스럽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쌓아나간 시간을 자연스럽게 함께하며 그 속에서 이미 직감했다.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마음에서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결혼하고 보니 이것은 현실이고 상대방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보일 때면 사기당했다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던 남, 여가 만나서 한집에 살아가니 삶의 방식이 달랐던 탓에 처음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르기에 부딪히며 싸움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가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다 보면 오히려 상대의 몰랐던 이야기와 새로운 면을 발견해 나가는 재미도 있다. 요즘은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연애의 완성을 결혼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결혼에는 완성이 없다. 따라서 잘한 결혼, 잘못한 결혼 같은  결과를 단정 짓기 힘들다. 현실 생활이며 계속되는 진행형이다. 서로가 앞으로 어떻게 결혼 생활을 지속시켜 갈지, 어떤 시간들을 공유하며 살아갈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되는 결혼 명언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그 사람과 같이 있을 때, 가장 나다워지는 사람과 결혼하십시오. 괜히 꾸미거나 가식적이지 않은, 그냥 편안한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십시오. 연극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입니다. – 유희열 –

결혼 그 자체는 좋다,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결혼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 모로아 –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 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이다. – 톨스토이 –